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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8. 2022

30. 남들 다 간다는 남해 라이딩,
나도 다녀왔다!

거제도 라이딩에 이은 남해 라이딩 결과, 남해가 훨씬 쉽고 더 예쁘더라

원래 계획으론 지난주 일요일에 남해 라이딩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라이딩을 하지 않아 반쯤 초기화된 상태의 몸 상태에다 좋아하는 주(酒)님 덕분에 체중도 조금 더 늘어난 탓에 라이딩 시작하고 처음으로 허벅지 터지는 경험을 하고 일요일은 그냥 쉬기로 했었다.

그래서 남해 라이딩을 한 주 미뤘고 이렇게 계획한 대로 남해로 날아갔다. 역시 부산에서 새벽에 2시간 정도 운전해 도착한 남해. 서울에 있을 땐 멀어서 못 갔던 곳이지만, 한동안 부산에 체류해야 하는 상황일 때 인근 라이딩 코스를 섭렵하기로 작정한 나. 아무튼 그 두 번째 코스가 남해 라이딩이다.

지도상으로 봐도 남해가 거제도 바다 짧다. 이번 코스는 120km 정도니까 말이다. 좀 짧아지긴 했지만 업힐도 만만하진 않다. 낙타 등 코스는 말할 것도 없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 후반부 긴 업힐이 나를 노리고 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나는 그래도 섬은 반시계 방향이라며 원칙을 고수했다.


원래는 창선도까지 돌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거제도 라이딩 때 너무 고생을 했던 터라, 남해 라이딩 코스에서 창선도는 최후의 보루 정도로 두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 코스를 보니 그 정도는 건너뛰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천 케이블카 쪽으로 가다가 도로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남겼다. 나름 멋진 모습이었는데 폰카로 담는 건 한계가 있었다. 요즘 점점 똑딱이라도 하나 들고 다닐까 싶다.



사천에서 창선도를 건너 남해군 본섬으로 건너왔다. 농협 옆으로 해서 우측으로 돌아 지족항 인근에 주차를 하고 역시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작정했는데... 아~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우선 화장실부터 찾아야 한다. 어쩐지 집에서 화장실을 건성으로 이용했더니 전날 마신 술이 작용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차량을 이동했다. 배는 점점 더 아파오고... 상태는 좀 더 심각해지고...


http://kko.to/FSp44Tbi3

혹시 나처럼 고생할 분이 있을까 싶어 위치를 공유한다. 옆에 깨끗하게 운영되는 화장실이 있더라. 

거의 변기에 앉음과 동시에 볼일을 봤다. 혹시나 싶어 차에서 티슈를 가져가길 잘했다. 화장지 같은 건 없다.



앞바퀴를 꺼내 조립하고, 클릿 슈즈를 신고, 헬멧과 고글을 쓰고 안장에 앉았다. 일단 마스크와 팔토시는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지금은 해가 온전히 뜨기 전이고 수평선 근처엔 구름이 살짝 걸쳐 있었다. 아침의 선선한 기온을 한껏 활용하고 싶었다.

시작부터 풍경이 온화하고 정적이다. 매우 단아한 풍경이 이어졌다. 역시 반시계 방향으로 돌길 잘했다.



라이딩 중에 자꾸 스마트폰을 꺼내 들게 만들었다. 라이딩하며 촬영한 사진이라 좀 엉성하지만 사진 찍고 싶을 때마다 멈추면 에너지 낭비다.



물이 빠져 가까운 외딴섬과 물 웅덩이 같은 게 곧잘 보였다. 남해는 시작부터 눈을 즐겁게 했다.



양식장도 여럿 보였다. 물이 다 빠지면 양식장이 드러나려나?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곧 해가 뜨면 드디어 무섭고 무서운 8월의 뙤약볕에 노출되겠구나...

걱정이 앞섰다.



좌로 우로 굽어지는 해안선 도로를 따라 달리며 이글거리는 태양을 촬영했다. 제발 구름아 나 좀 살려다오~ 얼마나 외었던가?



