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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29. 2022

30년 맛집, 43탄-랍스터 파는 해운대 포장마차

3년 만에 찾은 1호집, 할매는 그대로였다

잦은 부산 출장. 이번에도 술자리를 빼먹을 수 없는 주당들.

내가 브런치에 소개한 식당들은 이제 내가 가도 자리가 없을 정도가 됐기 때문에 장소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해운대의 유명 식당들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상하게도 초심을 잃은 식당들만 나열되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머릿속 기억들을 휘휘 젓다가 2019년 6월 26일 장맛비가 쏟아지던 그때, 일행들과 찾아들었던 곳을 기억해내고 말았다.

이미 선배님께는 오랜 단골이셨지만 내겐 정말 생소한 충격을 줬던 곳이다. 해운대를 오가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나에겐 해운대에 무슨 포장마차가 있겠나 싶었는데 사실 오래전에는 해운대의 포장마차가 그렇게 유명했다고 한다. 그 수도 엄청났다고.

나는 스마트폰 갤러리를 뒤져 오래전 사진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당시 난 맛집 관련하여 글을 쓸 생각이 없었던 터라 쓸 만한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엄청나게 큰 랍스터를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의 할매 사진 한 장을 들고 포장마차 단지를 찾아갔다.


좀 이른 시간이라 아직 영업 시작 전인 식당도 있긴 했지만 영업 중인 포장마차 안의 할매들 얼굴을 살폈지만 사진 속 할매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선배님과 통화 후에야 난 그 집이 1호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1호집이란 포장마차 안의 할매 얼굴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진 속 할매와는 전혀 다른 분 같았다. 난 옆에 있는 튀김과 잡화를 파는 포장마차를 지키고 있던 남자에게 사진 속 할매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고 그 역시 1호집 할매라고 했다.



난 스마트폰을 연 채로 1호집 할매에게 다가갔고, 할매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이거 내 맞네."

맞긴 맞는구나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같은 인물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젊어지신 것 같아서.

우린 역시 랍스터를 주문했고(가격은 20만 원) 랍스터를 들고 사진 한 장 남기기로 했다.

지금 이 두 사진을 비교해 봐도 역시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어지신 것 같다.

(좌=2019년 6월 26일 / 우=2022년 4월 27일)

* 잘 보니 앞치마(?)는 같은 패턴이다. 같은 옷 맞나?



그러고 보니 이 집도 30년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울산 출신의 동료가 이 집 생칡즙이 맛있다 하여 차를 돌려 돌아왔고, 한 잔씩 마시고 해운대로 향했었다. 한 잔에 2,500원이다.



해운대는 모래축제 준비로 한창이었다. 이미 완성된 모래성도 있었고 아직 제작 중인 것도 있었다.



눈앞에 이 녀석들이 나를 성가시게 굴었다. 날 잡아 잡슈~

일단 랍스터를 주문했으니 녀석은 다음 코스로 정했다.

이제 올 시즌 끝물이라 하니 더욱 구미가 당겼다.

털게...

스트레스를 훌훌 털게~



기본적인 메뉴가 차려졌다. 싱싱한 낙지가 매우 연하다. 질기지 않아 맛이 좋고, 자연산 멍게는 향과 풍미가 진하고, 올 시즌 끝물인 해삼도 마지막 오독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주에서 흔히 먹던 뿔소라, 사이즈가 큰 편인 전복. 난 전복 내장을 독차지했다. 전복 내장에 영양분이 가득하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손질된 랍스터 꼬리. 고소하고 달콤한 꼬리회? 이건 정말 별미 중 별미 아닌가? 이것 때문에 소주를 몇 병이나 마셨는지 모른다. 사이즈가 엄청 큰데 20만 원이 아깝지 않다. 사실 인터넷으로 생물 거래하려 해도 그 정도 가격은 줘야 살 수 있다. 게다가 여긴 기본 안주도 주고, 조리도 직접 다 해 주시니 좋은 데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포장마차의 진한 추억도 되살려낼 수 있으니 전혀 아까울 것 없다.



다음으로 나온 이 녀석. 집게살과 다리살을 쪄서 나왔는데 푸릇한 내장에 찍어 먹는 맛은 여전히 일품이었다. 이 것 때문에 또 소주가 몇 병인지...



마지막으로 랍스터라면. 이건 정말 비기 중의 비기다. 술 마시고 바로 해장에 돌입하게 만드는 요리다. 30년 이상 끓여 오셨으니 이 내공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지경이다. 랍스터 껍질에 붙은 아까운 살덩어리를 이렇게 활용하여 아까울 게 하나 없다. 게다가 싱싱한 홍합, 조개 등을 넣어 더욱 진한 해물 향에 라면에 금을 입힌 듯하다.



예고했던 대로, 우린 랍스터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바로 털게를 주문했다. 5만 원. 한 식당에서 2차까지 진행하게 된 거다. 정말 얼마나 맛나게 먹었던지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다 흐뭇했을 정도였다. 손가락까지 쪽쪽 빨며 털게를 음미했는데 여기선 또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모른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벌써 조명까지 켜진 모래조형물이 보였다. 곧 개장하면 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겠지...

이젠 질릴 정도로 익숙해진 해운대 야경도 한 컷 촬영해 봤다. 스마트폰으로 이 정도면 성공했지 싶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맥주 생각이 간절하여 다시 나와 피자에 맥주를 마시고 말았다. 그렇게 먹고도 피자를 두 판이나 시켜 먹었으니 아무튼 술이 술을 마신다는 말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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