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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0. 2022

51.양재동 용무있습니까?
맛있는 매운맛의 짬뽕

거참! 매운맛이 생각나면 그냥 이 집이다

역시 술꾼은 어쩔 수 없다. 속이 털린 느낌이 들면 나도 모르게 매운맛을 찾아다니게 되는 묘한 본능인 거다.

양재동 골목을 두 바퀴는 돌아본 것 같다. 휴일이라 쉬는 식당도 많고, 자주 다니던 식당도 왠지 썩 당기지 않아 색다른 메뉴를 찾아다닌 거다. 이 집 저 집 나름의 간판 찾기 노하우를 시전 하며 오래된 식당을 서칭 하기 시작했다.

감자탕도 별로, 순댓국도 별로, 해장국도 별로, 설렁탕도 별로...

딱히 맘에 드는 음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두 바퀴를 돌다가 가끔 가본 적이 있던 골목으로 차를 돌렸는데 <짬뽕 전문점>이라는 간판에 시선이 꽂히고 말았다. 짬뽕이란 메뉴는 평소에도 워낙 자주 접하는 흔한 음식이고 중국집에서나 먹던 짬뽕을 두고 전문점이라고 표방하던 식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거품처럼 사라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도 살아남은 곳이 있다니... 우린 차를 세우고 식당 앞에 섰다.

<용무있습니까?>

이게 식당 상호가 맞는 걸까? 잠시 고민이 되기 시작했는데 묘하게 끌리는 메뉴. 더 돌아보기도 귀찮은 나머지. 우리는 속는 셈 치고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짬뽕이 다 비슷한 짬뽕이지. 오죽하면 웃기는 짬뽕이라는 말도 생겼을까마는...

입구에 보니 "우리 집 짬뽕은 볶음짬뽕에 가깝습니다"라는 멘트가 적혀 있었다. 갑자기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을 기대하고 왔던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다른 집으로 갈까 싶었지만 이내 귀차니즘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차피 속는 셈 치고 온 거니 그냥 속아보자는 마음으로 말이다.

전혀 기대한 바가 없어서 여기 사진엔 없지만 이 식당은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다.

짬뽕은 일반과 얼큰 메뉴가 있고 얼큰 곱빼기가 1만 원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얼큰 곱빼기 두 개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식당 안엔 우리밖에 없었다. 물론 식사 시간이 되려면 아직 멀기도 했고 주말이었으니 그랬던 것 같다.

테이블 패턴이 짬뽕집과 잘 어울리지 않는데 감각적이다. 게다가 식당 안에 붙여 둔 여러 프린트물이 어지럽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나름의 짬뽕 철학들을 많이도 붙여놨다 싶었다.



사실 짬뽕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기대한 바가 없다. 게다가 작지만 공깃밥도 준다. 나중에 말아먹으라는 설명과 함께.

공깃밥은 추가로 더 주더라는... 하긴 키오스크로 선불 주문했는데 추가로 요금을 더 받기도 애매할 것 같다.



비주얼은 그렇다 치고 일단 맛을 봐야 알 것. 짬뽕 면발이야 그렇다 치고 걸쭉한 짬뽕 국물이 침샘을 자극했다. 일단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

오호~ 이거 오늘 완전 대박이지 싶었다. 이런 맛집이 숨어 있었더니 말이다. 첨엔 평소대로 인스타 용으로 사진을 찍다가 작정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올려도 될 만한 집이란 판단이 들었던 거다.

면발을 사진으로 표현할 순 없지만 쫄깃쫄깃한 것이 여느 중국집의 기계 면발과는 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수타는 아니겠지만 반죽에서 뭔가 다르긴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짬뽕의 가장 특장점을 꼽으라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내용물이다.

고기도 많고 야채도 많다. 면은 면대로 이거 동네 짬뽕집에서 괜찮다 싶은 삼선짬뽕을 시켜도 1만 원이 훌쩍 넘는 요즘 이 정도 퀄리티면 더할 말이 없다.



허기를 채우며 주변 인테리어를 살피기 시작했다. 흠~ 야구광이시군. 사인볼이 장난 아니다.



돼지고기가 이리 많다. 아무튼 뻘건 국물 때문에 바닥을 볼 수 없어서 그렇지 먹어도 먹어도 나온다. 이건 거의 양평의 원조 양평해장국집인 양평신내서울해장국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반찬인 짠차이도 나온다. 차라리 중국집보다 나은 것이 이건 직접 만든 게 분명하다. 차이나타운에서 워낙 많이 사다 먹는 편이라 잘 안다.



처음엔 정말 면만 먹고 말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완전 오산이었다. 밥을 말아먹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그것도 몇 숟가락 뜨고 남길 줄 알았건만... 그것조차 오산이었다.



결국 거의 바닥을 보였는데 더 이상은 무리였다. 왜냐고? 너무 매워서 땀이 주룩주룩...

휴지를 너무 많이 쓰게 만든다. 이마, 콧잔등, 볼, 턱 아무튼 이거 여름에 먹으면 죽겠지 싶었다.



나오면서 외관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나올 무렵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동네에서는 나름 맛집으로 선방하고 있는 듯했다. 여자 손님들은 탕수육 주문해서 맥주 마시던데 해장하러 와서도 부럽더라는.






우린 여길 자주 오기로 했다. 왜냐고? 술꾼들이 술을 끊을 리는 없고... 술 마시면 자꾸 생각날 게 분명하니 말이다. 담엔 탕수육에 맥주 마시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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