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가 아홉 번째 밤이 되도록 지속되었다. 낮보다 밤이 한참 더 길다. 이 숲이 무지개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오로라가 끝도 없이 지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북극성을 따라갔던 빠른발과 화들짝은 동물의 신이라고 불리던 전설 속의 맘모스를 만날 수 있었다. 빠른발과 화득짝은 세상에 그렇게 큰 동물이 존재할 거라고는 상상한 적도 없었다. 그저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에게서 전해 내려오던 전설 속 거대한 동물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을 뿐, 그렇게 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두려움에 벌벌 떨던 화들짝과 달리 용맹한 빠른발은 맘모스에게 다가가 무지개마을의 위치를 물었다. 놀랍게도 맘모스는 무지개마을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고맙게도 위치까지 알려줬다. 덩치가 산 만한 맘모스는 의외로 친절한 동물이었다. 그때 알게 됐지만 노란민들레숲의 동물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전설의 숲 무지개마을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빠른발과 화들짝은 미친 듯이 달려 숲으로 돌아왔다. 황당하게도 모든 동물들이 그 숲에 정착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행동이 빠른 동물들은 벌써 양지바른 은신처를 찾아 든든하고 따듯한 집을 짓고 있었다. 영원히 살게 될 집을 정성 들여 짓고 있었다. 빠른발과 화들짝은 마주 보며 서로의 표정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고 있었다.
이제 이 숲이 집이자 고향이니까……
손이는 엄마가 해 주었던 말을 기억했다.
“고향이라는 건 그저 단어에 불과한 거야.
너의 마음에 좋은 추억을 담고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고향인 거야.
태어난 곳은 그저 태어나기만 한 곳일 뿐이야.
네 추억이 없다면 말이지.
그래서 결국엔 네 고향은 한 개도 될 수 있고 두 개, 세 개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어.
그곳에 너의 추억이 있다면……”
“태니야! 손이야!”
멀리 호수 너머에서 무지큰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이와 동물들은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달렸다. 이미 강을 반 이상 건넌 무지큰발의 뒤에 그림자숲에서 온 동물들이 줄지어 오는 게 보였다. 호수는 이미 꽁꽁 얼어붙어 곰들이 마구 뛰어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져 있었다. 그들 역시 새로운 고향으로 가는 중이다. 그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무지개마을은 오로라가 뜨는 날에만 보이는 숲이다. 마침 그날도 오로라가 하늘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고 오로라 위에서는 태니가 지켜보고 있었다.
동물들은 태니를 추억했다. 새로운 고향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