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는 서울 경기 지역에 터를 잡은 자덕들의 성지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중 행주에 안 가본 사람 없고, 행주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 없다. 행주는 자덕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예전엔 연인들의 밀애 장소로 더 유명했던 곳인데 이젠 도심이 조금씩 밀려 밀려 너무 광대해지다 보니 시골스럽지 않은 시골처럼 변모하고 있다. 행주에 가면 유명한 식당들이 백여 곳은 넘을 거다. 그만큼 오래됐고, 오래된 만큼 맛이 검증된 식당들이 즐비하다.
행주국수의 최대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국수를 직접 만들어 쓴다는 거다. 국수공장을 직영하는 행주국수 근처엔 이른바 짭퉁 행주국수도 제법 많다. 잘 헤아려 찾아가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가슴속에 응어리진 후회라는 녀석을 가득 채우고 돌아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행주국수의 두 번째 장점은 착한 가격이다. 줄을 선 보람이 있다. 요즘처럼 어디 가도 만 원이 돈처럼 느껴지지 않는 시국에 행주국수의 가격을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이다. 그만큼 요즘 말하는 가성비, 가심비가 높은 식당이란 거다. 오래전 전철우 씨 이야기를 빌어, 장사를 하려면 면 관련 업종을 고르라 했던 기억이 난다. 회전율이 높아 수익이 높다는 거다.
아무튼 국수는 누가 뭐라 해도 면발이 생명 아닌가? 행주국수의 면은 적절한 쫄깃함의 끝판왕이다. 그건 줄을 선 사람들을 통해 인정하고, 시스템화 된 식당 운영방식에서 인정하고, 상 위에 차려진 국수 그릇 사이즈에 인정하고, 휘휘 저어 국수를 들어보면 인정하고, 입 속에 면을 넣고 오물오물 씹는 순간 인정하게 된다.
말이 뭐가 필요할까? 멀지도 않은 곳인데 직접 가서 맛보면 알 일이다.
여름엔 역시 콩국수다. 콩국수야 뻔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콩물은 다 거기가 거기라 할지라도 면발과의 조합은 행주국수 따라갈 집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찾아보니 웃기지도 않는다. 그렇게 많이 갔는데 사진이 별로 없다. 안드로이드폰의 사진 촬영 위치를 검색해도 사진이 몇 장뿐이다. 왜 그랬을까? 어지간한 곳은 다 사진이 많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먹느라 정신이 팔렸던 것일 수도 있다. 아닌가? 매장 사진도 한 장 없다.
사실 국수는 국수 그 자체가 너무 심플하다. 그런데 이게 비교할 만한 대상이 사진에 없어서 그렇지 인천 화평동의 세숫대야 냉면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그릇도 크고 양도 푸짐하다. 사실 이걸 받아보면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묘하게 항상 바닥을 보고 나오는 편이다.
이건 일반 잔치국수인데 착한 가격도 그렇지만 육수가 정말 기가 막힌다. 우린 갈 때마다 만두도 함께 주문하는데 국수와 궁합이 잘 맞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행주국수의 잔치국수는 정말 기똥차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열무국수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건 취향이니 알아서 할 일이고 난 갈 때마다 이 두 가지 국수만 먹는 편이다. 언젠가 다른 메뉴도 도전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