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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6. 2022

부산 텍사스거리. 미국인지 중앙아시아인지 러시아인지

불법과 합법 사이

부산역 앞에는 부산의 명물이라는 텍사스거리와 차이나타운이 있다. 차이나타운이야 인천에도 있고 여기저기 듬성듬성 있다. 하다못해 서울 성수동만 가도 양꼬치 거리가 있으니 차이나타운이 제일 자리잡지 못한다는 대한민국에 의외로 적지 않은 규모로 존재한다. 그런데 부산엔 특이하게도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두 공간을 가르듯 모한 분계점을 두고 텍사스거리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정말 부산의 명물이 맞는지 정체를 모르겠다. 십수 년 전 KTX를 타고 부산에 왔다가 다시 서울로 가는 길에 열차 시간이 남아 요기나 할 겸 해서 이쪽 골목에 들어온 적이 있었고, 약 5년 전쯤엔 1박 2일로 국제시장 근처에 업무상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우연히 텍사스 거리를 관통한 적이 있었다. 우연보다는 호기심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기억이 또렷한데, 저녁이라 어둑해질 무렵, 호객꾼으로 보이는 나이 많은 여자들이 내 앞을 막으며 놀다 가라고 했다. 뭘 하며 놀다 가라는 것인지는 골목 안쪽에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유흥주점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쪽으로는 젬병인 데다 그런 식의 유흥 문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터라 난 그들을 뿌리치며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벗어났었다.



그런데 이번엔 차이나타운의 유명하다는 딤섬 맛집을 목적으로 갔다가 동행들의 제안으로 텍사스 거리 관람에 나섰다.



딤섬 맛집 바로 옆엔 이렇게 'TEXAS STREET'라고 지자체에서 내걸었을 법한 구조물이 걸려 있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경계로 차이나타운이 있다. 난 이미 텍사스거리 안쪽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이질감 느껴지는 두 지역, 한국 안에 무질서한 두 개의 그룹이 있었다.



이번엔 아주 천천히 호객꾼들의 반응도 즐기며 걸었다. 천천히 걸으며 보니 많은 게 보였다. 웃기는 건 텍사스거리라로 쓰고선 러시아 일색이고 호객꾼들은 중앙아시아인들이 다수였다. 텍사스는 원래 미국에 있는 곳 아니던가? 내가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유흥도 유흥 나름인데, 저급한 유흥 문화로 보이는 클럽들이 난잡하게 그것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부산시에서는 떡하니 텍사스거리라고 입간판도 걸어 주었다. 게다가 관광홍보물에까지 올려져 있으니 실제 부산 관광에 나선 가족단위 관광객(올 리가 없지만)들이 실수로라도 이 골목에 발을 들였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소문난 맛집들이 즐비한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말이다.

대체 이건 문화관광 차원에서 어떤 개념의 관광지라고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역 쪽에서 들어오는 입구에도 입간판이 하나 또 있다.



골목 여기저기 환전소며 마사지샵에 합법인지 불법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이는 주점들이 즐비한 곳을 과연 관광지라고 할 수 있을는지...



1966년부터 영업했다는 금호보리밥 식당도 있다. 어지간히 맛집 잘 찾아 돌아다니는 나로서도 이상하게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건 바로 이 텍사스거리 골목의 음산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부산시에서는 이런 부분을 개선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걸까? 내가 부산시 담당 공무원이었다면 텍사스거리 간판부터 떼어내고 부산시 관광홍보물에서 삭제했을 것 같다. 게다가 개선점을 찾아 정리할 건 정리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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