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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0. 2022

52.기피하던 돼지국밥을 새로 보게 만든 하오돼지국밥

돼지 비린내 하나 안 나는 해운대 진국 돼지국밥

SNL에서 외국인 입장에서 느낀 실용 한국어를 표현한 영상을 봤다.

거기선 최고의 감탄사를 두고 4단계로 표현하고 있었다.



SNL 코리아 시즌2 이상엽 하이라이트 | 야나단이두ㅣ SNL 코리아 하이라이트 |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 쿠팡 - YouTube

https://youtu.be/I52aPp4ezl0



이 식당을 다녀온 후 이 링크를 받아 보고선 제목을 이렇게 정하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상스럽고, 또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표현일 수밖에 없는데 어쩜 이 상황에 너무 절묘하게 어울리는 영상이었다.

아니, 정말, 진짜, 시발 존나 맛있네...

우리 셋은 이 영상을 보며 같은 표현을 연발하고 말았다.


몇 년 동안 잦은 부산 출장을 통해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가 몇 년째 쓰고 있는 <빗맞아도 30년 시리즈>가 있는데 부산에는 30년 넘은 식당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아직 시리즈에 넣지 않은 식당들이 많고 그중 기대를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제외된 곳도 있었다.

제주도나 타지에 가면 그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을 찾게 되는데 사실 지인이 있지 않은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린 마침 부산에 업무가 많아 여러 지역의 로컬 맛집들을 꽤 소개받아 찾아다니곤 하는데 이 식당은 정말 기대 이상의 맛으로 나를 탄복하게 만든 곳이다.

종업원인가 싶었던 젊은 부부가 식당 주인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듣자 하니 한때 벤처기업을 경영하다 뭔 사연인진 몰라도 사업을 접고 생뚱맞게 돼지국밥 식당을 하고 있다고...

그런데 부산에선 흔하디 흔한 별 것 아닌 종목인 돼지국밥이라니... ㅎㅎ

아무튼 지인께서 하시는 설명을 들어보니 돼지국밥에도 벤처 정신이 녹아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냄새도 없는 기똥찬 육수와 육질을 뽑아냈나 싶다.


난 돼지국밥을 딱히 즐겨 찾는 편이 아니다.

30년 이상 된 유명한 돼지국밥 맛집이라고 소개받아 가본 식당들 중 딱히 맛집이라고 선을 긋기 애매한 곳들이 많았고 더군다나 순댓국 이상의 만족도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게 된 메뉴가 바로 돼지국밥이다.

그런데 그 편견이 바로 이 식당에서 깨지고 말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부산에서 지명도 높은 분이 단골이라며 저녁식사 장소로 지정한 곳이라 호기심이 없진 않았다.

돼지국밥이라는 것이 순댓국이나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하던 나였기에...



사골 같은 뽀얀 국물이 진하다. 여느 순댓국 맛집에 가도 이런 정도의 비주얼은 볼 수 있으니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 숟가락을 넣어 휘휘 저어 보았는데 일단 돼지고기가 꽤 많다.

게다가 살코기가 많고 고기질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돼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

그릇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지만 어찌 된 일인지 돼지 비린내가 없다.

그곳에 우리를 초청한 분께서 설명해 주시길...

"이 집 육수는 닭발을 끓인 겁니다. 그리고 육수 떨어지면 문 닫는 집입니다."

그런 듯했다. 어쩐지 뭔가 다른 듯한 느낌에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건강에 좋다는 부추를 양껏 넣고 추가로 주문해서 더 넣고 양념장도 넣고 새우젓도 넣었다.

문제는 내가 실수를 하고 말았다는 거다. 그냥 담백하게 시작한 후에 양념을 할 것을 말이다.

그렇게 했어야 뽀얀 육수의 참맛을 제대로 느꼈을 것이니까.

아무튼 일은 이미 저질러진 것! 나는 순댓국 먹듯 나의 취향의 순리에 따르기로 했다.



문제는 셋 다 같은 코스를 돌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역시 대선 소주를 잊지 못하고 바로 한 잔 걸친 후 음식에 관심을 둔 터라 마음이 급하기도 했다.



드디어 안주가 준비됐다. 밥 안주인지 술안주인지 모를 상황.

절대 시장이 반찬이다 같은 개념으로 맛이 있다고 표현한 게 아니다.

정말 닭발 베이스의 육수는 너무 진하고 구수했다.

돼지 비린내가 없다는 이 기가 막힌 절묘함이란 오래전 밀양에서 먹었던 돼지국밥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둠순대?

순대가 뭐 다 거기서 거기 같긴 하지만 맛있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이미 돼지국밥에 입맛이 반해버린 상황이라 순대에는 별다른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린 순대 요리를 먹으러 온 게 아니라 돼지국밥을 먹으러 온 거니까 말이다.

아무튼 순대를 두고 맛이 있다 없다 같은 개념을 두고 왈가왈부하진 않으련다.



드디어 기다리던 수육이 나왔다.

먹기 바쁜 동료들이 내가 사진 찍는 활동을 하는 걸 알고도 남은 순대를 수육 위에 쏟아부었다.

난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순대를 다시 덜어내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무튼 사진은 망가지지 않았다.



역시 돼지 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한방으로 어찌어찌했다는 설명이 있긴 했는데 내게도 돼지 요리에 대한 비법이 있기 때문에 귀담아듣진 않았다.

일단 수육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쫄깃한 식감이 적절히 살아있고 씹기 좋은 정도의 두께였다.

돼지국밥만 가지고 술안주가 되지 않으면 이게 필요할 거다.

그냥 코스요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러저러...

꾸역꾸역 소주와 돼지국밥, 순대, 수육을 밀어 넣었다.

한참 후에야 깍두기 국물을 발견하고 국밥에 첨가했다.

역시 내 취향은 이거다.



식사하면서 메뉴판 사진을 찍었다.

음냥~

가격이 착하네?


밖으로 나와서 간판 찍었다.

특미마라국밥이 당긴다. ㅎ

다음 출장 때 도전해 보기로 하고...

다음 주에는 일본 출장이니 2주 후에나 오겠구나.



해운대 엘시티가 보인다.

하오돼지국밥은 그 유명한 금수복국 바로 옆에 있다.

24시간 운영한다 하니 술 한잔 마시고 해장하기에 딱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육수 다 떨어지면 문 닫는다는데 이걸 어쩌나 싶다. ㅎ

성수기나 주말엔 맛도 못 보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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