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는 여름에 한치 물회는 빅 히트 아이템 아닌가?
아무튼 그래서 결국은 사 먹는 수밖에 없었으니, 그중 제주도에서 물회라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제주시 시내 한복판에 있는 산지물에서 꽝조사의 대리만족을 했다.
참 다시 봐도 맛깔스럽다. 해장용으로 이틀 연속 갔는데 아무튼 해장용으로도 딱이고 식사용으로도 좋다.
한치는 한치다. 오징어보다 살이 연하고 달달하다. 내게 있어 최고의 물회를 꼽으라면 속초의 봉포머구리집을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 보니 호불호가 갈리긴 하던데 내가 다니는 동안 두 번이나 규모를 키워 지금은 거대한 건물까지 지었을 정도니 나같은 손님이 어지간히 많은 거다. 강원도 고성군 가진항에 있는 광범이네 물회도 좋아한다. 일부러 가긴 좀 멀긴 해도 시간이 나면 어떻게든 찾아다녔던 곳이다. 특히 봉포머구리집은 서울에서 로드바이크를 타고 간 적도 있었다는 사실.
제주도에는 서귀포 어진이네에서 물회를 먹곤 했는데 얼마 전 가보니 옆으로 이사를 했더라. 어진이네에서는 예전에 식용 빙초산과 일반 식초를 제공했었는데 요즘도 빙초산을 먹는지 모르겠다. 안 좋은 거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제주도 시내에서 산지물 정도 되는 물회는 따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많은 곳을 다녀본 건 아니지만 내 나름의 입맛엔 그랬다. 게다가 바닷가도 아닌 제주시내에 이런 맛집이 있다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 제주시에 물회 잘하는 식당 중엔 좀 대형 규모인 도라지식당도 있다. 너무 관광객이 많아 번잡하긴 하지만 거기도 가볼 만하다.
산지물에서는 이렇게 자리돔 조림을 준다. 도라지식당에 가도 이 녀석을 준다. 육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제주도민들은 자리돔 조림을 엄청 좋아한다. 젓갈로도 담는데 김장 담글 때 쓰기도 한다. 아무튼 요놈, 자리돔이 뼈가 억세고 먹을 것도 없어 보이지만 은근히 기똥찬 맛이라는 거. 오죽하면 코딱지 만한 이 놈도 돔이라고 자리돔이라 불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