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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7. 2022

우영우 팽나무 보러 다녀오다

살다 살다 별 짓을 다 하지 싶지만

제주도 서프로님의 부산 원정으로 인하여 새로 발굴한 오징어회를 대접하고 다음날 부산 관광을 시켜드릴 목적으로 창원시 우영우 때문에 유명해진 팽나무를 보러 다녀오기로 했다.




얼마전 다음 메인에도 떴었다. 물론 내가 쓴 거지만. ㅎ

https://brunch.co.kr/@northalps/1770




혼자였다면 자전거를 타고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차를 타고 가게 됐다. 내 평생 영화나 드라마 관람지라 해서 찾아가거나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왠지 가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딱히 감동적이거나 해서 그런 건 아니고 지난번 밀양까지 라이딩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내가 방향을 돌려 나온 지점 근처여서 관심이 간 거다.

내비를 켜서 확인하니 서면에서 차를 타고 45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다. 그래 한번 가보자는 마음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바로 시동을 걸었다. 한참을 달려 대로를 벗어나 좁은 도로로 들어섰는데 벌써부터 차가 많다. 주차 전쟁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멀리 팽나무가 보인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멀리 어디서 어디까지 주차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멈춘 건지 주차한 건지 아직까진 알 수 없었다.



2차선 도로 한쪽은 이미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했고 난 후회하기 시작했다. 워낙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터라 예상하고 있었던 곳을 직접 확인하고서야 후회하는 거다. 그래도 오기가 발동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마음이 점점 가까워 오고, 운이 좋아 진입로 가까운 곳에 주차할 공간을 발견하고 누가 새치기라도 할까 후딱 차를 들이밀었다.



진입로는 더 좁은데 그 길을 밀고 들어오는 차량들이 많았다. 그렇게까지 깊숙이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순순히 비켜줬지만 날씨도 더운데 짜증 내지 않는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그런데 벼가 파랗게 펼쳐진 논가 농수로에 우렁이가 엄청나게 많았다. 처음엔 작은 것만 보이더니 급기야 엄청나게 큰 녀석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돌아오는 길에 잡아주겠다는 일념으로 팽나무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마을엔 간이매점이 들어섰고 팽나무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창원시 관광과에서 제작해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급조해서라도 관광지를 형성한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벽화는 대체 언제 그린 건지. 정말 한국 사람 빠르긴 빠르다.



언덕을 오르는데 간이로 조성된 관광홍보관이 보였고 별로 할 일은 없어 보였다.



이게 그 팽나무다. 이미 이것 말고 볼 게 뭐 있겠나 싶었지만 달랑 이게 전부였다. 사람 구경하러 온 게 맞긴 맞는구나 싶었다. 다들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는데 아마도 인스타 등 SNS 인증용이겠거니 싶었다. 나 역시 그 이상의 가치는 없어 보였고...



서프로님?



멀리 낙동강이 보였다. 얼마 전 난 부산에서부터 저기 근처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가 돌아간 적이 있었다.



다시 내려가는 길에 사진 촬영하는 사람이 없는 찰나의 틈을 타 사진 한 장 건졌다. 우영우와 고래, 여기서도 이렇게 매칭 해서 벽화를 그렸다.



올라갈 때 봤던 간이매점에서 호박식혜를 사서 먹었다. 하나에 3천 원이다. 가정집에서는 기념품도 파는데 고래 일색이다. 하지만 구입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을에 몰렸는데 과연 지역 주민에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가려나 모르겠다. 제주도 같은 경우 올레족들이 와도 지출이 별로 없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뜩이나 비행기표 구하기도 힘든데 올레족 때문에 더 힘들다며... ㅎㅎ 아무튼 많이들 지출하고 가시길.



돌아나가는 길에 보니 역시 차가 장관이다. 어마어마하게 긴 차량들. 이 사진엔 안 보이지만 왼쪽으로 직진하는 방향으로도 엄청난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딱히 볼 게 없기 때문에 금세 빠져나가서 순환이 빠른데도 그렇다.



난 계획대로 우렁이를 주웠다. 땀을 한 사발은 흘린 것 같다. 제주에선 트렁크에 고무장화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만약 차에 고무장화라도 있었다면 아주 전멸을 시켰을지도 모른다. ㅎ

돌아와서 우렁이를 씻고 해감을 시작했다. 그런데 우렁이가 엄청나게 크다. 잡을 때 엄청 큰 놈 몇 마리 잡았는데 이렇게 예쁘게 씻기고 보니 더 큰 것 같다.



우렁이 해감 중. 근처 지나갈 일 있으면 또 우렁이 잡으러 가야겠다. ㅎ



이렇게 목숨 걸고 잡은 거다. ^^

빠지면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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