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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8. 2022

28. 여름 땡볕에 부산-밀양 왕복 낙동강변 라이딩

부산 로드바이크는 여기 다 있었네

오늘 창원에 있는 우영우 팽나무를 보고 왔다.

창원이라곤 하지만 바로 밀양과 낙동강을 접한 곳인데 바로 난 이 라이딩 때 바로 우영우 팽나무 강 건너편까지 다녀왔다.

https://brunch.co.kr/@northalps/1792


부산에서 로드바이크 타는 사람 보기 정말 힘들었다. 서울엔 MTB보다 로드바이크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부산은 거꾸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자전거도로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데다 길도 좁고 위험한 구간이 너무 많아서 목숨 내놓고 타면 모를까 공도 타고 다니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산에 가서 MTB를 타면 탔지 부산에서 공도 라이딩을 하는 건 기피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거다.

그렇다고 자덕이 로드바이크를 접을 수도 없고 하여,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서울-부산 간 자전거종주길의 일부를 달려보는 건 어떨까 해서 차에 자전거를 싣고 하단까지 가서 밀양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라이딩을 다녀오기로 작정했다. 날은 뜨겁고 현지 사정엔 어두운 데다 길도 모르지만 물통 두 개로 버텨보겠다는 생각으로 공구통까지 빼놓고 나갔다. 여름엔 물 보급이 정말 중요한데 중간에 보급할 만한 곳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일단 하단 근처에 있는 공원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섰는데 으악! 소리가 제일 먼저 나왔다. 뭐가 이렇게 뜨거워? 지난 여름날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작년엔 그럽게 덥지 않았던 것 같고, 재작년 초여름엔 반포대교 근처에서 낙차로 고관절이 부러져 수술을 했고, 3년 전엔 제주에 가서 있었고, 4년 전엔 말레이시아 출장 다녀오느라... 아무튼 여름은 다 비켜나간 것 같다. 5년 전 여름은 아주 더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그때 기억하면 그래도 요즘은 천국인 거다.

이번에도 아침밥은 거르고 출발이다. 라이딩 전엔 아침밥은 먹고 가자고 스스로 다짐한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이번에도 결국 공복 출발이다. 혼자 라이딩을 하면 잘 쉬지도 않기 때문에 챙겨 먹고 다녀야 하는데 이게 결국 탈진 근처까지 가게 만든 이유가 됐다. 중간에 점심밥 먹을 시간이 되면 점심이라도 챙겨 먹어야 하는데... 그것도 결국 귀찮아서 라이딩 끝내고 먹자고 식사를 거르는 이놈의 패턴을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 그렇게 땡볕 라이딩 100km. 서울에선 8월 땡볕에 거리 240km에 획고 3,000m도 달리곤 했었는데 한해 한 해가 다르다.



하단부터 한참 이런 길이 이어졌다. 땡볕인데 이런 긴 그늘길이라니. 아침부터 뜨거운 볕에 살짝 긴장이 됐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부디 이 길이 계속 이어지기만 바랐는데 십여 킬로미터 정도 달리자 역시 그늘은 사라지고 해는 바짝 서서 나무 그늘도 귀한 상황에 되기 시작했다.


초행길인데 너무 만만하게 본 건 아닐까 싶었지만 의외로 자전거도로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무터널로 된 지역이 오히려 달리기엔 불편했다. 더위를 피해 운동을 나온 지역주민들이 너무 많아 속도를 낼 수도 없었고 길도 좁고 자라니도 많아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다. 어쨌거나 더위와 안전성을 맞바꾸고 나니 달리기는 수월해져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35-40 정도만 유지하며 달리는데 점점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반가운 걸까? 아는 라이더 한 명 없는 부산에서 말이다.



이게 어디서 촬영한 걸까? 이상하게 사진 찍기가 싫어서 그냥 마구 달렸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다더니 더운 건 더운 것이고 달릴 상황이 되니 속도를 내고 싶었던 거다. 게다가 MTB 라이더 한 팩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게 됐는데 추월할 상황이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멀찍이 뒤따라 달리다 그들 속도에 맞춰 달리는 것도 힘들어 추월하고 보니 계속 달리게 되어 30km 정도를 무정차로 달리다 보니 중간 사진이 없다. 그러다 좀 쉬어야지 싶어 자전거를 멈추고 보니 추월하고 왔던 MTB 라이더들이 지나갔다. 더운데 대단한 체력들이었다. 게다가 한 명이 말뚝으로 리딩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체력이 훨씬 좋아 보였다. 나도 한 말뚝 하는데.... ㅋ



여긴 밀양천을 넘어가는 다리다. 자전거길 때문에 조성한 것으로 보였다. 이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밀양으로 접어든다.



난 이미 더위를 먹기 시작했는데 인지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이번엔 밀양에 가서 밀면이라도 먹고 돌아오는 코스를 계획했었는데 급히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냥 서울 방향으로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말이다. 밀양으로 향하다 말고 유턴해서 낙동강을 향했다. 양산을 지나서는 라이더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부산 사람들은 대체로 부산-양산 구간을 주력으로 달리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양산을 지난 뒤 라이더들을 상대로 음료를 팔거나 하는 곳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였다. 이제 겨우 50km 조금 넘게 왔는데 더 이상은 가고 싶지 않았다. 땡볕에 먹은 건 없고 체력은 고갈이다. 여기서 엄청나게 고민했다. 내가 드디어 저질 체력이 된 것인가?

