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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06. 2021

23. eMTB로 남산 라이딩

역시 MTB는 산으로

이 녀석과 만난 후 사진은 이게 시작이다. 난 이 녀석의 조립 완료 시간에 맞춰 스페셜라이즈드 매장으로 달려갔다. 가서 타고 올까 싶었지만 그냥 차에 실어 오기로 마음을 고쳐 잡은 것이다. 매장에 도착하니 이미 조립이 완료되어 있었고 사장님에게 간단한 설명을 듣고 매장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에코 모드로 운행했는데 누군가 슬쩍슬쩍 밀어주는 아주 묘한 느낌이 들었다. 밀바 당하는 기분이랄까 싶지만 그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내 다리에 부스터를 달아준 것 같다고나 할까?


평소 로드바이크를 타는 나는 그랜드체로키 뒷자리에 앞바퀴도 빼지 않고 넣고 다닌 터라 당연히 같은 방식으로 실릴 줄 알았지만 황당하게도 핸들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실은 황당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였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이 트렁크에 있는 캠핑장비, 낚시 장비 등 모두 꺼내고 2열 좌석을 앞으로 접은 후 뒷 타이어부터 녀석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또 벌어지고 말았다. 그 큰 트렁크 문으로도 핸들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앞바퀴를 빼낸 후에야 자전거를 실을 수 있었는데 그러고도 조수석 의자를 앞으로 당겨야만 했다. 이게 보기보다 엄청난 사이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다시 캠핑장비 등을 자전거를 피해 실은 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솜털이 뽀송뽀송한 타이어를 보니 새 차는 새 차구나 싶었다.



사무실에 녀석을 올려 테이블에 거치해 봤다. 무게가 22kg나 나가는 녀석이다. 어딜 봐도 강인해 보인다. 로드바이크와 비교하니 흡사 탱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와인 색 프레임이 은근히 멋지다. 앞바퀴는 T9, 뒷바퀴는 T7... 제주에도 MTB가 있지만 탈 줄만 알지 제대로 된 지식이 없는 나에게 이 녀석의 장점 같은 건 전혀 다가오지 않았다. 다만 앞 뒤 쇼바가 이른바 풀샥이라는 것이 산악 전용 자전거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디스크 브레이크도 그렇고 뒷바퀴 스프라켓 사이즈도 어마어마하다. 로드바이크에 길들여져 있던 내 눈에 이 녀석은 감당할 수 없는 녀석으로 보였다. 



자전거를 구입할 때 가민 1030 플러스를 함께 구입했다. 난 이 녀석을 두고 노안용이라고 표현하곤 했는데 직접 사용해 보니 화면도 글자도 크긴 크다. 12단 SRAM(스램) 구동계와 스프라켓 사이즈가 정말 장난 아니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강력한 브레이킹을 예고하고 있었다.



풀리가 로드바이크의 그것과는 다른 세상의 물건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묵직함으로 압도한다.



커다란 박스를 열자 충전기와 기타 여분의 부품들이 들어 있었다. 매뉴얼을 보니 별 내용은 없어 그냥 덮어 버렸다.



미처 달고 오지 못했던 후미등을 뜯어 장착을 하고 보니 이제 달릴 준비는 끝난 것 같았다.



언젠가 유튜브 같은 데서 본 적이 있는 이것. 툴킷이 쏙 들어가 있어 비상시 사용할 수 있어 좋겠다. 로드바이크를 탈 땐 물통 케이지에 공구함을 하나 달고 다니는데 거기에 툴킷을 넣어 다녔다.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하지만 정말 요긴하게 쓸 일이 생기곤 한다. 아무튼 이런 건 혹시나 싶어 갖고 다니는 것이니까.



강력한 유압 브레이크



무료로 장착해 주신 페달. 산악용 MTB에 클릿은 에러다.



사실 로드바이크용 클릿슈즈를 하나 살 생각이었는데 저렴하게 주시겠다는 소식을 듣고 내 책을 한 권 선물해 드렸다. 사인도 안 했는데... 사장님은 오히려 내게 고맙다며 이 클릿슈즈를 선물로 주셨다. 아이고 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네. 발 볼이 넓은 내 발이 쏙 들어가는 이 클릿슈즈에 대만족이었다. 그동안 발이 줄어들었나 싶었는데 역시나 라이딩 중 고통을 느껴 보아시스템 다이얼도 풀고 스트랩도 풀고 탄다. 조금씩 늘어나 주겠지 뭐~



