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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9. 2022

32. 부산에서 대구까지 224km 라이딩

국토종주는 꿈만 꾸고 있는 내겐 이것도 감지덕지

잠시라고 하기엔 좀 긴 출장이 된 부산 살이. 부산에 있을 때 남부권 라이딩 코스는 전부 다녀볼 요량인데 체력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 잘 안 먹고, 잘 안 쉬는 게 문제라는 걸 매번 느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체력이 저질이라고 탓만 하는 것도 안다.

이번 주 라이딩은 정말 고민이 많았다. 떠나기 전에도 고민 라이딩하면서도 고민이었다. 떠나기 전엔 거제도, 남해에 이은 여수 라이딩을 할까 싶었지만 장거리 운전 때문에 망설여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될 일을 괜히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막상 대구를 목적지로 잡고 라이딩을 하면서 돌아올 걱정일랑 잊고 있었던 거다. 그냥 고속버스 타면 되지, 라는 무책임한 생각인 거다. 아마도 잦은 지방 라이딩 경험으로 체득한 당연함 같은 게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여수 라이딩에 그걸 접목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대구를 목적지를 잡고 라이딩을 시작한 후 난 동대구터미널이냐, 구미냐 혹은 상주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라이딩 초반엔 그까짓 거 상주까지 못 갈 건 뭔가 싶다가 체력이 떨어지며 구미까지만 갈까 생각하다 종반엔 결국 동대구 가서 버스 타고 빨리 돌아가 맥주나 마시자는 결론으로 급변했다.

이런 간사함이 어디 또 있을까? 아마 혼자였기에 의지가 약해졌을 거다. 누군가 함께 라이딩하고 있었다면 절대 그런 유혹에 나를 던져두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깜깜한 밤, 거리의 가로등이 태양 대신 이글거리고 있을 때 나는 강시처럼 번쩍 눈을 뜨고 양치질을 했다. 마스크를 써야 하기에 아침 양치질은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해야 한다. 내 입 냄새에 질식해서 죽는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마스크에 꺼끌 거림이 싫어 평소보다 매끄럽게 면도한다. 보통은 아침에 샤워를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갑갑한 느낌이 있는데 라이딩할 땐 땀을 비 오듯 흘리기 때문에 건너뛴다.


전날 체인에 기름도 칠해 놨고, 라이딩 복장을 챙겨 입고 빠진 게 없는지 철저히 점검을 한다. 이번엔 안장 밑에 가방을 달았다. 평소엔 절대 안 달고 다니는데 여름이라 물통 케이지 두 개를 써야 해서 예비 튜브와 약간의 공구 등을 담을 공간이 필요했다. 등 뒤에 꽂고 다니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



마스크와 팔토시 없이 한참을 달렸다. 처서 며칠 지났다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해져서 라이딩할 맛 난다.

여기는 부산의 끝부분인데... 해가 산너머로 솟아오르려 한다. 산 위로 길게 깔린 구름을 보니 오늘 라이딩은 그다지 뜨겁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번 라이딩에 처음 만난 자덕들. 어디로들 가시려나? 맨 앞에만 로드바이크고 그 뒤로는 MTB다. 완전 무장이라 연령대는 알 수 없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 같았다. 아무튼 부산엔 MTB가 더 많다.



37km를 달린 시점이다. 아직까지 해가 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뙤약볕에 라이딩을 하면 대구까지 가는 길이 고될 거라고 생각했던지라 구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가민 1030+의 세팅이 잘못되어 신호대기하거나 할 때 멈출 때 pause 상태가 되지 않는다. 돌아가면 세팅을 만져 봐야겠다.

좀 많이 달렸다 하면 쉬지 않고 60km 정도는 달리는데 이번엔 여차하면 100km 혹은 절반 정도인 110km를 내리 달릴 생각이었다. 무리하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근육에 스트레스가 없는 걸 보면 차라리 해가 뜨기 전에 달릴 수 있을 만큼 달리는 게 훨씬 이득일 거란 생각도 있었다.



라이딩을 멈추고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달렸다. 이건 잠시 멈춤이지 쉰 건 아니다. 나머지 사진들은 거의 달리며 촬영한 거다. 그래서 영혼이 살짝 빠지긴 했지만...



