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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18. 2022

30년 맛집, 42탄-디포리육수 김해 대동할매국수

이런 기가 막히는 음식이 이 가격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산 출장으로 과음한 속을 풀어줄 기가 막힌 음식이 있다는 소식, 그런데 그것도 김해라니... 해운대에서 김해까지 무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을 달려갔던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아무튼 어지간해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위치인 건 사실이다.

부산 도심을 벗어나니 고속도로도 한산하고 김해 들어가니 한산하다 못해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도시는 꽤 큰데 사람은 많이 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랬던 것 같다. 바로 서울로 올라와야 했기에 아침 겸 점심으로 대동할매국수가 낙점을 받았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건물 주변으로 주차할 곳이 꽤 많은 걸로 보아 점심때 오면 어지간히 치열해질 게 분명해 보였다. 건물 옆에 커다란 공터가 주차장으로 쓰이는 것도 그랬다.



얼마 전부터 보이기 시작한 '백년가게' 안내판이 식당 안에 걸려 있다. 이 글을 쓰리라곤 생각지 못했었는데 30년 이상 된 식당이란 글자가 눈에 꽂히고 말았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식도락을 멀리하던 지라 이 <빗맞아도 30년> 시리즈 연재가 멈춰 있었는데 다시 새 글을 하나 게재할 수 있게 된 걸 의미했다.



과연 이 가격이 팩트인 걸까? 요즘 4,000원짜리 국수를 만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만두는 얼마 전 가격이 오른 것인지 앞자리 숫자만 바뀌어 있다. 오히려 콜라, 사이다 같은 음료가 너무 비싼 느낌이 들 지경이다.

그런데 뜨헉~ 1959년부터 시작했다면 오늘 시점으로 63년이나 된 거다.

거 참! 이 정도 오랜 기간 국수를 만드셨다면 초절정 고수가 아닐 수 없는 거다.

아무튼 가격은 완전 착하고... 기대심이 증폭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이것. 국수 가격에 비하면 800원짜리 계란이 비싸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이것을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있을까? 당연히 1인 1계란이다.



드디어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상이 차려진다는 말이 무색할까? 갖가지 야채와 김가루, 참깨가 토핑 된 국수 그릇이 올려졌고, 커다란 주전자가 도착했다. 주전자 안에는 육수가 가득하다. 너무 많이 들어 무거우니 주의를... ㅎㅎ 양념장도 올려졌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되는데 이놈의 글 때문에 사진 찍는 게 번거로울 지경이다. 그냥 먹고 말 일이지 왜 이딴 글을 쓰기 시작해가지고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인지...



육수를 가득 붓는다. 면이 차갑기 때문에 뜨거운 육수를 가득 부어 휘휘 저은 후, 잘 섞이고 나면 육수를 더 붓는다. 면을 먹으면서 육수를 계속 붓는 게 핵심이다.



국수 그릇에 육수를 넣는 것과는 별개로 육수 그릇에 육수를 붓고 청양고추를 적당량 넣어 푼 다음 이걸 마시면 된다. 좀 이상해 보이지만 현지인들에게 배운 방법이니 이게 정석인 거다.



다소곳이 자리를 잡고 사진 한 장 다니 남겼다. 이 정도는 찍어 놔야 사진 같아 보이니까 말이다.



청양고추가 좀 더 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너무 매우면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들에겐 이질감이 있을 수도 있겠으니 이 정도면 되겠지 싶었다.



청양고추도 담뿍 넣고, 국수 위에 올려진 녀석들도 들고 촬영해 봤다. 야채 양이 장난 아니다. 대개 식당에 가면 풀떼기 가격 비싸다는 핑계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인데 여긴 시골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주 풍성하다.



여기 양념장은 조금 독특하다. 내가 요리를 할 땐 보통 달래장을 만들어 쓰는데 여긴 부추장이다. 시뻘건 국물도 내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이것이 이상하게 짜지 않다. 



이젠 먹을 준비 끝. 서울에서 행주산성 아래 행주국수가 이 식당에 대적할 만하다. 면발은 행주국수 승!! 여기 육수는 디포리로 끓이는 것 같다. 나름 부산, 울산 출신인 아무개가 육수를 맛보며 그러더라는...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대개 양념장은 부가적인 깊은 짠맛을 가미하기 위해 만들게 되는데 이건 그렇지 않았다. 아마 이미 디포리 육수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구수함을 살리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양념장이 육수보다 나대면 안 되니까 말이다.

속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어제 술을 마셨던가 싶을 정도였다고 하면 좀 오버일까?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말을 잃고 국수와 육수를 번갈아 흡입하는 사람들. 이걸 5천 원짜리 국수라고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 우린 모두 곱빼기였으니까.



5천 원짜리 만두인데 6개가 나왔으니 개당 1천 원이 안 되는 거다. 사이즈는 크지 않지만 소가 꽉 찬 게 그 안에 대체 어떤 녀석들이 들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바로 만두 쪼개기. 그 안에 든 녀석을 확인해야 하니까.



음~ 예상했던 대로 고기만두였군 싶었는데 맛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이건! 이건...... 갈비만두가 분명하다. 식감이 다르다. 쫄깃하고 쫀쫀하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것이 겨우 5천 원짜리 만두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강남에서 팔면 얼마나 할까 싶었다.



양이 은근히 많다. 국수를 흡입하며 육수를 계속 붓고 양념장도 조금 첨가하며 내 맛을 유지시킨다. 그렇게 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추 등 야채가 아직 푸짐하다. 많이 먹으면 속이 부대낄 법한데 우린 마구 욱여넣고 있었다. 배가 고픈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누구 하나 해장하지 못했다는 사람은 없었으니 진심인 거다.



짜잔~ 드디어 모두 흡입했다. 만두 역시 하나 남지 않았다. 저 육수도 마저 마시지 못한 건 이미 주전자 하나를 다 마셔버렸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대동할매국수 분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역시 남쪽 나라는 면 요리의 천국 아닌가 싶다. 밀면만 해도 아직 가볼 집이 줄을 섰는데... 언제 다 순방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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