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에서 유명한황칠 요리를부산까지 와서 접하다
신식으로 새로 지은 건물 마당에 크고 작은 옹기 항아리가 십여 개 놓여 있었다. 그 안엔 고추장이며 된장이며, 간장 등이 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공산품 사다가 식당을 하는 곳과는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했다. 시골스럽지 않은 풍경에 시골스러움이 가득한 느낌이랄까?
이거 너무 정갈한가? 소박한가? 이게 사진이 애매하게 나와서 그렇지 찬이 정말 기가 막히다. 황칠오리백숙을 미리 주문해 놓았던지 비주얼 기가 막힌 요리가 테이블 위에 떡 하니 차려진 후에야 뭔가 제대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찬들을 보면 그냥 일반적인 풀떼기들이려니 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뭔가 좀 다른 구석이 있었다.
바로 이 장아찌들이다. 너무 맛이 좋아 여기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직접 장아찌를 담근다고 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장아찌를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긴 하다. 짜지 않아 좋은데 초가 좀 강한 편이다. 식감은 아삭거리고 단 맛이 강하지 않다. 그야말로 건강식 아닌가 싶어 이러저러한 어필을 했더니 사장님 개인사가 술술 풀려 나왔다.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져 여기까지 이사 와서 몸에 좋은 음식만 먹다가 식당까지 열게 됐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몸이 치유된 경험을 계기로 여럿에게 나누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곳이라 하니 썩 쓸만한 사연 아닌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 양파. 사실 양파는 심지로 갈수록 당만 가득한 비효율적인 야채다. 그래도 맛있는 걸 어쩌나. 양파하고 고추장만 있으면 라면에 찰떡궁합인데...
이걸 아무리 잘 찍어보려 해도 이게 최선이다. 저게 무슨 버섯이라 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꼬들꼬들하며 맛깔난 버섯이다. 나중에 이 글 쓴 후에 기억나면 다시 수정하기야 하겠는데 오리고기와 함께 잘 어울리는 음식인데, 내가 동의보감 같은 걸 섭렵한 사람이 아니라 음식의 궁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너무 잘 맞는 궁합이었던 것 같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어쨌거나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했듯, 이렇게 맛깔나 보이는데 맛이 없을 순 없는 법.
오리고기는 전혀 질기지 않아 연세 많으신 노인분들도 드시기 좋다. 오리고기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 불포화지방산은 내 몸속에서 노폐물을 쓸어가랏! ㅎㅎ
멀리 발전소를 배경으로 하는 동해바다를 보며 먹는 맛도 일품이다. 여기 다녀왔을 때가 봄이었는데 지금은 무더위라 어떨지 모르겠다. 일광 근처 바닷가에 갈 일이 있다면 배꼽시계에서 보양하고 돌아오는 것도 좋지 싶다.
이게 마지막 하이라이트, 오리죽이었나 보다. 그렇게 퍼 먹고도 이게 들어가는 걸 보면 나의 위는 아직도 위대하다. 아직까지 신축성이 살아있다는 증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