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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1. 2022

27. 부산 최악의 업힐이라는 황령산 라이딩

부산 자덕들의 업힐 명소라는데

부산엔 산이 많다. 그래서 오르락내리락 언덕길이 많다. 도로를 낼 수 없는 산이 많으니 예전부터 터널이 많은 도시로도 정평이 나 있다. 심지어 최근 하단 쪽 도롯가에 걸린 현수막에 <100% 평지 아파트>라는 웃지 못할 홍보문구를 본 적도 있다. 오죽하면 그럴까? 게다가 부산의 도로 사정이 심각한 편이다. 도로는 좁고 갈림길이 많아 전국적으로 운전이 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외지인 입장에선 갑자기 변하는 차선과 그에 따른 안내에 적응하지 못했으니 부산 사람들이 운전을 험하게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난 부산에서 자전거를 탈 만한 곳을 물색하고 있다. 이미 낙동강변 국토종주길을 따라 밀양까지 왕복해 봤고, 온천천, 수영강을 타다가 기장-송도-해운대로 돌아오는 코스도 돌아봤다, MTB를 타고 백양산 임도를 돌아보기도 했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부산의 로드바이크 탈 만한 코스를 검색했지만 딱히 괜찮다 싶은 코스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업힐 코스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근처에 황령산 업힐 코스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서울지역에선 강원도까지 해서 어지간한 업힐을 거의 다 돌아다닌 경험이 있어서 업힐 걱정은 없었지만 여러 콘텐츠를 통해 만만하게 볼 경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코스를 답사하기로 맘먹었다.



해운대 쪽에 볼 일이 있으면 일부러 황령산을 타고 오르기를 몇 차례.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연산동에서 오르는 길이 좀 짧긴 하지만 경사가 센 편이다. 남천동 쪽에서 오르는 길 역시 꽤 강한 업힐이 길게 이어졌다. 다만 양쪽 다 경사도가 꾸준한 편이 아니어서 피로도가 높지 않을 거라는 건 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달려보면 어떤 고통을 느낄 것인가 하는 고민은 떠나지 않았다.

라이더가 꽤 많다는 소문과 달리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은 한 달 동안 단 한 명 본 게 전부였다. 아주 가끔 MTB 라이더가 보였고 주말이 되면 황령산을 넘는 동안 다섯 명 정도가 최대치였다. 결코 쉽지 않은 코스라는 걸 인지하고 드디어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뭐가 그리 겁이 나는 건지...

혼자여서 그랬을까? 브레이킹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걸 인지한 난 스스로 핑계를 합리화시키고 이 바이크를 끌고 나왔다. 어쩌면 그게 탁월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브레이킹 시 귀곡성을 잡지 못해 남산 라이딩에서도 민폐를 끼치고 있었는데 황령산에서였다면 정말 귀신이 곡을 하는 소리를 경험해야 했을 것이다.




연산동 쪽에서 업힐을 시작하며 공장 출고 당시 설정된 것보다 어시스트 수치를 줄인 eco 모드만 가지고 오르다 물만동 마을을 지나며 trail 모드를 잠깐 사용했다. 이번 라이딩은 황령산 업힐을 체험하는 수준으로 만족하기로 했기 때문에... (비겁한 변명)

최대 25% 경사가 백여 미터 정도 있었던 걸 제외하면 7~9% 구간, 13~17% 구간, 19~21% 구간이 있었다. 경사가 좀 세다 싶으면 21% 정도였다.

짧지만 강한 경사지만 도선사의 강한 업힐 수준인 것으로 보이며 대신 구간이 길지 않아 부담스럽진 않았다. 다만 까닥 정신 놓으면 앞바퀴가 들릴 수도 있는 구간이 있고 최대한 바깥 라인을 타는 게 좋다.


낙타등처럼 몇 고개를 넘은 후 쉬지 않고 바로 남천동 다운힐을 쏘며 내려가려는데 경사보다 급커브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노면이 고르지 않고 관리가 엉망이라 까딱 잘못하면 황천행이다. 난 몸을 사리며 브레이킹을 했다.

남천동에서 자전거를 돌려 바로 업힐을 시작했다. 뒤따라 오던 MTB 라이더 한 분이 다시 나를 만나 반가우셨는지 뭐라고 말을 거셨는데 골전도 헤드폰을 착용하고 있어서 뭐라고 하시는지 듣지 못했다.

eMTB라 체력의 풀 파워를 쓸 일이 없어 좋긴 했다. 좀 힘들면 trail 모드로... 양아치 같지만 이번 라이딩은 황령산 업힐 점검 차원에 나선 것이었으니... ( 또 비겁한 변명)



남천동 다운힐 하면서 봤던 풍경을 기억해 놨다가 올라오는 길에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역시 멋지다. 거의 드론 뷰 수준 아닌가? 광안대교와 해운대의 멋진 건물들이 기똥차다.


이젠 목표했던 업힐 점검이 끝나서 사진 촬영에 나섰다. 하지만 해가 저물어가는 탓에 사진은 엉망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업힐 중 사진을 찍었어야 싶었지만 아무리 eMTB라지만 한 손을 놓고 라이딩을 할 수준은 아니었다.


내려오는 길에 또 멋진 풍경을 맞았다. 백양산 라이딩 때 봤던 풍경들과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역시 해질 무렵에 보는 도시는 어색하면서도 신비감이 있다. 다음엔 야경을 보러 가야 하나? 그땐 로드바이크로 갈 생각이다. 빨리 브레이크 교정을 마치고...




휴가 기간 동안 밀린 글들 많이 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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