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재밌으라고 해준 옛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게 있다.
대학생 때였다고 한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우산을 푹 눌러쓰고 거리를 걷고 있는데
처음 보는 어떤 여자가 우산 속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아니라곤 하지만 강심장인 녀석도 설레는 마음이 들었을 거다.
놀랐거나 아니거나 어쨌거나 심장 박동은 달려졌을 게 분명한데...
여자가 녀석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녀석은 여자의 말이 100% 거짓말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예감이고 직감이고 다 필요 없었다고 한다.
녀석은 자기 인상이 별로라는 걸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말로는 '별로'라는 표현보다는 '험악하다'라고 보는 게 오히려 바른 표현이라고 했다.
여자의 정체는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지만...
'도를 아십니까?'
그냥 우스갯소리 정도의 일화에 불과할 수 있지만 난 다른 생각도 했다.
만약 자신의 능력을 명확히 이해하고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인지한 상태라면 어지간한 유혹에 흔들리는 일은 없을 거다.
나를 알고 너를 알면 실패할 일이 없다고 하는 말에 내재된 의미는 나를 명확히 아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표지사진 _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