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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18. 2022

30년 맛집, 44탄-부산서면 좁은 골목 대구뽈찜

부산 서면의 30년 훌쩍 넘은 로컬 맛집

부산에 좀 다녀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서면 롯데호텔 옆 포장마차 거리를 알고 있을 거다.

저녁이 되면 포장마차가 줄을 지어 서는 골목 안에 그보다 더 좁은 골목이 있다.

처음 이 식당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인터넷 지도를 열었지만 확인이 되지 않아서 로드뷰를 열었건만 안타깝게도 그 골목을 지나쳐 버려 도무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상호를 듣고서야 검색해보고 알게 되었는데 '제일솥뚜껑'이라는 상호와 '대구뽈찜'의 연결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직접 가본 후에야 알게 됐지만 원래 생고기구이가 전문이었다가 대구뽈찜이 유명해진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는 대구뽈찜이 맛있다는 정보를 기준으로 찾았기 때문에 생고기 같은 건 무관심!



정말 후미진 골목이었다.

몇 년 전 서면 뒷골목에서 발견한 퓨전 참치 전문점이 기억났다.

그 식당도 이런 골목 안에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메뉴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었다.



기본찬이 먼저 차려졌다.

누가 술꾼 아니랄까 봐 이거 가지고 소주 한 병을 마셨으니...

대체 술을 마시로 온 건지 대구뽈찜을 먹으러 온 건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막상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나니 이게 뽈찜인지 뽈탕인지 정의를 내리기 어려웠다.



아무튼 부산에선 이걸 찜이라고 하나보다 하고 마음의 정리를 하고 끓기를 기다렸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른 후 토핑 된 양념을 육수 안에 억지로 밀어 넣고 콩나물도 육수 구석구석 밀어 넣었다.



부산 출장 때마다 롯데호텔에 숙박하기 때문에 우연히 발견한 이 식당을 알려주신 찐단골님의 주문법에 따라 고니는 별도로 주문했다.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 고니를 넣어야 한다는 주문법에 의해서다.



국물 맛이 어떨까?

일부러 매운맛으로 주문하지 않았는데 칼칼하니 시원한 국물이 서울 양재동 단골인 양재생태동태탕을 떠올리게 했다.

그 할머니는 30년 넘게 혼자 장사를 하시다 지인에게 가게를 넘기고 떠나셨고, 난 그 후로 발길을 끓었다.

단골 하나 없어졌을 때의 그 상실감이란...

아무튼 그 집은 내 평생의 찐맛집이었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여기는 부산이고...

양재생태동태탕보다는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덜 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매콤하고 시원한 국문이 괜찮아 계속 국물을 떠먹게 했다.

원래 콩나물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콩나물의 식감만 보고 말았고 대구뽈찜이라는 가면을 쓴 대구뽈 맛을 보기로 했다.

아무튼 맛을 좌우하는 건 뽈이 아니고 국물인 고로 국물이 맛있으니 뽈도 맛있다는 결론이다.



육수가 팔팔 끓어오른 후 고니를 투척했다.

대구알은 주문하지 않고 온리 고니만 주문했고 이것 역시 술안주가 되기에 충분했다.



아무튼 열심히도 퍼 먹었던 것 같다.

빵빵한 에어컨 아래에서 먹으니 더운 것도 뜨거운 것도 모른 채...

입천장을 데이고도 미련하게도 먹은 것 같다.

배가 불러서 마무리를 하려고 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여긴 독특하게 우동사리를 넣고 끓인다.

라면을 주문할 수도 있다고 하나 생우동으로 주문.

배는 불러도 들어갈 공간은 있는지 꾸역꾸역 잘도 들어간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국물을 퍼내고 이번엔 밥을 넣고 볶았다.

이젠 소주도 안 들어갈 정도가 되고 말았다.

역시 술꾼들에겐 철칙이 지켜져야 한다.

밥 먹으면 술을 먹을 수 없다는...



먹을 거 다 먹고 꺼억거리며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메뉴판을 촬영해 놨다.

애초에 국물 먹으면서 이 제일솥뚜껑을 소개하는 글을 쓸 생각이 들었으니 끝까지 마무리는 잘해야겠지 싶었던 거다.

매운맛이 조절된다고 하여 다음 방문 때 맵게 해달라고 주문하려 했는데 깜빡하고 보통으로 주문해서 먹고 왔다.

기껏 이 주 정도밖에 안 됐는데 기억을 잊다니... ㅋ

도중에 맵게 해달라고 해도 된다.

청양고춧가루로 매운맛을 조절하더라는.



나오는 길, 입구엔 요즘 보기 힘든 추억 속의 발이 이렇게 걸려 있었다.

30년은 한참 넘었다고 했는데 이것만 봐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엔 중국집에 참 많이 걸려 있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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