퇴근 후 집으로 가던 길, 오토바이들이 줄을 서서 차선을 지키는 걸 보았다. 며칠 전 선릉에서의 오토바이 사고 후 뭔가 달라진 듯한 모습인 거다. 경각심이 얼마나 가려나 모르겠지만 내가 만약 부모의 입장이라면 내 자식이 위태로운 배달을 하는 모습을 그냥 묵과하지는 않을 것 같다.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과연 이바이크의 로드 주행능력은 어떨까 싶었던 거다. 작년에 고관절이 부러진 후 아직도 원 상태를 찾아오지 못한 내게 남산은 아직도 부담스러운 존재였는데 이 녀석을 타면 별로 부담 없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평소 라이딩을 시작하는 장소인 청담대교 아래 녀석을 세워 두고 사진 몇 장을 촬영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리다 모처럼 날씨가 좋아 라이딩 하기에 딱 좋은 밤이었다.



한남오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한 장 촬영해 봤다. 왠지 한적한 이곳. 보통 때 같으면 남산으로 향하는 라이더가 수십 명은 대기하고 있을 장소인데...



국립극장 길 건너에서 신호대기 중 프레임에 설치된 게이지를 보니 배터리 잔량은 97%가 남았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별로 탄 것도 없는데 3%나 썼다고? 그럴 리가... 하긴 좀 편하게 올라오긴 한 것 같다. 25km/h가 넘으면 동력 지원이 끊어지는 이바이크. 난 25km/h 가 안 되는 속도로 올라왔으니 그 정도 소모한 것도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너무 쉽게 올라와 버렸다. 아무리 이 녀석의 무게가 22kg라고는 하지만 MTB 다운 기어비도 그렇고 살랑살랑 도와주는 부스터가 남산 업힐을 우습게 만들어 버렸다. 역시 이바이크는 산으로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거침없는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25km/h를 넘어가면 그 무거운 자전거를 무동력으로 올라가야 하니 적당하게 속도를 조절해야만 했다. 정말 공짜로 올라온 느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주 힘이 안 드는 건 아니다. 완전 전기자전거가 아니라서 페달을 밟을 때 힘을 받쳐주는 정도의 도움인 거다. 한 달쯤 전에 에스웍 타막, 전기자전거 그리고 따릉이를 탄 내가 20km 정도 달린 적이 있었는데 잠실철교 근처 업힐에서 무거운 따릉이 페달을 밟는 나를 불쌍히 여긴 전기자전거의 사이보그께서 나를 밀어준 적이 있었다. 어쨌거나 밀바를 받으면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남산은 영롱하게 나를 반겨 주었지만, 올라오는 내내 낑낑거리며 페달을 굴리던 십여 명의 로드바이크 라이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같은 로드바이크로 달려도 누가 앞질러 가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많다.



라이딩을 끝내고 스트라바에 저장된 기록을 보니 장난 아니다. 죽기 살기로 간 것도 아닌데 한 구간은 세계 10위. ㅎㅎ 난 재빨리 기록 옵션을 더듬어 전기자전거 라이딩으로 변경했다. 사실 이바이크는 전기자전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전기의 힘을 받았으니 일반 라이더의 기록에 혼선을 주면 안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위 기록은 현재 사라지고 없다. 그냥 기념 삼아 스크린 캡처만 해놓은 거다.



이날 이바이크를 타며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 다운힐에서는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 25km/h를 넘어도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땐 구름성 좋은 따릉이로 변신한다.)

- 따릉이보다 4kg 정도 무겁다.

- 풀샥이라 출렁거림이 심해 온로드에서는 오히려 쾌적하지 않다.

다만, 바닥의 요철 같은 건 개무시하고 달려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넓은 타이어 덕에 막강 다운힐을 체감할 수 있다. 역시 잘 달리려면 잘 멈춰야 하는 자동차의 속설처럼 이 녀석도 잘 달리고 잘 선다. 요물 맞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주말이 찾아왔다. 목요일에 이바이크를 찾아와 남산을 달렸고, 금요일 밤엔 내 로드바이크로 팔당에 다녀왔다. 역시 로드바이크가 빠르고 좋다. 새삼 느꼈지만 MTB는 산에서 타야 정상이다.


일요일 아침 생초보이신 선배님과 양평에서 옥천냉면을 먹고 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초보 땐 엉덩이 통증이 가장 큰 복병이다. 체력은 넘쳐 나지만 팔당 왕복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51.26km를 달렸다. 벌써 가을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시기라 쾌청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이 반갑기만 했다. 라이딩 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선배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달리느라 체력이 남아돌아 그랬을까? 하남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아이유 업힐에서 PR이 나왔다. 그리 세게 달리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인가 싶다. 사고 후 체력이 예전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황이라 아이유 PR은 쉽지 않은 벽으로 느껴지는 요즘인데... (참고로 난 따릉이로도 PR을 내기도 했었다. 어차피 말 그대로 개인 기록일 뿐이니...)


