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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거망동하지 마라

by 루파고

뭘 좀 한다고 착각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발 좀 담가본 사람들은 잘 안다.

대개 초보를 벗어날 때 사고가 많은데 말 그대로 익스트림한 분야이기 때문에 목숨과 직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험한 표현으로 '깝죽댄다'고들 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거의 사고에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할 때다.

물론 절정의 고수가 됐다 해도 위험에 노출된 건 마찬가지다.

방심은 금물이다.

내가 직접 겪었던 사고도 많았지만 지인들 중엔 절정의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꽤 많다.

이제야 기억을 더듬어보니 먼저 세상을 떠난 산쟁이들은 손가락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태풍이나 불어야 탈 맛이 난다며 폭풍이 치는 바다로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윈드서퍼도 있다.

행글라이더를 산비탈 정면에 그대로 처박은 후배도 있었고, 시계 확보가 불가능한 바다에서 초경량항공기를 몰다 추락해 세상을 달리 한 친구도 있다.

패러글라이딩은 추락 사고가 워낙 많아 말할 것도 없다.

내겐 스승이나 다름없는 스노보드 프로 선수 한 명은 지산스프링시즌 빅에어를 선보이다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가 먼저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지금은 세일링 요트가 대중화되어 한강에 정박된 요트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약 이삼십 년 전만 해도 한강엔 요트라고 불릴 정도의 번듯한 요트가 없었다.

언젠가 한강에 중고 요트가 한 대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크루들은 바다에 나가서 멋진 항해를 해보겠다고 서해바다에 나갔다가 불과 몇십 키로도 항해하지 못하고 난파되어 덕적도 인근 해연에서 구조되어 오기도 했다.

스카이다이빙 역시 마찬가지였고, 스쿠버다이빙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안타까운 건 위에 열거한 사람들은 대부분 국보급 실력을 자랑하던 당 분야의 국가대표 거나 비등한 수준의 능력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카이트서핑 같은 건 아직 해보지 못했지만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위험한 짓은 다 하고 다녔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간을 안 봐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주부 9단 엄마들도 짜게 한다든가 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

삶에서 그런 자잘한 실수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게 목숨을 위협한다든가 삶을 고락에 빠뜨릴 정도로 위태롭게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난 지금 익스트림 세계에서 빠져나와 조금은 얌전한 운동으로 로드바이크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엔 낙차로 누구보다 단단한 통뼈를 자랑하던 내 고관절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역시 따지고 보면 과도한 자신감 혹은 자만 때문이었던 거다.

어쨌거나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왔는데 비즈니스보다 익스트림한 분야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삶을 어느 위치에 올려놓을지는 나 외의 누구도 알 수 없다.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나를 다스릴 수 있는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게 인생이다.





생활의 달인들이 있다. SBS 생활의 달인 OO 편에는 내가 잠시 출연하기도 했다. 방송으로 보인 건 사실, 팩트가 아니다. 그 재밌는 한 컷의 분량을 위해 수백 번 도전을 해서 성공한 한 컷을 방송에 내보냈다. 결국 시청자들이 본 건 단지 그 성공 컷뿐인데 그걸 의심 없이 믿어버리는 거다. 내 후배도 생활의 달인에 비교 대상으로 출연 요청이 들어와 방송에 나온 적이 있는데 그 역시 담당 PD에게 일부러 져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달인이라고 하지만 최고는 아닐 수 있다는 걸 말한다.

기획되고 꾸며진 달인보다 진정 나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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