위치 상으론 왼쪽 낙동강 건너에 우영우 팽나무가 있다. 내가 이 코스를 다녀왔을 땐 우영우 팽나무가 방송에 나오기 전이었다.



여기까지였다. 딱히 쉴 만한 장소가 보이지도 않는 쭉 뻗은 길. 땡볕 아래 나는 거의 기진맥진해 있었다. 더 달리고자 했던 의지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간신히 힘을 내 50km 조금 넘게 채운 게 다행이었다. 라이더라곤 1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라곤 1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지 싶다.

나무 그늘 아래 미적지근한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있기도 그래서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풀었다. 물통 두 개 중 이미 하나는 바닥을 본 지 오래고 남은 하나도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돌아가는 길 어디쯤 가면 편의점이 있을까 싶어 카카오 맵을 열었다. 마침 5km 전방에 편의점이 하나 있다고 나왔고 나는 남은 물을 전부 마셔버렸다.

그렇게 한 십여 분 정도 쉬었을까? 대구 쪽에서 달려오는 라이더가 한 명 보였다. 사람이 아주 안 다니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여름만 아니면 부산에서 대구까지 왕복해도 될 텐데. 그건 가을에 하기로 하고 나도 슬슬 돌아갈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봐야 클릿 슈즈 보아시스템 잠그는 것 정도지만 말이다.

 


지도에 나왔던 삼랑진의 편의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통에 음료는 전혀 없으니 난감했다. 주변을 더 수색했지만 길 건너 어셈블커피가 보일 뿐이었다. 계획을 수정해 커피나 마시고 갈까 싶어 그 앞으로 갔는데 이게 뭔 글자인가? 자전거쉼터, 삼랑진오아시스, 얼음물 무료 나눔이라니. 이렇게 고마운 분이 다 있을까? 보온통 안에는 얼음처럼 시원한 물이 가득했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물통 두 개를 채우고 몸에도 넉넉하게 채웠다. 다음에 이 길을 갈 땐 꼭 커피 한잔 마시고 가리라.

아무튼 혼자 다니면 잘 안 먹고 달리는 게 항상 이렇게 스스로 발목을 잡는다. 갈증이 해소되니 이젠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오던 길에 양산 부근에서 라이더가 잔뜩 모여 쉬던 곳을 떠올렸고 거기서 요기할 만한 걸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도저히 배가 고파서 달리기가 어려웠다. 보통은 하루 종일 굶고도 잘 달리는 편이었는데 체력이 달리는 것인지 컨디션이 평소와 같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복귀하는 길은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일단 마음이 편하다. 초행길이지만 지금 내가 선 곳이 어느 지점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체력 안배도 되고 해서 여유로운 라이딩이 된다. 마음이 편해지면 좀 더 달렸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잠깐 페달을 밟아보지만 체력은 이미 고갈이다. 에너지원으로 갖고 다니는 갓도 이미 흡입했건만 힘은 나지 않았다. 이게 체력 문제가 아니라는 건 곧 알 수 있었다. 뜨거운 열기 때문에 체내 수분은 많이 증발됐고 이미 탈진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난 빨리 양산에 가서 뭐라도 먹을 계획으로 체력을 안배하며 페달을 밟았다. 이젠 32km/s 이상은 밟지 않았다.

양산에 도착해서 달달한 음료를 몇 개나 사 마셨는지 모른다. 역시 당 보충엔 콜라가 최고다. 연양갱 두 개로 보급 끝. ㅎ 난 항상 이게 문제다. ㅠㅠ



돌아가는 길에 사진을 찍으려고 미뤘던 분위기 괜찮은 대나무 숲길이다. 여길 지나는데 어찌나 이국적인지 눈 가리고 데려다 놨으면 한국이 아닌 줄 알았을 것 같은 곳이다. 여기 잠시 멈춰 사진 몇 컷을 남겼다. 대나무 그늘에 미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지나가다 또 한 컷.


드디어 부산권에 진입했다. 낙동강변 나무숲길이 나오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늘의 감사함이란... 이상하게 이 구간엔 라이더가 많지 않았다. 인근에 주거단지가 적은 걸까? 아직 부산 외곽이라 그런 듯했다. 부산 지리에 익숙해지면 좋으련만...



삼락생태공원 근처인 것 같다. 이쯤부터는 사람 피해 다니느라 정신 바짝 차리고 달려야 했다.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사람들도 많고 자전거도로는 매우 좁고 바닥상태는 거지 같다.

이제 주차해 놓은 차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여름엔 체력 유지를 위해 전날 탄수화물 섭취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적어도 12시간 전에는 먹어 둬야 당으로 활용이 가능하니까)

충분한 물 보급, 여름에 갈증이 느껴지는 건 이미 늦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미리미리 물을 마셔야 수분 부족으로 고생하지 않는다.

밥때 되면 밥 좀 먹고 달리자. (왜 사서 고생인가? 혼자 달리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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