역삼동을 지날 때 이 식당을 본 사람이 꽤 많을 거로 안다. 건물도 크고 주차장도 넓다. 강남에서 이런 규모의 식당을 찾아보기가 사실 쉬운 편이 아닌지라 가본 사람이 아니라면 비싼 식당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쳐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돼지고깃집에 비하면 아주 조금 값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가심비로 채워지는 편이다.
지난 시간 지나온 나의 맛집 목록에 있는 식당들과의 첫 인생은 대개 우연 혹은 별 기대 없이 만난 곳들이 제법 있다. 육시리 같은 경우는 위에 설명한 것처럼 부담감 때문에 지나쳐 버리던 곳이었는데 업무상 필요에 의해 그것도 타인의 손에 이끌려 갔었다. 다행히 사준다고 해서 따라간 곳이라 전혀 부담이 없었다는...
이 사진은 그 후에 촬영한 거다. 여기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잡고 사진을 찍어 보내줄 목적이었다. 아무튼 이것 외엔 외관 사진이 없다. 이거라도 있으니 다행인가? <초밀도 돼지고기 전문>이라고 붙인 간판이 호기심을 불러왔던 기억이 난다. 첫 방문 후론 <초밀도통삼겹>이 머리에 콧 박혔으니 맛은 확인된 거나 다름없다.
지금 메뉴판 사진을 보니 여러 가지 부위가 있는데 난 거의 초밀도통삼겹을 주로 먹었던 것 같다. 다른 부위도 맛이 있었겠지만 날 사로잡은 녀석은 바로 초밀도통삼겹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1인당 차려지는 4가지 소스류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난 거의 소금 혹은 젓갈만 찍어먹는 편이라 다른 건 의미가 없지만 어쨌든 취향껏 먹을 수 있게 준비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긴 하다.
사진은 좀 엉망으로 나왔지만 촬영해둔 사진이 무려 세 장이나 있다. 이게 사진으로 봐서 이렇지 두툼한 돼지고기 사이즈를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중 독특한 게 바로 이 녀석이다. 삶은 고사리를 함께 주는데 이걸 구워서 먹으니 별미다. 제주도에서는 고사리로 튀김을 해서 먹기도 하는데 아무튼 우리가 아는 고사리는 여러 가지 요리법이 적용되나 보다. 아무튼 고사리 궈서 먹어본 건 육시리 외엔 없다.
작 데워진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고 두께를 가늠할 만한 사진을 찍어 봤다. 물론 여기보다 두 배는 되는 목살 전문점도 여러 군데 가봤지만 아무튼 대중적인 이미지의 돼지고기 식당에서 이런 수준의 두께를 제공하는 건 사실 흔하지 않은 모습이다.
노릿노릿 구워져 가는 두툼한 목살. 대체 뭐가 어떻길래 초밀도라는 단어를 갖다 붙였을까? 처음 방문 땐 정말 그게 너무 궁금했다. 살다 살다 초밀도삼겹살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정도면 먹을 때가 다 되어가는데 요거 참 비주얼이 침을 고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굽고 보니 그냥 일반 돼지고기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 고사리를 떡하니 올려놓으니 왠지 색다른 느낌이다. 맛? 솔직히 쫄깃거리는 식감이야 여느 고깃집에 비해 독특하게 다를 게 없다. 다만 쫀득하니 맛있고 그보다 육시리를 빛나게 만드는 건 고기보단 바로 밥이다.
다른 사진은 찍어놓은 게 없어 안타깝지만 압력밥솥으로 즉석으로 만들어온 시래기밥을 보면 입맛이 안 당길 수 없다. 육시리의 최고 장점은 시골스러운 시래기밥을 엄마가 해주시는 수준으로 맛볼 수 있다는 거다. 내가 육시리에 과한 평점을 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밥 한 공기에 담겨있다.
그리고 이게 또 별미다. 테이블 위에 작은 버너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인가 했더니 고기 구울 때 옆에다 이걸 끓여서 함께 먹으면 기똥차다. 메뉴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차돌박이 청국장이었나 싶다. 이거 정말 명물이다. 고기 안 팔고 이것만 해도 역삼동 일대 직장인들만 해도 줄을 100미터는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난 첫 방문 후로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가는 곳인데 친구들과 함께 부담스럽지 않게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