서쪽 방향으로 돌고 있었기 때문에 햇볕은 등 뒤를 간지럽혔다. 목도 따갑기 시작했다. 참아야 하는지... 그런데 목에다 선크림은 좀 발랐어야 했다. 1주일이 지난 후에도 그걸 인지하지 못하다가 어제 부산-대구 라이딩에서도 목 뒤쪽을 신경 쓰지 않아 피부가 다 상했다. ㅠㅠ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다. 이거 느낌이 나쁘지 않다. 비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언제 올지 정확히 알 수도 없었다. 대략 11시 정도부터 강수량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빗방울이 떨어질 거라는 예보는 확인했지만 비라고 판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지퍼백 하나를 챙겨 오긴 했다. 우중 라이딩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정말 시원하고 재밌다. 젖으면 안 되는 지갑과 스마트폰만 잘 챙기면 비가 오는 게 훨씬 좋다. 특히 여름엔 말이다. 엉덩이 부분이 좀 쓸리는 게 흠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바람이 살랑살랑 부니 시원하고 좋다.



위는 쇠섬이라는 곳인데 길게 연육교가 나 있다. 저 안엔 조그만 체육시설이 있을 뿐 별 거 없다. 다만 일출이 멋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매력 뿜뿜이다.



한 시간 정도 달렸음에도 아직 일출 놀이 같다. 해가 꽤 떠 올랐지만 구름에 가렸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거제도 라이딩 때처럼 반쯤 맛이 갈 게 걱정이었으니 말이다.



남해 해안로는 좌우로 줄기차게 굽이진다. 굽이진 길을 돌아 나서면 새로운 모습이 계속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거제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라이딩하는 맛이 난다. 그래서 자덕들이 거제도보다 남해를 다니는구나 싶었다.



아직 푸릇한 벼들. 한두 달 후면 누렇게 익어 추수하겠지. 예쁜 벼들을 보며 즐겁게 라이딩이라니.



날씨가 심상치 않다. 기분이 다 좋다. 아직 마스크와 팔토시를 하지 않았는데 여차하면 안 써도 될 것 같았다. 

하늘엔 먹구름이 떠 있고~ (꼭 이선희 노래 같다)



드디어 남해대교다. 건너편은 노량이고 여긴 남해충렬사가 있다. 바로 지나온 길은 왕지벚꽃길이라 하는데 봄에 오면 멋지긴 하겠다. 사람이 엄청 많겠지만 말이다.



거북선인데 유료란다. 비가 툴툴거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라기보다는 간헐적, 산발적으로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 정도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비가 올 거라는 예고인 거다. 관광객은 1도 없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긴 했다. 이제 겨우 8시도 안 된 시간이었으니까.



노량대교 아래서 사진 한 장 남기며 계속 달린다. 라이딩 중 촬영한 건데 그나마 잘 나오긴 했다.



이건 업힐 하나 넘어 다운힐을 하다 만난 남해이순신순국공원이다. 사진 하나 남기려고 멈췄는데 에러다. ㅋㅋ 그런데 이것도 귀찮아서 그냥 지나친다. 혼자 라이딩하면 이런 게 너무 문제다. 누군가 같이 다니면 '이거 구경하고 가자'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을 텐데... 분명 힘드니 쉬고 가자는 건 누구나 안다.ㅎㅎ



한참을 달리는데 바다 한가운데 이런 집이 보였다.

이거 사고 싶다.

여기다 집 하나 지어서 살면 딱이지 싶은데 마을 공동체 같더라. ㅋ



구름이 잔뜩이었지만 파란 논과 바다와 해송이 짙은 무인도 그리고 멀리 광양국가산업단지가 보였다.



업힐 하나를 넘으니 멋진 소나무가 자리 잡은 터널도 하나 나온다. 오래된 건 아닌데 오래된 것 같이 만들었다. 꽤 신경 쓴 것 같다.



첫 보급이다. 35km 정도 달렸던가? 남해스포츠파크 앞 CU편의점에 멈췄다. 

이걸 사서 자리에 앉았는데 비가 온다. 내가 '엥~' 그러면서 하늘을 보자 물건을 내리던 배송 직원분이 피식 웃어버렸다. 그 후 저 차량과는 몇 번을 마주쳤다. 어쩜 내 라이딩 코스와 배송 방향이 같았던 거다.

바로 전 정상에서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눴던 라이더 두 분이 내 앞을 지나갔다. 원래 가던 방향이 아닌데... 아마도 비 때문에 라이딩을 접은 것 같았다.

