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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19. 2022

26.서면-영도-태종대-송도-감천문화마을-다대포-백양산

부산 라이딩 시리즈 #1

작정하고 부산 라이딩을 시작했다.

부산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 간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이번에는 서면에서 라이딩을 시작해 영도-태종대까지 파고 들어갔다가 최대한 해안선을 따라 다대포까지 가서 하단-삼락생태공원까지 가서 신라대학교 뒤편에서 이어지는 임도를 타고 백양산 애진봉까지 다녀왔다.

게다가 계획에도 없던 감천문화마을도 다녀왔는데 이번 라이딩에서 부산을 새로 느낀 게 제법 많다.





모처럼 주말에 라이딩을 할 기회(?)가 생겼다.

일요일 새벽부터 잠은 오지 않고 날씨도 불안해서 원래 계획했던 대구-부산 250km 구간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날씨보다는 컨디션이 문제다.

고민을 거듭하다 전날  밤 부산 사람들의 야라(야간 라이딩) 코스라는 구간을 달린 후 해안선을 따라 라이딩하는 걸 이어 보기로 했다.

카카오 맵을 열고 지도를 살피던 나는 영도-태종대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태종대는 약 20년 전 인천에서부터 시작한 세계범선대회 때문에 다녀온 이후로 처음이었다.

당시 20대 초반의 러시아 선원들하고 러시아에서부터 타고 온 초대형 범선의 선실 안에서 보드카를 먹다 도망 나온 기억이 있다.

나도 술 깨나 마신다고 떠들고 다니던 시절인데 그들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목포 유달산 앞 목포해양대 선착장에 정박한 범선은 여수를 거쳐 부산으로 와서 태종대에 있는 부산해양대학교에 정박했다.

그때가 대체 언제였을까?

이젠 너무 오래되어 기억도 가물가물하니...



서면을 지나 부산항을 거쳐 영도에 진입했다.

부산 지리에 어두운 나는 영도까지 오는 동안 신호대기 때마다 지도를 펼쳐야 했다.

지명도 잘 모르니 오로지 GPS와 진행 방향만 가지고 달리는 거다.

부산은 계획도시가 아니라 길이 매우 복잡하고 차선도 엉망이다.

그나마 부산역까지 가는 길은 넓은 도로라 다행이었지만 자칫 길을 잘못 들어 대형 화물차들이 다니는 도로 쪽으로 들어선 탓에 심적 부담감을 안고 달려야 했다.

자전거도로라고 나와있긴 했지만 길은 온통 공사 중이고 쌩쌩 달리는 차량들을 견제했다.

서울에서 자전거 타던 사람이 부산에서 자전거를 타 보니 이건 완전 천지 차이다.

전 세계에서 자전거도로가 제일 잘 조성됐다는 대한민국에서 부산은 열외인 모양이다.



태종대로 향하는 길.

여기저기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이 현장 아래로는 계곡 같은 물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자전거도로는 없고 산책로만 있는 것 같았다.

좁긴 하지만 마치 청계천 산책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려가는 길은 오로지 계단길 뿐인 걸로 봐서는 자전거는 통행이 불가한 것이라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7시에 라이딩을 시작한 덕에 영도에 도착해서도 8시가 채 되지 않았다.



지도를 살피며 어찌어찌 태종대까지는 잘 도착했다.

정상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망했다.

태종대혹서기전국마라톤대회를 하고 있다.

마라토너들이 모두 떠나는 걸 보고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려는데 경기 도우미인 듯한 여자분이 나를 제지한다.

뭐~ 그렇다고 하니 그렇지만 안타까움이 있어 다음에 다시 찾아오리라는 생각만~



뒤를 돌아보니 영도 깊숙이 태종대까지 왔다는 게 실감이 갔다.

사실 내 소설 <차도살인>에 영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글을 쓸 때만 해도 내가 영도에 또 올 거라는 생각은 못 했었는데 아무튼 그동안 영도는 꽤 많이 변해버린 상태였다.



이제 다시 영도를 빠져나가는 길.

태종대에서 육지로 가는 길은 꽤 멋진 풍경의 숲길이 이어졌고 경사진 언덕길이 굽이졌다.

영도를 거의 한 바퀴 돌아서 나가는데 서쪽은 온통 냉동창고 등 물류창고들이 즐비했는데 마침 일요일이 아니었다면 화물차들의 위협을 느껴야만 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을 만났다.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는 그가 왜 그리 반가웠을까?

부산에서 로드바이크를 다는 사람을 보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육지로 나가는 길은 남항대교를 선택했다.

어떻게 올라가나 고민했는데 대교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한강에서 대교 넘는 방법과 같다.

남항대교 아래에는 낚시를 겸한 피크닉? 개념으로 나온 사람들이 난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체 저기서 뭘 잡는 걸까 싶었지만 아마 언젠간 나도 낚싯대 들고 저기 어디쯤 서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대교 높이가 꽤 된다.

남항대교는 약 1.3km 정도 되는 것 같다.

정상까지 600m 정도 약한 오르막길이다.



남항대교 정상에 도착한 후 멀리 부산항 방향을 촬영했다.

높이가 있으니 거의 드론 뷰나 마찬가지다.

구름이 끼어 햇볕이 없어 자전거는 탈 만했지만 쨍한 하늘이 없어 아쉽기도~



다시 페달을 밟으며 또 한 컷.

역시 8시 조금 넘은 시간이라 차량 통행이 많지 않다.



영도를 벗어나 육지에 닿으니 



역시 부산이다.

어떻게 저런 위치에 빌라를 지을 수 있을까?