여기가 중요한 부분이다. 낙동강을 건너는 구간인데 길을 잘못 들면 밀양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정표가 없어서 지난번엔 이런 걸 모르고 지나쳤었다. 그땐 목적지가 밀양이었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이번엔 밀양으로 가면 평지긴 해도 한참 돌아서 가야만 하는 코스가 된다. (나중에 알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랬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밀양에서 대구 쪽으로 강북 쪽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대구 쪽으로 가려고 삼랑진교를 넘는 중이다. 아~ 정말 멋진 풍경이다. 날이 궂어도 이 정도니...

삼랑진교는 차량 교행이 안 되는 좁은 교각이다. 차량 소통이 많지는 않으나 유의하는 게 좋겠다.



쭉쭉 달렸다. 어쨌거나 목표했던 100km를...



흐흐~ 그런데 얼마 전 다녀왔던 우영우 팽나무 옆을 지나간다. 그냥 지나칠까 싶었는데 그래도 사진은 남기는 게 정상이지 싶어 자전거 걸쳐 두고 사진을 남겼다. 일찍 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좋다. 저번엔 땡볕에 사람이 바글바글 했었는데 어쩌면 팽나무도 끝물일 수 있다.



다시 페달을 밟으려 우측으로 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데 멀리 우영우 팽나무가 보여 달리면서 한 컷.



쭉 뻗은 자전거 도로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의외로 넓구나... 저 끝이 어디일까? 몇 키로나 될까?



익숙한 듯, 전에 본 듯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낙동강 옆을 줄기차게도 따라 달린다.



중간에 정비되지 않은 농로도 보이고 수풀이 자전거 도로를 절반 이상 가린 곳도 많다. 강변 옆으로는 생태공원이 많다. 사람도 안 사는 동네에 뭔 생태공원은 그리 많이 조성했는지... 위성지도로 봐도 별 의미가 없는 곳 같아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높으신 양반들이 무슨 생각이 있으니 외딴곳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곳을 조성해 두셨겠지. 나 같은 미물이 어찌 그런 뜻을 알 수가 있나.



한참을 달려 함안보에 도착했다. 역시 달리면서 촬영. 이젠 라이딩 중 촬영하는 기술이 수준급에 달했다.



함안보를 건너며 낙동강을 촬영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하다. 내겐 너무 좋은 상황이다. 아직 다리 근육은 팔팔하고 110km 달리고 푹 쉬었다 가도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하여튼 사람 앞날은 알 수가 없다니까!



저기 보이는 게 낙동대교다. 달릴 땐 몰랐는데 이제 위성지도를 보니 그렇게 나온다. 강변까지는 엄청나게 넓은 초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나중에 여기에 또 뭔가 만들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달리자 오토캠핑장과 공연장, 야구장 등 여가시설이 조성되어 있었다. 주말인데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여유로운 캠핑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나중에 나도? 멀지만 않으면 가보련만...



저건 남지대교인가? 이번엔 다시 강변의 북쪽으로 건너갔다. 무슨 자전거 도로가 위아래로 흔들어 대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사람 구경한 지 꽤 된 것 같았다. 이거 제대로 된 코스가 맞는지 나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남지체육공원까지 왔다. 도중에 보급할 만한 곳도 없었지만 보급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어서 그냥 내달렸는데 95km 지점에서 쉬는 걸로 내 안에 있는 내가 모르던 녀석과 타협을 하고 말았다. 110km는 무슨...

95km에 만족하고 말았다.

편의점이나 뭐 그런 건 없었고 음료수 자판기가 두 개 있어서 생수 하나만 샀다. 아직 물통이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물도 안 마시고 탈 수 있었던 건 날씨가 나를 도왔기 때문이다.



나무에 자전거를 걸쳐 두고 벤치에 앉았다. 누워서 쉬려 했지만 비둘기 똥이 ㅠㅠ

어쩔 수 있나, 다른 벤치로 가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최근 풀을 깎아서 온통 벌레며 풀이며 난리가 아니었다. 좀 더 움직이면 팔각정도 있는데 왜 움직이긴 싫은 건지. 그냥 대충 앉아서 스마트폰 끄적거리며 10분 정도 쉰 것 같다. 더 쉬어야 하지만 역시 혼자선 어림도 없다. 그냥 달리는 게 속 편하지.



강변길을 벗어나 갑자기 마을로 들어선다. 이거 느낌이 불길하다... 싶었더니...



역시 업힐이다. 크진 않지만 어쨌든 산 하나를 넘어야 했다.



위성지도를 보니 칠현리라고 한다. 다시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군데군데 위협적인 구간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는 역시 쓸 만하다.



산을 넘으니 또 낙동강을 넘는다. 이번엔 박진교란다. 박진교를 건너기 전에는 전쟁박물관이 있다고 나온다. 관광 모드가 아니니 갈 일은 없고...

