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May 23. 2023

142. 프랜차이즈가 아닙니다. 청담동 신의주 찹쌀순대

청담동에 나름 오래된 맛집들이 꽤 있지만 순대 맛집은 그리 많지 않다.

별로 없다고 하는 편이 맞나 싶기도 한 게 아마 영동대교 건너기 전에 있는 신의주찹쌀순대 때문일 수도 있지 싶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이상하게 여기는 손님이 많았다.

바로 위에 있는 청담복집 또한 내가 브런치에 소개한 적이 있는 청담동의 유명 복집이다.

아무튼 강남 대로변에 이런 저렴한 서민의 음식이 있다는 것 또한 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가격은 서민스럽지 않은 게 흠이나 맛을 보면 이 정도쯤이야 하며 지갑을 열 만하다.



역시 강남이라 발렛도 된다. ㅎㅎ

주차난 심한 강남에서 발렛 서비스 안 되는 식당이 버티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긴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주차 관련한 부분에 있어 부산은 천국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갈 때마다 이상하게 신의주정식을 주문하게 되는데 아마 순대국밥만 먹으러 갔다가도 순대 생각이 나서 그랬을 수도 있고 옆 테이블의 순대 비주얼에 혼란을 겪으며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수도 있다.

과식을 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는 거다.



윤기 좔좔 흐르는 찹쌀순대의 속을 보면 맛이 판가름 나지 않나?

지역마다 순대 뽑아내는 게 조금씩 다르긴 한데, 내 브런치에 소개한 적이 없지만 횡성 강림읍의 강림순대가 내 기억 중엔 일품이긴 한데 문제는 비릿한 돼지냄새를 잡아내지 못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런 면에서 까다로운 강남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무려 28년이나 한 자리에서 버티고 선 신의주찹쌀순대의 맛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순대 바닥을 드러낼 때쯤 되자 팔팔 끓는 순댓국이 나왔다.

어딜 가든 비슷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양념을 하는 것이니 간이 맞네 안 맞네 하는 품평은 있을 수 없다.

첨가물은 손님의 몫이니까 말이다.



중요한 건 순댓국의 구수한 육수와 돼지머리고기의 조화 아닐까?

지금은 재건축 문제로 없어졌지만 자주 가던 논현동의 순대국밥집에서는 돼지눈알이 나온 적이 있어서 여직원들이 기겁한 적이 있었다.

순댓국에 들어간 고기 부위가 머릿고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최근 이십 년 정도는 못 가본 것 같은데 인천의 이화순대와 시정순대의 경우 돼지머리 하나로 오십 그릇은 만든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 난 한 달에 한두 번은 다녀왔을 정도로 좋아하던 곳이었다.

부산 내려와 있으니 기억 속 옛 단골 맛집들이 하나둘 머릿속을 스쳐가는데 서울 올라가도 오래 머물지 못해 나의 추억 속 맛집들을 순회하는 건 은퇴 후에나... ㅎㅎ

그땐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도 50년 시리즈가 될 것 같다.

청담동 신의주찹쌀순대는 2년 후엔 30년 된 식당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141. 부산 동네 할매표 치킨집에서 매워 죽을 뻔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