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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8. 2022

31. 오륙도-광안리 라이딩, 오륙도엔 연락선이 없더라

남해 리커버리 라이딩으로 다녀온 오륙도

전날 남해 라이딩을 다녀온 후 새벽부터 잠이 오지 않는 일요일. 이리저리 몸을 굴려봐도 잘 안 굴러간다. 그놈의 배가 문제인지 궁둥이가 문제인지 아무튼 잘 안 구른다.

몸뚱이 굴리기를 여러 차례 시전 하던 나는 더 이상의 시도를 포기하고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이미 정신은 쌩쌩하고 독서는 귀찮고 뭔가를 입에 퍼 넣는 것도 귀찮다.

스마트폰을 열어 카카오 맵을 켜고 부산에서 가보지 않은 곳들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해안선을 따라 라이딩하던 구간들 중 오륙도와 광안리가 빠진 걸 알 수 있었다. 광안리야 차로 수십 번(?)을 다녔기에 뻔한 곳이었지만 오륙도는 평생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지역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말았다.

난 당장 주섬주섬 라이딩 복장을 챙겨 입었다. 배는 볼록 엉덩이도 볼록... 아주 볼품없는 몸매가 되었지만 라이딩 복장이 아니고서야 어찌 자덕이라고 할 수 있겠나...

아무튼 다 차려 입고 당장 라이딩에 나섰다. 전날 충전해 둔 가민 GPS와 스램 배터리를 장착하고 집을 나섰다. 역시 일요일 아침엔 한산하다.



첨엔 오륙도까지 가는 길이 평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난 아직까지 부산을 간과하고 있었다. 부산하면 산, 산 하면 부산 아이가?

버스정류장이라는 아주 강력한 걸림돌을 둔 시내버스와 앞서거니 뒤서니 하며 업힐을 두고 경쟁을 하다 먼저 KO 된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버스를 먼저 보내고 룰루랄라 천천히 업힐을 올랐다.

고바우 하나 올라가는 걸 뭐한다고 버스하고 싸우고 XX인지.... ㅋㅋ

어쨌거나 버스 덕분에 별생각 없이 정상에 섰다. 기념사진 한 장 남겨 주시고 방향을 체크한 뒤 다운힐...

오잉?

오른쪽에 군함들이 보였다. 군 선착장이 있었구나. 난 아무 생각 없이 그 길을 따라 쭉 내려갔다.



그런데...

길이 없었다.

난 다시 그 업힐을 올라가야 한다.

별로 길지도 않고 경사도 세진 않지만 억울했다. 난 어제도 남해에서 지겹도록 업힐을 타고 온 몸이라고!

그런데 특이하게도 여긴 카약 같은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잠시 사진 몇 컷 남긴 나는 다시 업힐을 탔다. 길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내려온 내가 잘못이지. 난 이 길이 오륙도로 가는 길인 줄 알았다.

정상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오륙도. 거기까진 당연히 다운힐인데... 아직 업힐이 더 남아 있었다.

왜 부산엔 죄다 산이냐고...

서울에선 동부고개든 뭐든 업힐을 찾아다니던 나인데 그 좋아하는 업힐이 이렇게 많은데 왜 투덜거리는지 모르겠다.



나머지 업힐을 쪽쪽 빨고 다운힐이 시작되자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지도에서 봤던 외딴 아파트 단지다. 의외로 크다. 전망은 완전 킹왕짱이다. 이런 아파트에 살면 늙지도 않을 것 같다.


다운힐 중간 지점에 멈춰 주변 사진을 남겼다. 이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건 오륙도 전망대와 그 아래 절벽 위에 섰을 때였다. 부산에서 마주한 장관들 중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만한 장소였다.

갑자기 옛 노래 가사 중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하는 가사가 기억났다. 기억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인가? 외지인에게 부산은 아무래도 많이 다른데 부산 사람들은 이런 자연환경을 곁에 두고 산다는 데 자부심을 갖곤 있을까?



