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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29. 2022

살다 살다 이런 오징어회는 처음 봤다, 두레박산오징어

부산 서면에서 신들린 칼질을 목격

최근 치아가 안 좋아 두 개나 뽑고 임플란트라는 걸 시작했다. 늙어서 그런지 치주골이 약해 인공뼈를 심어야 한다고 해서 어금니 두 개가 나란히 공석인 상태이고 반대쪽 치아도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 타자로 대기하는 상황이다. 이런 치아로도 맛집을 누비고 다니는 내가 신기할 정도인데... 아무튼!

자꾸 오징어회 타령을 하는 녀석이 있다. 내 치아 상태를 알기에 보채지는 않는데 이번에는 내빼지 못하고 드디어 다녀왔다. 술김에, 그것도 광안리에서 1차 2차를 하고 3차지로 간 술자리인데... 그렇게 술을 퍼 마시고도 이 맛에 정말 놀라고 말았다. 절대 술에 취하거나 해서 맛 감평에 오류를 범하거나 한 게 아니다.

녀석이 자꾸 가자고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도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아 알게 됐는데 눈에 밟힌다 했다.

자꾸 기똥찬 오징어 횟집이 있다고 각인을 시키더니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를 빌미로 여길 데려간 거다. 이빨 때문에 질긴 건 잘 씹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어느 정도 배도 부른 상황이었으니 안 먹으면 그만인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나 때문에 소자 두 개를 주문했다가 결과적으로는 나의 폭풍 흡입으로 인하여 소자 하나를 더 주문하고 말았다. 이빨이 이런 상태인데 전혀 부담 없이 씹어 삼킨 것이었다. 이게 가능한 걸까? 요즘 그 좋아하는 문어도 기피하는 상황인데 말이다.

정말 이런 오징어회는 살다 살다 처음 봤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당장 달려가고픈 생각이 드니 말이다. 어제 다녀왔음에도~

(이 글을 업로드하는 시점으로) 오늘부터 휴가라 제주도에 가야 하니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 오늘 SRT를 타고 서울로 가야 하니 이번 주는 어쩔 수 없다. 제주 가서 맛있는 거 먹으면 되지 뭐~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이건 이건 뭔가 쫌 다른데? 오이다! 지금껏 이렇게 나오는 오이는 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요즘 보기 힘든 번데기. 어릴 땐 리어카 뽑기로도 많이 했었는데 그 시절 그런 느낌도 좋다.

뺑뺑이 돌려서 다트를 던졌는데 5,000원짜리와 꽝 사이의 선에 꽂혀 아저씨하고 한참 실랑이를 하다 2,500원 치면 받아온 기억도 있다. 아무튼 번데기는 추억의 간식. ㅎㅎ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대체 이건 뭐지 싶었다. 오징어가 한 무더기인데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비주얼인데 오이부터 심상치 않더니 이건 완전 호기심 자극 상태였다. 게다가 전복은 또 무엇이며~

채 썬 오징어는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굵기였다. 사진으론 어떻게 표현이 안 되는데 거의 실치 수준이었다. 이 정도라면 내 이빨로도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나를 보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한 입 물고 난 후에 알 수 있었다. 야들야들하니 이런 오징어회라면 나보다 상태가 더 안 좋은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을 정도 아닌가?



이제부터 폭풍 흡입이 시작됐다. 채 친 오이가 듬뿍 담긴 초장에 오징어회를 버무려 한 입. 이건 또 뭐지? 그냥 초장이 아니었다. 참... 이것 참... 영락없는 단골 각이지 싶었다.



이건 오징어 다리를 저민 건데 이것도 무난하게 섭취가 가능했다.



이건 뭐 오늘 술을 끝장 낼 판이지 싶었고, 얼마나 먹어 치웠는지 한 판 더 주문하고 말았다. 소주를 얼마나 더 마신 건지 모르겠다. 내 발로 잘 걸어서 오긴 왔는데 숙소 앞에서 결국 기절했으니~ 흐흐~

물론 전사자는 1명 더 있다.



술김에 용기를 내서 사장님 칼솜씨 좀 보자고 청하였고 신들린 칼질에 놀라 사진 찍는 것도 허락받았다. 이내 아래 있는 동영상까지 촬영했다. 나도 회 좀 썬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데 보면서도 기계처럼 슥~삭~ 장난 아니지 싶었다.

우리 오기 전에 오징어를 백 마리는 썰었다고 했다. 옆에서 이런저런 말을 걸었는데 귀찮아하지 않고 슬슬 답을 해준 사장님. 감사~

팔에 압박붕대까지 한 걸 보면 선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팔 안 아픈 날이 없다고 한다. 이런 업종은 프랜차이즈 같은 거 꿈도 못 꿀 것 같다. 저렇게 얇게 써는 기계가 있다면 모를까?

한 접시 포장해서 가려고 했더니 2시간 안에 먹을 거 아니면 포장 안 된다고... 아마도 그만큼 오징어회에 소신이 있는 듯했다는.

이 신들린 칼질을 20년이나 했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직원은 15년째 함께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본다.





이번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영수증도 안 받았다. 받았는데 어디 흘린 건지 보이지도 않는다. 요즘 어지간하면 영수증 올리는 이유가 별의별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다. 딴지 걸 것을 걸어야지. 내 살면서 지금껏 식당에서 밥 한 끼 얻어먹어 본 적이 없다. 거지도 아니고!

상호도 모르고 다녀온 데다 식당 명함도 없어서 이 글 쓰며 녀석에게 상호와 위치를 물었다.

서면이라고 한다. 그것도 우리가 수시로 들락거리는 술집도 근처에 있는데 ㅋㅋ

아무튼 서면에 단골집 하나 추가됐다.



http://kko.to/3X3eKXA6q





결국 이 글은 김포공항 가는 강남고속터미널 6시 16분 발 9호선 급행열차에서 발행 버튼을 누른다. 갤럭시 폴드 덕분에 글 쓰기 참 편한... 덕분에 치질을 얻고 말았지만 말이다.

제주에선 또 어떤 참신한 맛집으로 가볼까나?당연히 로컬맛집이다. (역시 현지인을 많이 알고 있어야 삶이 즐겁다는!)

루파고 소속 직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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