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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12. 2022

56.부산 연산동의 고급진데 저렴한 복 전문점, 여가복

복 요리집이 흔하디 흔한 부산에서 복 하나만 가지고 승부가 났다

사실 복 요리는 어지간히 작정하지 않고선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청담복집부터 해서 내 브런치에 소개된 서울의 복 전문점만 해도 몇 곳이던가?

제주도의 만부정복집도 소개한 바 있다.

30년 넘게 영업을 해온 그 집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가격이었는데 작정하고 부산 맛집 사냥을 다니던 중 발견한 바로 이 집, 여가복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연산동의 가장 유명한 명물은 뭐니뭐니 해도 정신없는 연산육거리의 교통체증이 아닐까 싶다.

일 때문에 부산을 오다닌지 워낙 오래된 터라 부산에 맛있다는 집은 얼추 다닌 것 같은데 요즘 연산동은 유흥가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 무시무시하던 연산육거리가 예전처럼 밀리지 않는 듯했던 이유가 그것인 듯하다.

아무튼 작정하고 나선 연산동.

요즘 연산동의 나름 소문난 맛집 몇 곳을 다니며 여가복을 포함 한 집 더 소개할 예정인데 흔한 아이템도 아닌데다 가성비로 나를 사로잡은 복 요리를 먼저 시작한다.


여가복이라는 상호가 나를 사로잡았다.

자칭 타칭 소설가라고는 하지만 그건 취미일 뿐, 먹고 살기 위해 생업에 열심인 내게 네이밍이란 부분은 내게 꽤 큰 포지션에 해당한다.

제안서를 쓰다보면 제목부터 고민해야 하는 기획 쪽 업무에 길들여진 탓일 게다.

여가복!

여기가 복집이라는 뜻일까?

나는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위쪽에 유료주차장이 있어 파킹하고 내려와 간판을 확인했다.

어쩌면 차라리 한자를 섞은 간판이었음 하는 아쉬움이 좀 남았다.

아마도 나라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투철한 직업정신의 발로였던 것 같다.

아무렴 어떤가?

맛이 중허지!



아무튼 미친 인간들이다.

안주를 주문하고 폭탄주부터 말아먹기 시작한 걸 보면...

항상 그런 건 아닌데 그날은 이상하게 배가 고파서 맥주라도 채워넣고 싶었다.



그렇게 두세 잔 꿀꺽 꿀꺽 들이붓다 보니 기본찬이 차려졌다.

오호~ 이거 심상치 않은데~

우리 둘 다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자제하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맛있다면 다시 또 오게 되겠지만 다음에도 같은 메뉴를 먹을 것 같진 않았기에 사진을 남겨두는 게 현명한 판단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복집들이 대개 그러하듯...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정갈하다.

특히 복조림, 나중에 알았지만 복튀김만두(정확한 메뉴명인지는 모르겠다)의 비주얼이 눈에 꽂히고 말았다.

그런데 두 가지 요리에 눈길을 주느라 미처 몰랐지만 김치와 묵도 나름 정갈해 보였다.

내겐 오이무침이 입맛에 맞았다.


이 기본찬 가지고 소주 한 병은 마신 것 같다.



드디어 차려진 이 녀석.

메뉴명이 뭐였더라... ㅎㅎ

뒤에 있는 사진 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 이놈의 귀차니즘은 감당할 수가 없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만 해도 용한 일이지 싶다.



비주얼 때문에 그냥 두고 먹고 싶지만 소스와 버무려 먹어야 한다는 직원의 설명에 어쩔 수 없이 예쁜 플레이팅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었다.

모양이 중헌가? 맛이 중허지. 덴장!



그래도 이런 샷은 찍어줘야 맴이 편한 법.

이 메뉴 하나 가지고 소주 각 일 병씩은 마신 것 같다.

이 날은 정말 재밌는 일이 있었다.

바로 옆에 연세 지긋한 젊잖은 노신사 두 분이 대작하고 계셨는데 대뜸 내게...

"이 친구 정말 잘 생겼네."

그러시더라는...

흔히 들어왔던 말이라 별로 당황스럽진 않았지만 바로 옆자리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됐다.

한 분은 대학에서 교수님으로 계시고, 다른 한 분은 정년퇴직하고 카메라에 취미를 붙여서 매진하고 계신다 하시는...

서로 소줏잔을 부딛히며 몇 잔을 마셨는데 우리 테이블에 소주 한 병을 주문해 주셨고, 이래저래 한참을 대홯하다 술이 모자라 또 우리가 한 병 주문해 드리며 오가는 재미가 있었다.

명함도 나누고, 다음날 카톡도 주고 받고, 어제도 좋은 식당을 소개해 주신다며 카톡을 주셨다.

다음엔 합체하자고 제안도 해주시고.

아무튼 그분들도 나와 맛집 사냥 다니는 비슷한 취미가 있어서 앞으로도 자주 뵐 것 같긴 하다.

그분들은 여가복 단골이라 하시더라는...




여기서 끝낼 우리가 아니다.

술이 고프니 안주가 고프고, 안주가 나오니 술이 고프다.



복 불고기다.

솔직히 말하면 먼저 먹었던 메뉴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복 요리는 자고로 강한 양념보다는 복 고유의 맛을 잘 지켜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아무튼 요리는 취향이니 어떤 게 정답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요녀석이 맘에 들어 정식 요리로 주문했다.

정말 게 눈 감추듯 해치운 것 같다.

