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루파고 May 04. 2022

가격에 뜨악! 제주시청 앞 흑돼지 로컬식당

야들야들한 숙성 흑돼지 목살

가끔 이렇게 생각지 못한 맛집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식도락의 길을 걸은 지가 무려 2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특히 제주에서 이런 집을 발견한 건 신의 한 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코로나 거리두기 제한이 풀린 덕분인 거다.

비행기가 무려 35분이나 지연되어 제주에 도착하니 10시 40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소주 한잔 할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이번에는 어디 가서 목을 축일까 해서 머릿속 지도를 훑기 시작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는데 마침 제주도민 서프로님이 제주시청 쪽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제주시청이면 혹시 대학로?

역시 그랬다. 기억 속에도 역시 그쪽 만한 곳이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제 코로나도 끝물인지 대학로는 불야성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지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대로에서 골목을 지나치며 오래된 간판이 하나 보였고 설마 하니 그 집을 가게 될까 싶었는데 차는 점점 그쪽 골목을 향하고 있었다.

어쩌면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것 같다.

오래된 간판 앞에 서서 잠시 고민하게 된 것이 영업시간 때문이었다.

이제 한 시간 후면 문을 닫는다는데 과연 한 시간 안에 알코올에 흠뻑 젖을 수 있을지 궁금했던 거다.

하지만 선택의 시간은 짧았다. 이리저리 다니다 시간만 까먹을 게 뻔하니까 말이다.

고민은 끝! 생각은 행동으로!





식당에 들어서자 할망 두 분이 홀에서 정리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 넓은 홀에 손님은 달랑 한 명뿐이었다. 게다가 조금은 역한 돼지 비린내가 코를 자극했다.

잘못 들어온 걸까?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정말 고민이 많았지만 역시 한정된 시간이란 제약이 발을 잡았고 나의 불안한 엉덩이를 의자에 눌러 버리고 말았다.



사이즈가 작아 보이지만 사실 접시가 커서 그렇다. 두께도 얇아 보이지만 그것도 접시가 커서 그렇다. 두툼한 목살에 박힌 까만 털이 흑돼지라는 걸 증명한다.

전혀 기대하는 바가 없어서 그랬을까?

흑돼지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흑돼지가 반갑기도 했다.

게다가 그 흔한 멜젓.



점심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그랬을까? 비릿하던 돼지 비린내는 이미 잊히고 없었고 불판에 익어가는 목살에 정신이 쏠려 버렸다. 살살 타지 않게 잘 구워 맛있게 먹을 수만 있기를...



역시 1차 뒤집기는 성공했다. 태우지도 않고 노릇노릇 잘 익어가는 흑돼지 목살.



이게 2인분이다. 1인분에 12,000원이었던 것 같다. 양은 대량 1인분에 200g일 것 같다. 메뉴판엔 처음부터 관심이 없어서 사진도 없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게 바로 그 이유다.



서프로님과 교감을 위해 흑돼지 목살로 건배를 하고 맛을 음미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을 주고 말았다. 목살이란 녀석이 원래 질기지 않은 식감이란 건 뻔히 아는 일이지만, 이건 격이 다른 느낌이었다. 연탄불도 숯불도 아닌 구형 불판이 구워낸 목살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그래서 물어보니 이건 숙성 목살이란다. 어쩐지 뭔가 다르다 했다. 아무튼 숙성이라고 하는데 굵은소금이 뿌려진 걸 보면 소금 숙성이 아닐까 하는 멍청한 상상을 했다. 



멜젓에도 찍어 먹기 시작했는데 진하지 않아서 좀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서프로님에게 설명을 들으니 그건 취향의 문제일 뿐이고 제주사람들은 청양고추를 잘라 넣어 먹는다고 하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2인분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어서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주문하지 않을 수 없는 맛이다. 고기란 것이 참 거기서 거기라고 볼 수도 있는데 가격이 착하니 만족도가 높았다. 제주도의 유명 관광객 식당에 가면 거의 세 배 정도 되는 가격을 주고 먹어야 할 판인데 돈** 칠** 등에도 자주 다녀본 바, 가성비와 가심비로 갑이다.



아무튼 계속 굽는다. 수다를 떨며 먹는데 고기 굽는 건 열중이다.



이것도 제주 스타일이라고 한다. 한라산 소주를 멜젓에 부어 끓인다고...

마실 소주도 부족한데 이건 죄악이다.

이번에도 청양고추를 가득 채우고 보글보글 끓인다.



마지막으로 김치찌개를 주문해 마무리를 해준다. 시원한 건 뭐 뻔한 거니까 설명이 필요 없다.

계산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싼 것 같아, 할망에게 택시 타고 들어가시라고 택시비를 현찰로 드렸다.

우리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시게 한 죄스러움 때문에 말이다. ^^

원래 기대하고 간 곳이 아니라 들어갈 때만 해도 간판에 관심도 없었는데 나오는 길에 사진을 남겼다.

황당하게 발견한 이곳 왕대박왕소금구이.

자주 갈 수는 없겠지만 늦은 시간 공항에 도착하게 되면 또 찾아가게 되리란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갈치, 고등어 등 제철회는 서비스! 제주 객주리 조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