여기까지가 일요일 오전 라이딩이었다. 난 오후에 이바이크를 타고 어딘가 꼭 다녀오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이바이크 배터리 잔량은 67%. 51km를 달리고도 그 정도 남았으니 배터리 소모는 크지 않은 것 같았다. 완충하고 100km를 주행하는 건 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이런 자전거길에서의 경우다. 산에 가면 쭉쭉 빨리겠지만.

이번 주엔 함께 라이딩하지 못한 친구들은 개아북을 돌아 여의도를 지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바이크를 다시 세팅하고 청담으로 내려가 반포 방향으로 향했다. 역시 25km 이하로는 달리기 어려웠다. 이미 내 체감속도는 30km 이상이어야 정상적인 달리기라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반포를 향해 달리다 보면 친구들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남대교 근처에 가니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친구들이 보였다.

앞뒤 라이더를 확인한 나는 차를 돌려 그들을 추격했다. 전기 도움 없이 22kg이나 되는 자전거를 33~35km/h를 달려 따라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달려 성수대교 근처에 가서야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녀석들은 전혀 모르는 다른 라이더와 한 팩이 된 것처럼 30~32km/h 속도로 뭉쳐 달리고 있었다. 친구 한 명이 안 보인다 했더니 먼저 가서 기다리다 뒤쪽에 따라붙었고 앞서 가던 친구도 내 뒤로 붙었다. 내 등이 넓으니 바람막이로는 딱 좋다. 난 당연히 그 팩 뒤에서 피를 빨며 얌전히 달리고 있었는데 잠시 후 뒤쪽에 따라붙었던 친구가 나를 제치고 추월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본능을 가진 녀석이니 오죽할까 싶다가 난 오기가 생겨 친구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38km/h다. 미친 거다. 당연히 앞에 달리던 로드바이크 라이더를 몽땅 제치고 탄천합수부까지 달렸다. 힘이 쭉쭉 빠져나가는 걸 알 수 있었다. 따릉이로 로드바이크 따고 다니던 기억이 났다. 이런 건 매너가 아니지만 사실 재미난 걸 어쩌겠나. 그들은 내가 전기의 도움을 받는 이바이크를 탄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절대 착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25km/h를 넘기면 이바이크는 동력 지원을 끊는다.

각 국가별로 법령에 따라 다르다고 들었다.



최근 아지트 내지는 참새방앗간이 되어버린 문정동 요거트 카페-카페 그릭-을 운영하는 친구 매장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미숫가루 좀 팔아주고 수다 좀 떨다가 서로 각자의 갈 길로 흩어졌다. 난 오늘 친구들이 달렸다는 개아북을 돌아볼까, 아니면 원래 계획했던 도선사 업힐을 달려볼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무리 이바이크하 할 지라도 도선사 업힐은 수도권 극강의 업힐이다. 지금까지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중간에 내려야 했다. 한 번은 싸구려 MTB로 갔다가 포기했고, 한 번은 기어비가 형편없는 내 로드바이크로 갔다가 포기했다. 아무래도 그 정도 업힐을 오르려면 업힐에 최적화된 기어비를 구성하는 게 옳다. 아무튼 내 기억 속 도선사길은 인수봉 등반에 꽂혀 살던 이십 대 시절에 배낭 메고 걸어서 다닐 때도 쉽지 않은 경사였다. 탄천합수부에 도착할 때까지도 방향을 잡지 못하던 난 갑자기 방향을 틀어 도선사로 향하고 말았다.



MTB를 타면 계단을 마구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잠실철교를 오르는 계단길을 결국 오르지 못하고 내렸다. 다음에 연습해서 와야겠다. 오늘 목표는 도선사니까.



도선사 본격 업힐이 시작되는 통곡의 벽까지 가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배터리는 거의 소모되지 않았다. 가끔 만나는 업힐에서 조금 모터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평지는 OFF 모드로 달리거나 ECO 모드로 달린다 해도 모터의 도움을 받을 일은 없었다. 어쨌거나 27km/h 이상은 밝고 달렸으니까 말이다. 자전거가 무겁긴 하지만 새 자전거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구름성 하나는 기가 막히다. 누가 스페셜라이즈드 아니랄까 봐 말이다.



