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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28. 2022

60.간판이 국수집, 제주도 고산리 정체모를 국숫집

위대하신 분들을 위한 제주도 맛집

내일부터 휴가라서 제주도 집에 간다. 무려 세 달만에 가는 거다. 우리 집은 성산이다. 전에는 고산에서 거의 2년 정도 살았는데 그땐 이 식당이 없었다. 대신 정체 모를 선술집 같은 게 있었다. 아마 같은 주인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콘셉트나 비주얼에 큰 차이가 없어서다.

제주도 서프로님은 고산리에 맛있는 국숫집이 있다며 나를 이 국수집으로 안내했다. 분명 알던 집인데 종목이 바뀐 걸 알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찾을 이유가 없는 위치에다 좁은 2차선 도로는 말 그대로 흐르는 동선이다. 게다가 동네 주민들의 통행도 적은 도로인지라...

아무튼 입구에서부터 황당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나를 여기 먼 곳까지 끌고 온 것일까?


요즘 업무가 바빠 맛집 소개하는 글을 많이 못 쓰고 있었다. 브런치 안에 사진만 업로드해 두고 묵혀 놨다가 한 꼭지씩 꺼내 쓰는 거라 현시점과는 몇 개월 정도의 차이는 있다.



고산리 국수집에 갔던 날은 봄철이었다. 딱 미역, 톳의 제철이었다.



난 설마 설마 했다. 정말 이 집일까? 대체 언제 생긴 거지? 간판이 뭐지? 이 식당 제목이 뭐지? 간판보다 현수막이 더 크다. 일단 가격이 간판보다 눈에 띈다. 국수가 5,000원이라...

이 정도면 김해 대동할매국수 급이다.

https://brunch.co.kr/@northalps/1656

대동할매국수는 보통이 4,000원 / 곱빼기가 5,000원인데 양으로 보면 비등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하면 대동할매국수가 열 배쯤 수준이 높다.

어쩔 수 없는 게, 수십 년의 노력이 정수가 된 디포리 육수의 비법 같은 게 이 식당엔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을 소개하는 건,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가성비 때문이다.

물가 비싼 제주도에서, 관광객 등쳐 먹을 셈으로 고의적으로 비싼 가격을 책정한 식당들에 비하면 착하디 착한 가격인 건 따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동할매국수 같은 집에 비유하는 건 잘못이지만 어쨌거나 분명한 건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고 맛도 수준급이라는 거다.



그래! 보다시피 정신이 없다. 뭔가 계획을 가지고 인테리어를 한 것도 아니고 구성에 어떤 테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이 흐르는 대로, 생각날 때 조금씩 그때 그때 조금씩 손을 댄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영종도에 그런 비슷한 콘셉트의 황당한 식당이 있었다. 간판 기억해 내는 데만 십 분은 걸렸다.

소꿉놀이의 옛말인 <빠끔살이> ㅋㅋ

원래 영종도에서 땅 많이 갖고 있었는데 노름으로 다 날리고 인천공항 지을 때 정신 차린 후 공항 공사장 다니며 모은 폐자재로 집을 지어 노모 모시고 살다 식당을 운영해 지금은 꽤 자리를 잡은 곳이다.

아무튼 그런 느낌이 살짝은 없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서프로님의 설명대로 그릇 크기가 엄청나다. 마치 인천 화평동의 세숫대야 냉면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땐 정말 자주 먹었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그걸 추가로 주문해서 먹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 식당도 만만치 않았다.



다들 여기다 놓고 사진을 찍는다 하여~ 이건 콩국수인데 어찌나 진한지 콩국수라고 해도 되나 싶었다. 직접 갈아서 만든 거라는데 믿지 않을 수 없다.



난 잔치국수를 주문했기에 이 녀석도 올려놓고 한 컷 남겨 줬다. 이건 절대로 곱빼기가 아니다.



내 손인지 발인지 절대 작은 편이 아닌데 그릇이 얼마나 큰지 비교가 될까 싶다.



서프로님과 함께 시식을 시작했다. 이거 참 국물도 진해 보이는데 여기에 정말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녀석이다. 이 집 김치 제법 괜찮다. 더군다나 잔치국수에 맛있는 김치가 빠지면 안 되는 거니까!



양이 정말 많다. 결국 다 먹고 말았지만 위쪽 인테리어 관련 사진들 보면 알 수 있듯이 곱빼기를 먹고 랭킹 리스트에 올려진 사람들도 있다. 세상엔 정말 위대하신 분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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