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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07. 2022

55.이런 황당한... 돼지갈비 1인분에 1만원?

부산 사람이라면 단골 하나 만들 법한 찐맛집!

요즘 뜻하지 않게 기똥찬 맛집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남의 동네라서 그런 걸까?

모든 게 어색하기 때문에 다 별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죄다 이색적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기대심을 품고 있는 것인지도...

초읍동이라는 동네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듣자 하니 부자들이 살았던 동네라고는 하더라만 이제는 해운대에 완전히 밀린 것 같다.

완전 구도심의 느낌이 완연한, 좋게 표현하자면 예스러움이 남은 동네랄까?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이 지역 식당들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몇 년 동안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를 쓰면서 느낀 게 있다.

부산에서 30년 전통이라는 수식어는 별 의미가 없다는 걸 말이다.


이 식당은 전혀 계획이 없던 곳이다.

부산까지 와서 흔하디 흔한 돼지갈비를 먹을 생각도 없었고, 더군다나 레이더에 전혀 걸리지 않았던 식당엘 갈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기대가 없어서 만족도가 높은 건가 싶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을 리도 없으니까 말이다.



포커스가 좀 흐리지만 아무튼 SRT를 타고 오느라 좀 늦게 도착하는 동료의 시간에 맞춰 미리 자리를 잡았다. 월요일이라 문을 닫은 식당들이 많아 이 식당에 오게 됐지만...

우연찮게 가성비, 가심비를 잡은 맛집을 찾은 느낌을 받게 된 건 마지막에 올려둔 영수증 때문일 거다.

강남에서 이렇게 먹었다면 20만 원은 족히 나왔을 게 분명하고, 가장 중요한 건 정말 상차림도 그렇지만 고기 자체가 신뢰 그 자체다.

돼지갈비라고 하면, 특히 양념돼지갈비라고 하면 갈비뼈에 전지(앞다리)를 붙인 걸 주로 먹게 되는데...

(이건 정말 사기다. 가짜 갈비를 갈비라고 파니 말이다.)

여긴 요즘 흔치 않은 진짜 갈비다.

기대라는 걸 아예 하지 않았는데 120g에 1만 원이라는 걸 재차 확인했고, 고기도 다시 확인했다.

팩트 그 자체였다.

이거 싸도 너무 싼 거 야냐?

보통 냉동 돼지고기는 수분을 머금었다가 불이 닿으면 거품이 되어 나와 수분과 함께 흘러나온 허연 돼지기름이 불판을 흐르게 된다.

여긴 진짜 생고기 맞더라.

일단 거기서 점수가.



이걸 무슨 버섯이라 했는데, 노루궁뎅이버섯 같은 비싼 걸 줄 것 같진 않고...

식감이 좋아서 순식간에 흡입했는데 놀랍게도 계속 주더라는...



일단 숯불에 고기를 올리고 또 버릇처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내가 이러고 사는 걸 내 주위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다.

정신병자 아닌가 싶겠지만 맛집이 아니라면 절대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걸 모두들 알고 있다.



뻔한 비주얼의 뻔한 찬이다. 당연히 나와야 할 것들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마침 다진 청양고추가 보였고, 실수로 빼먹은 소금장을 달라고 해서 청양고추를 넣어 비볐다.

그건 내 스타일이니까...

개인적으로 오이장아찌가 괜찮았던 것 같다.



고기를 뒤집고 익어갈 무렵 드디어 동료가 도착했다. 이제 드디어 술자리가 시작된 거다. 그래서 중간 타임의 사진은 없다. 줄곧 붓고 마시고 씹고 뜯고 이빨 털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소금구이를 다 먹고도 아쉬운 우리는 양념갈비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아무래도 두 가지 다 맛은 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다.

이미 배가 터질 지경이었는데 대식가 한 명이 있어서 피해 갈 방법이 없었다.

솔직히 양념갈비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맛이 있었던 걸로...



그렇게 먹고도 뭐가 그리 부족한지 열무국수를 주문하는 대식가.

그런데 여기 (여)사장님은 양이 적다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역시 가격도 저렴하다.

1인분에 2천 원.

열무국수 2천 원이면 남겨도 아깝지 않을...

그런데 다 먹고 말았다. ㅎㅎ

미친 거다.

맛?

술 많이 마셔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칼칼하고 시원하게 딱 좋은 수준으로 먹고 나왔다.



계산하면서 너무 황당하여 메뉴판을 촬영해 왔다.

일부 가격이 오른 것 같은데 전에는 9,000원이었을 것 같다는...ㅎㅎ

나와서 간판도 찍었다.

들어올 땐 해가 떠 있었는데 벌써 해가 진 상황.



영수증을 촬영해 놨다. 얼마나 어이가 없으면 내가 이런 짓을 다 한단 말인가?

계산을 다시 하고 다시 해봤지만 역시 잘못된 건 없었다.

정상이다. 지극히 정상이다.

일단 서울에선 소주 맥주 5천 원이 기본이고...

120그램에 1만 원짜리 진짜 돼지갈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고로...





확인하러 다시 다녀왔다.

아무리 봐도 산수가... 분명 맞는데 이상해서.

사진은 이것만 찍었다.

귀찮기도 했고 배도 고파서...

인원은 그대로지만 술은 별로 안 마셨다.

그래서 이번엔 9만 원. 

아무튼 맞긴 맞는데 뭔가 덜 낸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강남 물가에 적응이 되어 그런지 몰라도 부산이 저렴한 건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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