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해안도시 뤼베크로
코펜하겐에서 베를린으로 올 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한껏 늑장을 부리며 짐을 싸던 서프로는 아침부터 부랴부랴 정신이 없다. 이번엔 같은 독일에서 독일로 가는 거라 철도로 간다.
출발한다고 메시지도 보내지 못한 걸 보면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알 것도 같다. 몇 시 열차냐고 물었더니 이미 전철에 탔다고 한다.
네 정거장 더 가서 내리는데 베를린에서 제일 큰 역이라고 한다. 무슨 역인지 알려줘야지!
미리 연락은 다 된 상황이지만 아침에 한번 더 연락을 했는데 뤼벡의 호스트에게서 답변이 없다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닐스의 누나라서 전혀 걱정은 없지만 이국 땅이라 약간의 불안함은 존재했겠지. 혹시 몰라 도착 시간을 메일로 전송해 놨다고 했다.
이제 좀 다녀봤다고 혼자서도 잘 다니는 독일 유치원 졸업생 수준은 된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하여 또 에피소드가 없었을까?
랜선 꽂고 달려드는 나 같은 놈이 있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사진은 많이도 찍어서 보냈다. 열차 시간이 여유가 있었던지.
열차가 많이 낡았다. 독일이 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연식들은 상당한 듯하다. 불과 몇 달 전인 관광 재개 직전에 일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정말 살 만한 나라 맞다. 매사에 불평불만을 가질 게 아니다. 우리 부모 세대, 조부모 세대가 이 나라를 이렇게까지 성장시켜 온 거다.
서프로가 연약한 편은 아닌데 사람을 잘 못 보는 모양이다. 가방을 올리는 게 힘들어 보였는지 도와줬다고 한다. 알렉산더 표현처럼 독일인들 눈엔 서프로가 '투~~~ 머치 뷰리풀 워먼'으로 보이는 건가?
베를린에서 뤼벡으로 가는 열차표다. 가격은 SRT와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지하철은 한국보다 비싼 편이라고 하며, 이번에 서프로는 1만 원에 한 달 티켓을 구해서 저렴하게 다녔다. 서프로가 탄 열차는 고속철이라고 한다. 완전 파격적인 거라고 한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 디애나가 가면서 먹으라며 사과 하나를 쥐어 주더란다.
서프로는 디애나에게 제주도 해녀학교 사진을 보내줬단다. 외국인들 시각에서 제주도 해녀가 어떻게 보일까? 서프로는 작년에 CNN에서 한국 해녀 관련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 주연으로... 언제 방송이 나올라나...
나오면서 냉장고에다 감사의 글을 적어 냉장고에 붙여 두었는데 서프로가 열차를 한참 타고 가는 중에 연락이 왔다고 한다. 별 거 아니지만 사람은 그런 사소한 것에 더 감동하게 마련이다.
디애나는 아침에 알려준 운동을 하고 있다고...
* 게다가 뤼벡의 닐스 누나와 연결이 됐다.
* 독일에서는 아직도 기계를 들고 다니면서 표를 확인한다고.
드디어 뤼벡에 도착했다. 일단 공기가 너무 좋다. 베를린과 달리 소도시이지만 바다를 접한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까진 별문제 없이 잘 해결된 것 같지만 사실은 문이 안 열려서 못 내리고 함부르크까지 갈 뻔했다고 한다. 자동문이 아니라고 한다. 내릴 사람이 알아서 문을 열어야 하는데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눈치를 챈 독일인이 친절하게도 직접 문을 열어줘서 내릴 수 있었다고... 당케를 연발하며~
https://goo.gl/maps/uwdHNsnfpmBSJ2Vu9
유럽의 역사들을 보면 한결같이 층고가 높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특유의 천정이 매력적이다. 저렇게 설계하라는 무언의 압력 같은 게 있는 걸까? 아무튼 건물은 층고가 높아야 시야가 시원하지~
서프로는 열차를 타고 뤼벡으로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카톡은 길게 이어졌다. 열차가 긴 만큼 길어진 건가?
드디어 닐스의 누나를 만났다.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것이다. 서프로는 닐스의 누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생각했다고.
여자 닐스다!@
컨버터블이다. 제주도에서 이런 차를 타야 정상인데... 랭글러를 좋아하는 서프로는 차를 바꾸고 싶어 한다고. ㅎㅎ 특이하게도 휘발유 차량인데 개스 겸용이란다. 난 오래전 선배 5300cc 쉐비밴(연예인들 타는 밴)이 휘발유와 개스를 겸용으로 쓰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거 타고 지리산 가는 동안 개스를 세 번이나 충전해야 했다는...
뤼붹에 머무는 동안 쓸 방이다. 엄청 큰 방이고 너무 예쁘다고 한다. 장롱은 오래된 물건인데 아티스트(예술가)인 테다가 직접 그린 거라고 한다. 테다는 남사친 닐스의 누나 이름이다. 우리도 외국 나가면 친구를 소개할 때 한국에서 OO분야에서 훼이머스 한 사람이라고 구라(이런 표현 쓰면 안 되나 ㅋㅋ)를 섞어 소개하곤 하는데, 테다의 경우 그런 거 안 섞어도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테다는 화가라고 한다. 닐스의 집안 자체가 아티스트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집안 구석구석 테다의 작품들이다. 다 뭔가 특이하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는...
도착하자마자 주방과 안방을 구경시켜 줬다고.
역시 구석구석 작품이다.
도착해서 바로 늦은 점심 식사다. 서프로를 기다려 준 독일 가정식인 거다. 테다는 딸이 셋인 나름의 대가족인 셈이다. 부부는 아이들을 제대로 먹여야 하기에 항상 요리를 해야 하는데 서프로가 그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프레드릭&나딘 부부와, 알렉산더&디애나 부부는 서로들 바쁘고 아이가 없거나 어려서 가정식에 조금 소홀할 수 있겠지만 여긴 서프로의 호기심과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을 거다.
저거 꽈리 같은데?
우리 어릴 때 많이 먹었어.
들에서 따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열쇠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도어록을 많이 쓰기 때문에 집 열쇠라는 게 거의 실종된 거나 마찬가지가 되었는데 독일은 서프로가 말했던 것처럼 옛 것과 새것의 공존 상태로 보인다. 무조건 새것으로 바꾸려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 거다. 테다 부부는 나름 명망도 있는 전문직 중산층임에도 우리처럼 헤프게 쓰고 바꾸거나 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저녁식사 자리다. 서프로 왈,
독일 가정식만 해도 엄청난 콘텐츠가 될 것 같아.
일반적으로 독일 여행을 가서 독일 가정집에서 평소 먹는 식사에 초대될 기회도 드물 텐데, 서프로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음~ 그런데 뒤지개가 부러졌다. ㅎ 서프로 많이 먹이려고 너무 크게 만드신 듯...
서프로가 잠들 시간, 나는 지난주 거제도에 이어 해남 라이딩을 시작했다. 마침 한국적인 괜찮은 사진을 몇 장 건져 서프로에게 보냈다. 한국 사진 보여주라고 말이다.
그리고 난 달렸다. 비를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