이때부터는 술이 술을 마시는 타이밍!

%&($&$^%#^%$&(&%*)^&

자고로 술꾼들에겐 따끈하고 시원한(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표현) 국물이 필연적이다.

더군다나 시원한 국물로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복 지리가 코 앞에 있으니 주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수님들은 사모님과 만나기로 하셨다면 자리를 뜨셨고 일행과 난 2차 아닌 2차가 시작되고 말았다.



지리로 끝났다면 말이다. ^^



복 매운탕까지 주문하고 술자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젠 필름이 좀 끊겨야 정상인데 아마 이 자리에서 폭탄주용 맥주 1병을 포함해 각 네 병씩은 마신 것 같다.

교수님이 주문해 주신 소주 포함하고, 한 병 주문해 드렸으니 결국 같은 거니까.



복 지리에 복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술 기운에 꾸역 꾸역 잘도 밀어 넣었다.

맛을 알고 먹는 건지는 몰라도 담백하고 시원하고 칼칼한 깊은 맛에 소주가 더 당겼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열심히 먹으며 찍어둔 메뉴판이 있다.

앞으로도 점심에 올 일은 없을 것 같고.(술꾼이 그럴 수가. ㅎ)



이번에는 좋아하는 복 껍질이 다 소진되어 주문할 수 없다 하여 다음 기회로 미루었고, 더 중요한 건 참복 사시미에 대한 미련이 생겼다는 거다.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 하여 언제 주문해야 하나 물어보니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이유는 알 수 없으나(나중에 재방문해서 알게 됐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계산을 했다.

둘이 복 요리를 그렇게 시켜서 진탕 마시고도 12만 원이면 가성비 좋지 않나 싶다.

맛은 물어볼 것도 없고, 아무튼 다시 오지 않을 수 없는 집이라는 게 증명된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나의 부산 맛집이 하나 추가됐다.





이틀 후 제주도에서 아주 귀한 분이 오셨다.

서프로님이라고...

어쩌다 보니 반 정도는 부산 사람이 되고 있는 중인 내게는 제주에서 부산까지 손님이 올 일은 서프로님 빼곤 절대 없을 것 같다.

제주도에서 그 유명한 해녀 서프로님.

앗! 여자라는 게 들통난 셈인가?

제주에도 유명한 복집이 정말 많다.

서프로님 역시 깨나 유명한 맛집들을 섭렵하고 다닌 사람이라 냉큼 여가복을 소개하고 싶었고 고민도 하지 않고 이 집을 정한 상태였다.

왜냐고?

그날은 미처 맛보지 못했던 참복 사시미를 맛보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첫날 홀에서 보긴 했지만 와인도 팔긴 하더라.

난 토종이라 그런지 회에 와인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고,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긴 한데...

아무튼 와인도 팔더라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본찬이 차려지자 마자 폭탄주 한 잔을 들이 붓는다.

서프로님은 대체 어느 분야의 프로님이신가요?



그렇게 한 잔, 두 잔 마시며 시간을 죽이다 보니 드디어 참복 사시미가 내어졌다.

이 영롱한 녀석.

반투명한 복의 살이 아주 맛깔스럽다.

제주에서 낚시를 하면서 복을 많이 잡았었는데(물론 다 놔주지만) 그게 바로 쫄복이란 녀석이라고 한다.

젊은 사장님(나중에 나이를 물어보니 40대라고. 헐~)이 사시미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퇴장.

역시 고민 없이 목구멍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쫄깃함은 그 어떤 생선도 따르지 못한다.

역시 참복이다.



요렇게 싸서 먹는 거란다.

처음엔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소스 종지에 반쯤 잘려 대각선으로 놓인 레몬이 아주 앙증맞다.

이런 소소한 것에도 세심함이 있는 것으로 보아 복 요리를 제대로 배우신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당연히 물어보았다.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기에 어떤 여유로 부산에 내려왔나 싶어 물었더니...

역시나 부산 아가씨랑 결혼하셔서 부산으로 내려오게 됐다고... ㅋㅋ


참! 하루 전에 주문해야 하는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됐다.

복이란 녀석은 테트로톡신(구 FBI에서 독약으로 쓰던 복의 독이다. 내 소설 중에도 출연시켜서 잘 아는 분야. ㅋ)이란 독을 가지고 있는데, 최소 12시간 이상 독을 빼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도 아주 미량의 독은 남게 되는데 그정도 독은 사람의 몰에 좋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만 맛볼 수 있다는...



이번 아나주는 첫날 맛보지 못했던 복껍질무침.

새콤달콤매콤한 소스가 미나리 등 야채들과 버무려진 복 껍질.

이거 정말 한무더기였다.

은근히 양이 많고 복 껍질이 야채보다 많아 술안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도 이 메뉴는 거르지 않을 것 같다.



역시 술은 ㅠㅠ

이후로 한두 병은 더 마셨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저번에도 이번에도 영수증엔 내역이 나오지 않는다.

원래 영수증을 보지도 않고 버리는 편인데 여가복은 영수증을 확인하고 싶게끔 한다.




이게 마지막. ㅎㅎ 징그럽다. 너무 쳐묵쳐묵.



흠. 이번엔 8천원 덜 나왔다.

아마도 술 두 병 덜 마신 듯.


오늘은 월요일 같은 화요일 ㅠㅠ

업무가 바쁜 관계로 맞춤법 검사도 안 했다.

업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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