우와~ 오래간만에 꽤 긴 업힐이다. 경사는 8~13% 정도?

힘을 아끼기 위해 10% 넘어가는 구간은 갈지자로 와리가리 전법을 썼다. 언젠가 선배 라이더께서 그렇게 타는 것도 기술이라고 하셨기에 이젠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려서 끌고 가는 것보다 그게 쉽다.



정상에 오르면서 보니 국토종주하면서 남긴 글들이 엄청나게 길게 새겨져 있었다. 나도 하나 새기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내려야 하고 해서 그냥 글 읽으며 업힐을 올랐다. 어린 학생들이 국토 종주하면 꽤나 힘들었을 텐데 그런 정신으로 살면 앞으로 해내지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박진고개, 구름재 쉼터에 인증센터가 있다. 난 어딜 가도 저런 것에 관심이 없는지라 그냥 있구나 정도로 사진 한 장 남기고 만다. 웃긴 일이지만 도장 찍으러 간다며 차를 타고 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사람들도 있더라.

정신 나간 인간들. 자신과의 기록이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혹은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도장 찍기를 하다니... 형편없는 마인드 아닌가?



여기 형편없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의 흔적이 또 있다. 어딜 가나 이런 습성을... 참 안타깝다. 맥주를 가지고 왔을 정도면 차를 타고 왔을 것 같은데 저기다 저렇게 버려두고 가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양심인지 모르겠다.



잠시 풍경 구경을 하다가 벤치에 앉았다. 앉으니 눕고 싶어 누웠고, 누우니 졸리더라. 그래서 눈을 잠시 감았는데 십 분은 잔 것 같다. 어디선가 시끌벅쩍한 소리가 들리는데 꿈인 줄 알았다.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다.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다운힐을 달렸다. 아이들도 두 명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13%는 쉽지 않은 경사도라 그런지 자전거를 끌고 있었다. 언젠간 너희들도 잘 타게 될 거야.



이 구간은 이 길이 저 길 같고 저 길이 이 길 같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그냥 달린다. 이미 110km는 넘었고 120km를 앞두고 있었던가? 130km를 앞두고 있었던가?

아마 95km에서 쉬지 않았다면 상당한 체력을 날려 먹었을 것 같다.

스마트폰을 열어 인근의 편의점을 검색했다. 마침 5km 앞에 편의점을 발견했고 그곳을 점심식사 보급지로 결정했다. 그곳 말고는 근처에 뭐라도 먹을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먹는 게 속 편하니까.



드디어 도착한 편의점. 12시가 조금 넘었다. 딱 점심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내 라이딩 평생 이렇게 많이 먹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맥주에 김밥, 콜라에 샌드위치, 레드불 반 파워에이드 반 섞어서 물통에 넣고 아직 반통 남은 물에다 남은 레드불 넣은 후 남은 파워에이드를 마셨지만 결국 바닥을 못 봤다. 아깝지만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저것들을 뱃속에 다 쑤셔 넣고 나니 약 20분 정도 소요됐을까? 난 역시 더 쉬지 못하고 페달을 밟아야 했다. 이 지긋지긋한 문제를 언제나 고칠 수 있을지. 대구까지 가는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해서 스스로를 재촉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역시 의미 없다. 그냥 길이 다 똑같아 보인다. 쭉 뻗은 자전거도로가 예쁘긴 하다. 땡볕이 아닌 걸 감사히 생각하고 달리고 있었는데 해가 중천에 오르자 세상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등짝도 따갑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부터는 마스크도 하고 팔토시도 했는데 이제 대구까지 약 90~100km 정도를 이런 땡볕에 달려야 한다니 걱정이 앞섰다. 업힐만 없기를 바라며~ (개 풀 뜯어먹는 소리였다는)



위에 올린 사진 재탕하는 거 아니다. 그냥 다 똑같다. ㅠㅠ



달성군에서 운영하는 무인매점이 있어서 달리기를 멈췄다. 대체 뭘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사서 뱃속에 넣어야 체력 보충이 될 것 같아서다. 더워지니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

우와~ 아이스크림 자판기라니. 나의 사랑 설렘은 없고 빵또아만 살 수 있었다. 그게 어디냐. 일단 먹자.

설레임을 팔았다면 하나는 먹고 하나는 가슴에 포개어 넣고 달렸을 것을...



