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Oct 11. 2019

잠자는 땅, 시비리
EPISODE

EPISODE 1


“개들은 원래 우리 친척이야. 그래서 우리와는 대화가 좀 되는 녀석들이지. 그 녀석들은 사냥꾼들에게 길들여져 인간과 친구가 되었지만 인간이라고 해서 다 좋아하지는 않아. 난폭한 인간들과 함께 사는 허스키들은 -사실 그 허스키라는 이름도 인간이 지은 이름이긴 하지– 인간에게서 도망쳐 나오고 싶어 해. 그래서 숲에는 인간에게서 도망쳐 나온 녀석들이 많아. 그들은 『탈출의 명수』로 불리고 있어. 도망치는 데는 선수들이지. 언젠가부터 인간들은 허스키에게 썰매를 끌게 만들었어. 언젠가 녀석들에게 들은 이야긴데 썰매를 끄는 게 힘들긴 하지만 실컷 달리는 게 묶여 있는 것보다 즐거워서 뛰는 거라더라고. 그런데 인간들이 너무 때려서 고통스럽다더군. 물론 그렇지 않은 인간도 있긴 하다고 하던데……

황당한 건 그 인간들은 식량이 떨어지면 허스키를 죽이기도 했어. 제일 힘이 약하거나 부상을 입은 녀석을 죽여서 남은 허스키들에게 먹였지. 허스키들은 어쩔 수 없이 동료와 가족의 살점을 먹어야만 했어. 굶어 죽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었던 거야. 녀석들의 조상은 늑대였을 때도 동료들을 먹은 적이 없었는데 인간들은 허스키들을 그렇게 타락시켜 버린 거야. 탈출에 성공한 허스키들은 인간들이 들개라며 총으로 쏴 죽이기도 했어. 허스키들은 우리처럼 위계질서가 있어. 대장 격인 허스키는 인간에게 충성을 다하지. 하지만 인간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었어. 동료들을 인간에게서 구하기 위해,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허스키들은 인간에게서 도망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우리도 말이야, 인간이 던져 주는 음식을 받아먹는 늑대가 된다면 그건 미개한 늑대의 문명이라고 생각해. 지금이야 어쨌든 허스키들의 조상은 먹을 것과 자유를 바꿔버린 거나 마찬가지니까.

태니 옆에 꼭 붙어 다니던 화들짝이라는 녀석 기억나지? 그 녀석은 말이야, 다시 자유를 찾은 운 좋은 녀석이야. 헤어져서 아쉽긴 하지만 정말 괜찮은 친구였는데 말이야. 우리의 먼 친척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친하게 지낼 걸 그랬어.”

“대장! 그런데 우리는 왜 인간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거예요?”

“야 인마~ 우리는 그래도 자유는 있잖아! 넌 먹지 마! 이 자식아~”




EPISODE 2


“얘들아. 이번에는 저기 저 녀석들을 잡아먹는 거야! 저 녀석들이 동물의 가죽을 입고 있으면 우리가 사냥꾼인 줄 모를 줄 아는가 봐. 멍충아! 너 저 뒤로 가서 쟤들 뭐 하는지 감시하고 와!”

“네! 대장.”

멍충이는 대답과 동시에 대장이 시킨 대로 인간들을 감시하고 돌아왔다.

“큰일입니다. 저 녀석들은 사냥꾼이 아닌 것 같아요. 정말 무서운 놈들이에요.”

멍충이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보고했다.

“왜? 뭔데?”

“직접 보셔야 합니다. 아무래도 늑대인간 같아요.”

멍충이는 대장을 끌고 인간들이 보이는 절벽까지 다가갔다.

“으아악! 뭐야? 저 녀석이 왜 까칠한흰수염을 업고 있는 거야? 까칠한흰수염은 예전에 도망가더니 이제 사냥꾼에게 업혀 사는 거야?”

대장은 멍충이보다 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까칠한흰수염은 노란민들레숲 동물의 무리에서 이탈한 후에 한스에게 잡혀서 죽었습니다. 그리고 사냥꾼의 옷이 되었습니다. 속담에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까칠한흰수염은 가죽을 남긴 걸까요?

까칠한흰수염은 나쁜 짓만 일삼다가 인간들의 가죽 옷이 되어 버렸지만 과연 잘 된 일일까요?

작가의 이전글 잠자는 땅, 시비리 19화 - 새 고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