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는 타야 하겠기에 비를 맞으며 출발한 라이딩
이 집은 영화에서 본 것 같다. 아마 맞는 것 같다. 좌천된 검사가 머물던 관사로 나왔던 기억이다.
간절곶이다. 여긴 거의 이십 년 전에 한 번 와본 곳인데 너무 많이 변해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차 가지고 전국일주 하던 시절이었던 기억이 난다. 밤바다에서 뭐가 그리 슬프다고 눈물을 흘렸던지... ^^
아마 감수성이 참 예민했던 시절 같다. 그렇게 어린 시절도 아닌데 말이다.
간절곶을 지나자 얼마 후 목적지인 진하해수욕장이 나타났다. 자전거 타는 분들이 꽤 보였다. 아마 울산쯤에서 시작해 부산 방향으로 가는 분들인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제대로 밥 먹는 건 글렀다. 라이딩을 가면 밥을 안 먹는 걸까? 이번엔 태양이 그리 뜨겁지 않아 다행이긴 했는데 진이 빠져 달리지 못하는 극한 상황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급속하게 당을 충전하는 덴 콜라와 맥주 만한 게 없긴 하다.
아무래도 eMTB를 끌고 나오길 잘 한 날이다.
김밥 먹는 시간 포함 20분 정도 쉬었을까?
이젠 복귀하는 길이다. 돌아가는 길엔 따라 사진을 촬영할 구간도 없어서 해안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내달렸다. 86km를 달리고 배터리는 52% 남은 상황인데 돌아가는 길은 정관-철마 쪽으로 잡았기 때문에 초행길인 데다 업힐도 제법 있을 것으로 보고 전기 서포트를 아예 끄고 달렸다. 가끔 나오는 업힐에서 에코 모드와 트레일 모드를 번갈아 쓰긴 했다. 어차피 운동하러 나온 거라 최대한 페달링 위주다. 자전거가 22kg이라 여간 무거운 게 아니라 업힐만 나오면 속도가 나지 않아 속이 터진다. 어쩔 수 없이 전기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임랑해수욕장 끝에서 임랑문화공원을 끼고 자전거도로가 나온다. 이걸 타면 정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처음엔 이걸 모르고 한참 가다가 돌아왔다. 지도를 확대해서 보니 자전거도로를 타는 게 맞다. 그래야만 정관에서 철마로 이어지는 국도를 탈 수 있다.
진입로에 대충 주차해둔 차량 때문에 짜증이 났지만 어쨌든 진입은 했다. 나름 잘 조성된 길이다. 하천을 따라 평지로 이어진 구간 같다.
그런데 진입로에서 보니 멀리 투망을 던지는 분들이 보였다. 다음에 투망 가지고 가기로 눈에 좌표 찍어두고 다시 출발. 그런데 뭐가 잡히긴 하는 거겠지?
나름 예쁜 하천이다. 좌광천이라고 나와있다. 정관 주민들이 이 길을 따라 바닷가로 나오는 듯 가끔 라이더를 만날 수 있었다. 아주 약한 업힐이 이어지는 구간이다.
정관이 보이는 교각 밑 그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물에 젖어 질퍽한 양말을 또 짜 주시고~
사진으로 느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벼에 생기가 죽기 시작했다. 익어가고 있는 거다. 이제 불과 한 달이면 다들 추수하느라 정신이 없겠지. 세월 정말 빠르다. 2022도 절반 이상 지나갔으니...
정관에서 철마까지 가는 길엔 역시 긴 업힐이 있다. 경사는 그리 세진 않지만 길고 구불구불하다. 도로 사정은 좋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여기서 라이더는 딱 한 명 봤다.
정상에 오르면 오른 만큼 긴 다운힐이 이어지는데 철마 쪽으로 들어서면서 점점 차량 소통량이 많아진다.
여긴 철마 회동수원지로 이어지는 철마천이다. 나름 예쁘다. 언젠가 캠핑 장비 때려 싣고 한번 와봐야겠다.
이제 라이딩은 거의 끝나가는 거다. 부산 도심으로 들어가면 딱히 사진 찍을 일도 없기에 그냥 내달릴 예정이다.
유럽 여행 중인 서프로의 메시지가 왔다. 이제 일어났다고... 난 이제 라이딩 다 끝나간다고.
간단히 통신 후 사진 몇 장을 남기고서 라이딩을 시작했다. 오래된 좁은 교각에 차량 한 대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차가 많아진 거다. 구석에 붙어있는 나 때문에 교행이 어려운 것 같아 빨리 자리를 벗어나 줬다.
우중 라이딩 두 시간 정도, 물에 젖은 채 라이딩했다. 아직 부산에 가봐야 할 곳들이 많다. 금정산 임도 라이딩도 가봐야 하는데... 아무튼 부산은 로드바이크 탈 여건이 좋지 않다. 최근 다녀본 온천천은 사람이 너무 많아 위험하다. 결국 낙동강변 국토종주길 밖에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