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두부톳밥?

이런 요리가 존재했었던가?

닥치는 대로 하는 요리가 맛있을 때도 있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꼴이다.

봄에 뜯어 말린 톳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내년 봄이 오기 전에 빨리 소진해야 한다.

제주도 집에 가면 널리고 널린 게 톳인데 해묵은 톳을 먹을 순 없으니까 말이다.

요즘 밥 할 때마다 버섯, 톳, 더덕, 옥수수, 곰취, 곤드레 등을 넣는데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모아 놓은 탓이다.

마른 톳을 물에 불렸다가 가위로 잘게 자른 후 잡곡과 함께 밥을 올리고 된장찌개를 끓일까 했다.

마침 눈에 띈 두부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마파두부를 만들어 비벼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궁합이 맞을까? 요리를 하면서 고민이 되긴 했지만 내 요리 중 실패작은 거의 없었기에 나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맛없으면 한 끼 굶는 거지 뭐 대수인가?

톳밥 위에 마파두부를 올리고 사진 한 장. 냄새가 기똥차다. 역시 마라는 마라다.

굴소스를 두르고 파, 다진 마늘, 여민 마늘, 팽이버섯을 볶은 후 나름 감을 잡아 간장, 매실청, 참기름을 두르며 볶다가 두부를 함께 볶았다. 매운맛을 더하기 위해 다진 청양고추와 고추기름도 살짝 부어 줬다.

짜잔!

이 맛을 어찌 공유할 수 있을까?

톳의 바다향이 마라에 눌린 아쉬움이 있지만...

톳 씹히는 식감은 감출 방법이 없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