나는 약 10분 동안 맥주로 당을 채우고, 게토레이와 얼음을 물통에 채워 넣은 후 다시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한참 후 앞서 달리던 두 분을 만났다. 내가 빨리 달린 건 아닌 고로 그분들이 천천히 달린 것 같다. 복귀하는 거라고 했다. 난 그들을 제치고 먼저 달려 나갔다. 난 빨리 일주 마치고 집에 가서 맥주나 한 잔 마시고 싶었다. 벌써부터...

게다가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라지만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시간 후엔 꽤 내릴 수도 있다. 시원하겠다 싶지만 펑크 문제도 걱정이었다. 예비는 되어 있지만 귀찮은 일이니까 말이다.

* 비가 올 땐 펑크가 잘 난다. 부유물 때문이라고들 하긴 하더라.



여긴 남해기천마을, 다랑이마을이라고 한다. 관광지다. 풍경은 대략 멋지다. 다랑이논이 유명하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난 여기서 사진 몇 장을 찍고 계속 달렸다. 보급 때 정도 빼곤 거의 쉬지 않는 게 나의 가장 큰 결함이다. 쉴 땐 쉬며 달리는 게 좋은데... 언젠가 같이 라이딩할 사람이 생기면 좀 쉬곤 하겠지만.



여기 홍현리를 지나면 한참은 사진이 별로 없다. 딱히 촬영할 만한 것도 없었다. 용소리쯤 들어서니 미국마을이라는 곳도 있는데 저 위쪽의 독일마을이야 워낙 유명해서 그렇다 치고 미국마을은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보려다 먼발치에서 보고 그냥 지나쳐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페달을 밟았다.



월포두곡해수욕장을 지나 업힐 오르면서 사진을 남겼다. 여긴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월포두곡해수욕장을 지나 업힐을 조금 올라 편의점을 찾아냈다. 여기가 두 번째 보급지다. 점심식사라고 하는 게 맞을까? 오전 참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아침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첫 식사인 셈이다. 



남해 미국마을이라고 있더라. 길가에서 보여서 잠시 라이딩을 멈추고 봤는데 별 거 없어 보였다. 대신 그 앞쪽 논이 훨씬 예쁘길래 사진 한 장... ㅎ



여긴 원천항 인근이다. 역시 남해는 바다 그리고 바다 또 바다 그냥 바다 쭉 바다 내리 바다 바다 바다...

이번 라이딩은 정말 날씨 덕을 봤다. 안 그랬다면 또 거제도 라이딩처럼 더위 먹고 골골 거리며 라이딩을 했을 것 같다.



여긴 벽린항 위 조망대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벽린마을에 어떤 이유인지 관광버스가 드나들고 있었다. 결코 짧지만은 않은 업힐이긴 했어도 경사가 강하지 않아 올라갈 만한 구간이었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거제도나 남해나 반시계 방향보다 시계방향이 수월한 것 같다. 출발지가 나와 같다면 말이다.



항도전망대 팔각정이다. 여기 조그만 컨테이너가 하나 있고 할머니가 혼자 장사를 하고 계신다. 마침 보인 화장실에 들렀다가 팥빙수를 판다는 광고판을 보고 컨테이너 안에 들었다가 갑자기 캔맥주에 꽂혀 그걸로 메뉴를 바꾼 후 팔각정 아래에서 홀짝였다. 사실은 두 모금에 끝장났다. 업힐 전부터 비가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빗줄기가 굵어지려는 듯했다. 다운힐에 빗물은 위험해서 살짝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폭우까지 연결은 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사진이 없다. 약 15km 정도는 꾸준히 달려야 했다. 비가 꽤 올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약 5km 정도를 앞둔 지점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등짝과 볼에 스매싱을 날리기 시작했다. 따갑다 못해 아플 정도였다. 낯짝 두꺼운 나조차 이럴진대 피부가 약한 여자들 같았으면 꽤나 고통스러웠을 거다.



127km를 달렸다. 누적 고도 1,366m.

비가 와서 더위를 눅여 달릴 만했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코스는 아닌 것 같다.

내 체력이 왜 이렇게 망가진 거지?

아무리 93kg이라도 말이다. ㅠㅠ

고관절 부러지고 100kg를 살짝 넘겼을 때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나이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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