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Aug 30. 2022

30년 맛집, 55탄-낙지요리 전문 개미집의 낙곱새

원랜 국제시장에 있었던가보다. 해운대 중동 본점 방문기.

난 잘 몰랐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부산을 오갔지만 개미집이라는 곳을 몰랐었다. 물론 간판을 못 본 건 아니었다. 낙곱새라는 메뉴를 들어보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왜 여태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가 싶었는데 오늘에야 드디어 의문이 풀리고 말았다.

술안주가 아니었던 거다. 여긴 밥집 그러니까 일반 식당이다. 나 같은 주당들에겐 좀 어울리지 않는 곳.

그렇다고 술을 팔지 않는 건 아닌데 술꾼들이 대개 그러하듯 배가 부르면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술안주로 적합하지 않다는 거다.

부산에서는 제법 인지도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인 것 같다. 아무튼 난 본점에서 제대로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내가 잡았다기보다는 업무상 달려서 간 거다. ㅎㅎ) 이렇게 사진을 남겼다.

술이 부족해 안타깝긴 했지만 식사로는 괜찮은 요리인 것 같다. 낙지도 질기지 않고 말이다.

나중에 눈에 띈 거라 나 스스로 나를 웃게 만들었는데, 개미집의 주종목은 낙지요리라고 간판에 버젓이 적혀 있더라.


1972년부터라면 나보다 연식이 오래됐다. 식당에 들어서니 2030부산월드엑스포 부산시민협의회라고 적힌 자동차 경주 같은 데서나 볼 수 있는 게 벽에 붙어있다.

요즘 부산은 엑스포 유치에 전력인 것 같더라. 부산역에도 재밌는 게 있었는데...



3인분이다. 4인분을 주문하면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왜 그런지 듣긴 했는데 건성으로 들어서... ㅠㅠ



이렇게 두 가지 메뉴. 왼쪽 건 낙곱새가 익기 전까지 술안주가 되어주기로...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대화가 길어 술은 많이 마실 형편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낙곱새는 진행 중. 우린 낙지와 새우와 버섯으로 몇 잔 마셔 주셨다. 짜지 않고 간간한 맛이 전혀 부담 없다. 아무튼 낙곱새가 주종목이니 언제 익는지 노려보는 중이다.



이렇게 조금씩 양념이 배어 맛난 낙곱새가 되어간다. 처음엔 낙곱새가 뭔가 했는데 낙지+곱창+새우였더라. 이런 멍청한지고...



밥 위에 김을 얹고 낙곱새를 얹고 부추를 얹은 후 마구 비빈다. 양념이 많으면 맛있으니 국자로 낙곱새 국물을 적당량 추가한다. 난 좀 질퍽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고로 열심히 퍼 넣었다. 절대 식탐 같은 게 아닌데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식탐 아니다.



이렇게 비벼서 먹는 거다. 배가 고프던 아니던 낙곱새 한번 손대기 시작하면 숟가락을 놓기 어렵다. 그냥 열심히 흡입하다가 결국 소주 반 병도 못 마셨다. ㅠㅠ

고로 결국 소화 좀 시킨 후 2차로... 아~ 괴로운 술꾼의 습성이여.


낙곱새 비빔밥이라고 해야 하나? 정확한 메뉴명을 모르겠다만, 소스가 전혀 맵거나 짜지 않다. 적당한 양념이 맛깔스러워 자꾸 숟가락이 움직인다. 내 의지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꾸역꾸역 입 속에 퍼다 넣는 걸 인지했을 땐 이미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을 쯤이었다.

술꾼이라면 절대 명심해야 한다. 속도 내지 말고 자꾸 숟가락이 움직이는 유혹을 견뎌내야만 한다.

자주는 아니겠지만 가끔 이 맛이 기억날 것 같다. 길 가다가 배고플 때 개미집 보이면 들어갈 것 같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