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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9. 2022

30년 맛집, 54탄-강릉 성산 대구머리찜

매워도 맛만 있던 그 집

강릉에서 대관령 옛길을 타고 올라가는 초입에 Y자로 갈라지는 길이 있다. 성산이라는 동네다. 오래전부터 강릉 여행을 다닌 사람이라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동네다. 딱히 유명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성산에 대체 뭐가 있기에 차량들이 들락거릴까 싶었다.

내가 여기 다닌 지가 거의 20년 정도 되었다. 당시 겨울만 되면 매주 용평리조트에 다녔는데 그때만 해도 영동고속도로를 피해 일부로라도 대관령으로 다니곤 했었다. 옛길로 가다가 마침 배가 고프면 옛카나리아집에 가서 매운 대구머리찜을 먹곤 했다. 문제는 이게 좀 맵다는 거다. ^^

지금보다 좀 더 어릴 땐 그 매운맛이 그렇게도 고통스러웠는데 요즘은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내 입이 변한 것인지 매운맛이 덜해진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보다는 매운 음식을 꽤 잘 먹게 된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옛카나리아집에 갔다가 불발 난 적이 두 번 있었다. 불발이 된 두 번 다 명절에 갔었는데 한 번은 옆의 다른 식당에 갔다가 어찌나 후회되던지 아예 안 먹고 그냥 오는 게 나았을 뻔했다. 다음엔 그냥 지나쳐 돌아왔다.

나오는 길에 웃기는 간판 하나를 발견하고 실소를 머금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간판이 글쎄~ <옛카네이숀>이라고. ㅋㅋ 상호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생각 없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 싶었다.



메뉴가 단순해서 사진이 별 필요도 없고 찍을 사진도 없다.

그냥 봐도 매콤함이 느껴지지 않을까?

진짜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매운맛이란...

동치미만 벌컥벌컥 들이켰던 기억이 난다.

아마 몇 사발은 마셨을 거다.



통통한 콩나물에 매운맛이 배어 맛깔스럽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콩나물 요리를 지극히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콩나물국은 국물만 마시고, 콩나물해장국에선 콩나물을 죄다 건져내고 먹는다.

식도락을 즐긴다는 사람이 이런 편식인가 싶지만 이상하게 콩나물엔 정이 안 간다. 어릴 때 콩나물만 먹고 자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신 난 숙주를 죽도록 좋아한다.



뒤적거려 보면 감자도 있고 두부도 있다. 요즘 두부는 예전만 못한 것 같지만 감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대구라는 녀석이 워낙 귀해져서 그런지 양 또한 예전만 못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추억의 맛은 살아있어 좋은 곳이다. 처음 갔을 땐 대구 머리가 너무 커서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젠 그런 대구가 잡히지 않는 것인지 대구 머리가 다이어트를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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