뭐하러 온 차들인지 알 수 없으나 주차장엔 차들이 빽빽했다


바람이 의외로 강하게 불었다. 축축하게 땀에 젖은 져지는 금세 말라버렸다. 난 옷이 좀 더 마르도록 파란 바닷물이 절벽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케이오스를 감상했다. 수억 년 동안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모습인 거다.



왜 오륙도일까?

저만치 떨어져 육지와 서로를 응시하는 듯한 저 섬.

멀지도 않은데 가까이할 수 없는 저 섬.

저 섬에서 묘한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방향표 시석도 있고 주차장 옆을 보니 횟집이다. 딱 내가 원하는 스타일. 바로 저 집인데... 아침부터 낮술을 마실 수도 없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같이 마실 사람이...


부산항 근처에 새로 지운 건물이 보였다. 멀리 해운대 아파트들도 보였다. 날씨가  좋은 탓이다.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감상을 마치고 업힐을 타고 올라가려다 온 김에 오륙도 전망대를 지나치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고생해서 온 길인데...

어랍쇼? 코스모스네? 아직 가을이 오려면 멀었단 말이야. 얘들아!

난 사진 몇 장을 찍고 전망대로 향했다. 언젠가 누드 전망대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발아래로 바다가 보인다고?



입구에서 덧신을 준다. 그걸 신고 들어갔는데 바닥은 이미 만신창이. 스릴 같은 건 0.1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망가진 것도 미리 예방하지 못한 결과이거나 내구성 떨어지는 자재 문제이거나. 보수하려는 계획은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일반 전방대 수준으로 사용할 거면 덧신도 의미가 없고 거기 근무자의 존재 역시 무의미해 보였다. 근본적 해결이 필요한 곳이다.



정말 경관은 그냥 예술 그 자체다.


저 아파트가 점점 맘에 든다. 어쩌지?



나오는 길에 다시 덧신을 벗고.

아. 어제 비에 쫄딱 젖어 원래 신던 클릿 슈즈는 말려 놓고 초보 때(지금도 초보 수준) 쓰던 걸 신고 나왔다. 역시 발은 이게 편하다.



얘도 사진은 남겨 줘야겠지? 나의 육중한 몸을 버텨 주느라 고생했는데.



오륙도 언덕 끝으로 다시 올라왔다. 지도를 보니 이기대공원이란 곳이 있더라. 공원 안쪽으로 길도 있었다. 당연히 안 가본 길로 가야 정상이지. 그게 라이딩의 매력이니까.

완전 남산 느낌이다. 경사는 남산 비슷하거나 그 이하?

거리는 엇비슷한 것 같긴 하지만 가끔 경사가 너무 떨어지는 구간이 있어서 오히려 북악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거리는 잘 모르겠다. 그리 긴 것 같진 않고 오히려 달맞이고개보다 재밌다. 차량도 별로 없고 도로 상태도 양호하다.

가까운 곳이라면 자주 오르고 싶을 정도로.



광안리 쪽으로 나오면 이런 풍경이다. 뭔가 껄쩍지근하다.


광안대교 아래쪽 돌아가는 길이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번쩍번쩍한 아파트를 조망할 수 있다.


옛날 그 먼 옛날 찐 부자들이나 살았다던 아파트 옆으로 길이 있다. 곧 공사판이 될 곳이다.


이른 아침인데 벌써 해수욕에 나선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역시 듣던 대로 젊은 사람들은 광안리에 모인 것 같더라.


광안리를 넘어가다 보면 밀락더마켓이라는 재미난 곳도 오픈했다고. 시간 내서 다녀올 것 같긴 하다.



아직도 공사 중인 모 현장도 있다. 예전엔 여기가 놀이공원이었다지?


드디어 수영강이다. 난 수영강을 따라서 올라가다 온천천을 타야 한다.

몇 번 와봤다고 익숙한 이 느낌은 뭐지?

역시 좁은 자전거도로에 자전거는 많다.

위험한 길이다.



리커버리(회복)라이딩으로 돌고 왔다. 업힐이 저렇게 많았다면 안 나왔을 텐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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