통곡의 벽 오르막길 앞에 도착하니 오르내리는 차량이 만만치 않다. 뭐 한다고 이 길을 다니는 걸까? 첫 번째 구간인 저 앞의 업힐은 나른 숨 막히게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바이크 모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자신감이 밀려 올라왔다. 그리고 내가 도선사를 찾은 이유는 다른 것도 아닌 녀석의 업힐 능력을 보고 싶어서였던 거다. 여길 오르고 못 오르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에코 모드로만 해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미 체력이 많이 소진된 탓인지 정신력이 바로 서지 않았다. 벌써 100km를 넘게 달렸으니 말이다. 난 양심을 접고 TRAIL 모드로 올리고 페달을 밟았다.

아쭈! 요놈 봐라~ 힘이 쫙쫙 받는다. 난 느끼고 있었다. 이 녀석은 온로드를 위해 만들어진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이 구간은 딱히 어렵지 않은 구간이지만 조금만 더 가면 막강 업힐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느껴진 바, TRAIL 모드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기어도 다 내리지 않은 상황이고 적당한 속도감도 느끼고 있었던지라...



마지막 업힐이다. 저번에 여기 올라가다가 나뭇가지를 밟아 밸런스가 무너져 자전거에서 내리고 말았다. 다시 오를 방법이 없어 나머지 구간을 끌고 올라간 기억이다. 그런데 여기를 뛰어서 올라가는 멋진 분이 계셨다. 난 TRAIL 모드를 한껏 즐기며 페달을 밟고 있었고 잠시 후 그를 제치고 넘어가는데 뒤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오는 차량들의 경적이 울렸다. 하긴 차라고 해서 쉬운 구간은 아닌 건 알지만 경적까지 울리는 건 무슨 매너인가?



자전거를 세우고 배터리 잔량을 보니 39%가 남았다. 통곡의 벽에서 46%였으니 7% 정도 쓴 셈이다. 꽤 괜찮은 연비라고 해야 하나? 아직까지 이 녀석의 진면목을 느끼지 못했다. 정말 산으로 가야 하는가 보다. 아무튼 92kg인 내가 로드바이크로 죽기 살기로 오르려 해도 내겐 무리였던 도선사 업힐을 아주 쉽게 오르게 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걸어서는 수백 번을 오르내린 이곳을 자전거를 타고 한 번에 올라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이젠 한적하던 풍경은 사라지고 없다. 많이 아쉽지만 그만큼 레저 인구가 폭증한 걸 증명하는 거다.



도선사를 다녀오는 길에 한양대 근처에서 처음으로 보급을 했다. 작은 콜라 하나가 천 원인데 나쁘지 않다. 이거 하나면 복귀하는 데 충분하리라 싶었다. 이런 극강의 업힐을 달리며 보급도 필요 없고, 에너지겔 같은 보조제도 불필요하게 만든 걸 보면 라이딩에 은근히 공포를 느끼는 사람에게 이바이크는 귀한 가치를 느끼게 할 것 같기도 하다.



잠실 철교를 넘어 돌아오는 길, 롯데타워는 언제 봐도 위용이 있다. 요즘 아이들도 롯데타워를 보면 집에 다 왔다고 한다는데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굳건한 자리매김을 한 거다.



다시 탄천합수부를 지나 청담으로 해서 복귀하는 길. 배터리가 25%나 남아 있었다. 왠지 배터리 잔량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강남구청 방향으로 오르는 길에 TRAIL 모드로 변경해 전기를 마구 소진하기로 했다. 어쨌든 25km/h만 넘기면 기대가 훅 꺼져버리지만 말이다. 



총 150km를 달리고도 25%가 남았으니 50km 당 25% 정도 소모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이틀 잡고 서울-부산 국토종주를 해도 될 것 같다.



이번에도 가민 주행을 종료하고 저장을 했는데 도선사 업힐에서 말도 안 되는 기록이 쏟아졌다. KOM도 있다. 난 재빨리 스크린 캡처를 하고 모드를 전기자전거 주행으로 변경했다. 순식간에 정보가 사라졌다. 언젠가 로드바이크로 KOM을 찍어보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나의 더러운 몸매다. 사고 전과 비교하면 아직 7kg 정도 차이가 난다. 저놈의 배를 어찌하오리까? 7kg 마저 빼면 85kg다. 거기서 10kg를 더 빼야 원래 내 몸인데 술을 끊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목표인 것 같다.






이바이크는 도로 주행용으로 불합격이다. 일단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 느리다. 로드바이크 속도를 따라가려면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무리다. 무게도 무게지만 공기저항도 그렇고 노면 접지도 그렇다. 라이딩하면서 점프질 하며 험하게 타는 나를 보며 지인들은 그래블 바이크를 타라고들 하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시승해 보리라. 아무튼 이바이크를 접한 후로 산뽕 맞으러 산속을 기웃거릴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어쩌나... MTB 복장을 또 마련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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