다시 말하지만 위에 올린 사진 재탕하는 거 아니다. 그냥 다 똑같다. ㅠㅠ



드디어 달성군 구역에 들었다. 이제 도심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다. 이게 왜 부럽지? 난 자연을 벗하러 라이딩을 나왔는데...

하긴 혼자 너무 시골만 달렸더니 말도 하고 싶고, 외롭고 심심하기도 했다. 혼자 차를 운전해서 200km를 달려도 심심할 판에 자전거를 타고 이게 대체 몇 시간 째니? 새벽 6시부터 라이딩을 시작했으니 음~ 무려 8시간째 달리고 있는 셈이다.



또다시 말하지만 위에 올린 사진 재탕하는 거 아니다. 그냥 다 똑같다. ㅠㅠ



아파트가 보이는 걸 보니 점점 대구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대구와 달성군을 우습게 보긴 한 모양이다. 대구가 광역시라는 걸 잊었는가? 달성군은 대구시 관할이란 말이다. 그것도 멀찍이 떨어진 군 단위의...



가을이 오는 중인 것 같다. 벌써 들국화가 피기 시작한 걸 보면



달리면서 말 촬영한 것치곤 잘 나왔다. 역시 들국화. 길이 너무 단조롭고 길어서 여기서부터 대구시 도심 인근까지는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다. 지치기도 했고... GPS에는 170km 정도 달렸다고 나왔고 이제 약 55km 정도 달리면 된다. 그래 봐야 삼성동에서 팔당 왕복하는 수준인데 이미 체력은 거의 고갈 상태인 데다 더위는 맛있게 냠냠 먹고... 이판사판이다. 이제 55km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가는 거다.

그래도 음료수는 넉넉하니 다행이다.



여긴 낙락섬을 경유해 대구시내로 들어가는 관문 같았다. 차량은 진입이 안 되는 것 같고 대구시민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것저것 다양한 탈 것들이 가득했다.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 다시 힘이 폴폴 나는 듯했으나 기분만 그랬다. 힘은 별로였다.

한국수자원공사 옆으로 난 자전거 도로 위에 요철이 많았지만 나의 가공할 신공인 점프로 열몇 개를 뛰어넘었다. 학생들은 내 점프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더라는... 이건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잘못하면 낙차이니라.



강창교 밑 그늘이 맘에 들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제 25km만 달리면 되니까.

그런데 25km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졌을까?

지도를 보니 세천교를 넘어야 하기에 머리를 굴린다고 시내길로 들어섰는데 막상 세천교를 건너고 보니 반대편 차선으로만 갈 수 있다. 된장. 괜한 잔머리로 팔다리만 고생이다.



중간에 실수해서 길을 잘못 들어 대구염색산업단지 쪽으로 들었다가 되돌아 나와 신천으로 진입해 괜찮은 곳을 발견해 마지막 휴식을 가졌다. 대구염색산업단지 쪽으로 가니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만약 냄새만 아니었다면 그 길로 해서 계속 갔을 거다.

쉼터에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6~7km만 가면 된다. 이제 라이딩의 끝이 보였다. 게다가 좋은 건 해가 저물 무렵이 되니 그늘이 져서 뜨거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남북으로 흐르는 신천의 방향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앱을 다운 받아 동대구터미널에서 부산종합터미널까지 가는 7시 30분 버스를 예매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분수가... 아 분수 밑으로 돌진하고 싶어라~



개천을 따라 지나가다가 오른쪽에 칠성시장을 만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버스 예매를 하지 않는 건데...

길게 이어진 포장마차와 푸드트럭이 나에게 얼른 오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짙은 막창 굽는 냄새와 함께. 그 강렬한 유혹을 나는 이겨내고 말았다. 빨리 집에 가서 드러눕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했던 거다.



동대구터미널을 보자 와우 소리가 먼저 나왔다. 문명이다. 드디어 나도 문명인이 된 거다. 기껏 224km 달리고 이모양인 걸 보니 나 자신이 우스웠다.

제주도에서는 하루에 한 바퀴, 엄마 MTB로도 잘 돌았는데 그것도 폭염주의보 걸린 날에 말이다. 이젠 다 된 것 같다. ㅠㅠ



버스를 기다리는 나. 이제 집에 가면 된다.

그렇게 됐다. ㅠㅠ






결국 집에 와서 먹은 건 전날 먹다 남은 피자 네 조각과 캔맥주 세 캔 그리고 아침에 삼양라면 한 그릇이다. ㅋㅋ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부산종합터미널에서 집까지 17km를 더 달려왔다. 죽음이다. 정말. 거기다 초행길이라 길도 잃어 2km 더 달린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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