부산의 아파트들을 보면 요즘 말 많은 성남 OO동은 일도 아니다.

다대포도 그렇고 여기저기 절벽 위에 세운 아파트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지게 한다.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가 아파트 이름을 왜 캐슬로 지었는지 알 것도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송도에 도착해 해변을 따라 달리는데 항간의 이슈였던 송도해상케이블카를 만날 수 있었다.

최근 춘천에도 이런 관광용 케이블카가 설치되었는데 난 역시 자전거 타고 지나가며 눈에 담기만 했었다.

송도라고 별 수 있나?

내겐 그냥 케이블카일 뿐이다.



이른 시간 관광지인 송도해수욕장 앞 도로에도 차가 없다.

항상 이렇다면 로드바이크 끌고 거침없이 달려보련만~



송도해수욕장엔 아직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일요일이지만 아직 해수욕할 시간은 아닌 고로.



평소 아침을 먹지 않는 탓에 라이딩하는 날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번엔 청담동 윈에서 사 온 명품 단팥빵을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등에 꽂고 달렸다.

그래서였을까?

한동안은 라이딩하면서 등짝이 시원하긴 했는데 마침 배가 출출한 시간이 되자 딱 먹기 좋을 정도로 녹아 있었다.

송도해수욕장을 바라보며 빵을 먹어 치우니 배도 든든하고~



절벽 아래를 보니 갯바위 낚시를 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빵을 다 먹을 때까지 한 마리도 건져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무늬오징어 에깅을 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무늬는 노동이지.



다대포로 향하던 나는 지도에서 감천동을 지나는 것을 확인하고 설마 그 감천이 그 감천인가 싶어 지도를 살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였다.

부산에서 가지 말아야 할 3대 관광지 중 하나라는 감천문화마을을 지나고 있는 것이었다.

지도를 보니 길에서 한참 벗어나야 하지만 이왕 근처까지 왔는데 내 눈으로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또 긴 업힐을 타고 골목길을 누비기 시작했다.

부산은 산이 많고 언덕이 많다.

6.25 때 피난 내려온 피난민이 집을 지을 수만 있다면 어디든 집을 짓고 살면서 이런 마을들이 형성된 거라고 들었다.

겨울이면 살을 에는 추위를 겪어야만 했던 이북 지역 사람들 중 일부는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부산의 따뜻한 날씨에 반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들 했다.

모르긴 해도 감천문화마을도 그런 곳들 중 하나 아니었을까 싶다.




정말 사진에 보다시피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나오던 남미의 도시 같지 않나 싶다.

어떤 골목은 경사가 25%에 달하기도 했다.

로드바이크 타고 왔다면 완전 허벅지 터질 뻔했거나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바를 했을 거라는...



감천문화마을을 지나 긴 업힐이 이어졌다.

경사는 세지 않지만 지루하고 지루하다.

역시 공사판 몇 군데를 지나 공단을 직통하니 다대포가 나타났다.

다대포는 자주 다니던 곳이라 딱히 감흥이 없었지만 습지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갔는데 방송이...

"자전거 타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당장 내려서 끌고 가세요!"

흠~ 당장 내리긴 했지만 구경하는 건 접고 말았다.

딱히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으므로~



이제 하단으로 해서 역시 부산에서 가지 말아야 할 3대 관광지 중 하나인 장림포구를 거쳐...

낙동강을 따라 쭉 북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백양산 임도 라이딩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뇌가 어떻게 된 것인지?

더위를 먹은 것인지?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남쪽은 공단이니까.



이런 숲터널이 부산 끝자락까지 이어진다.

지난번에 밀양까지 왕복하면서 경험해본 터라~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숲 터널을 지나며 햇빛도 피하고 더위도 피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10시 정도 되니 사람이 많아 사람 피하는 게 피곤한 일이 됐다.



얼마 전 백양산 임도 라이딩을 한 번 다녀왔는데 신라대학교 쪽으로 진입하는 곳도 있다 하여 호기심이 발동한 거다.

안 가본 길은 꼭 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 고질적인 병은 고쳐지지가 않으니...

역시 부산이다.

부산의 거의 모든 대학교는 산 꼭대기에 있다. ㅋㅋ

꼭대기는 아니지만 아무튼 최대한 산 위로 올라가 있다.

동서고가를 타고 주례동을 지나가다 보면 산 아래 동서대학교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위엄이 그냥 아찔하다.

부산 학생들은 그 어느 지역 학생들보다 허벅지가 튼튼할 것 같다.



드디어 백양산으로 오르는 임도를 만났다.

의생명관 뒤쪽이다.

이제부터 시멘트 포장된 긴 업힐이 시작된다.

애진봉까지는 그냥 마음 비우고 올라야 한다.



그렇게 하여 이렇게 애진봉에 올랐다.

정말 힘들었지만 업힐은 생각을 비우고 페달을 밟다 보면 언젠간 정상이다.



내려갈 길을 고민하며 헬기장 앞에 섰는데 과연 이 계단으로 해서 다운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MTB용 헬멧과 보호구를 구비해야겠다.

아무래도 MTB는 내 체질인 듯한데...



정말 딱 5분 고민했다.

난 왔던 길로 돌아가는 걸로 작정했다.

괜한 모험을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80km를 달렸는데 어이없게도 누적 획고가 1,181m에 이른다.

칼로리는 또 뭐고.

살 좀 빠졌을까 싶었지만 역시 이정도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걸 실감했다.

200km 이상은 타야 1kg은 빠지는 것 같다.

이런 더러운 체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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