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8일간의 유럽 여행이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엔 제주행 비행기 안에 있을 서프로.
드디어 제주로 가는 거다.
무거운 아쉬움은 국제선 여객기 안에 내려 두고 김포-제주간 국내선에 찐한 추억과 글렌피딕 세 병과 각국 호스트들이 준 선물만 가득 실었다.
스위스 취리히 공항까지는 토마스가 데려다줬으니 걱정 없으나 독일 뮌헨 공항에서 환승하는 게 걱정이다.
이 글만 보면 무슨 걱정을 그리 하나 싶겠지만 그동안 워낙 환승 등에 곁가지처럼 따라붙었던 에피소드를 나열해 보면 걱정이 안 되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 시간, 나는 태풍 힌남노가 쓸고 간 광안리에서 술자리가 있었다. 서울이 그립기도 하다가 부산이 좋기도 하다가 그런다. 또 가끔은 제주도가 그립기도 하고... 제주도 역시 힌남노 때문에 피해가 심하다는데 ㅠㅠ
3차까지...
난 산삼주를... 나눠 먹자고 하시는 뿌리는 내가 홀라당 먹어 버렸다. 힘쓸 데도 없는데 이런 걸 다~
ㅎㅎ 서프로가 보냈다. 지인들과 카톡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에 서프로 이야기가 올라와 있다면 캡처해서 보냈다는 거다. 사실 내 글들은 브런치보다 네이버에서 훨씬 인기가 많다. ㅋㅋ
그럼 그렇지. 공항마다 들러서 인증샷을 찍는 서프로.
취리히 공항에서 빅토리녹스 아미나이프를 봤다고. 하나 사 올까 싶었지만 참았다고.
토마스가 준 게 몇 개인데. ㅎ 나도 정말 많이 구입했었지만 지금은 달랑 하나 소유하고 있다. 캠핑 다닐 때나 쓰곤 하는데...
한창 산에 미쳐 돌아다닐 때만 해도 몇 개씩은 가지고 다녔다. 물론 착한 후배들 줄 생각으로 갖고 다녔던 건데 그 소문을 익히 들었던 놈들은 어떻게든 그걸 차지하려고... ㅎㅎ
아무튼 정말 예쁜 거 많은데 이런 패턴은 처음 봤다.
공포의 루프트한자. ㅋㅋ
서프로는 살짝 긴장한 듯했다.
15분에 출발해야 하는 비행기가 아직도 그냥 서 있어ㅠ
뮌헨까지 한 시간 걸리고
인천 가는 비행기
2시 45분 보딩 타임인데
올 때도 이러더니
갈 때도 이러네ㅠ
루프트한자 진짜ㅠ
또 뛰게 생겼어
이럼 통화도 못하고 글렌피딕도 못 사는데ㅠ
시간 없어서ㅠ
통화 못하면 안 되는데ㅠ
그럼 내일까지 연락두절일 텐데ㅠ
김치 담그는 방법 영어 레시피 책이 있을까?
토마스에게 알려주고 온다는 게 그냥 왔네ㅠ
책이 있으면 보내주면 좋을 텐데ㅠ
안되면 내가 직접 번역해서 보내던가 해야겠다
배추김치 레시피
이제 이륙한다
드디어 뮌헨 공항에 도착한 서프로. 연락이 없는 걸 보니 환승 때문에 정신이 없나 싶었다. 이제 비행기 탈 일은 별로 없지만 장거리 비행이라 피곤할 거다. 그러나 잠시 후 사진과 함께~ 윙크한 거야? ㅋㅋ 눈에 뭐 들어갔어?
일단 뮌헨 랜딩은 했는데
비행기는 3시 반이니까
몰라 천천히 탈래ㅎㅎ
어째 느낌이 공항 한가운데 세워준 느낌이야ㅎ
진짜 제주도 갈 때까지 긴장의 끈이 풀어지질 않네ㅠ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집에 갈 때 되니 한국 음식 먹고 싶다ㅎ
매콤~~~ 한
오징어나 낙지볶음? ㅎㅎ
두 번의 기내식. 참 길긴 길다. 장거리 비행은 정말 피곤한 일이지. 하지만 드디어 집에 간다는~
한참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더 이상 못 자겠다 싶어서 눈을 떴는데 창밖에 해가 뜨고 있어.
매일 아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국에서도 같은 해는 매일 뜨고 지고를 반복했겠지.
너무 예쁜 붉은색이야
하지만 위쪽은 아직 어두워
색의 조합이 정말 멋지다
저렇게 매일 태양과 달이 줄다리기하겠지?
자연도 늘 나름대로의 열심을 다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 봤어.
저 태양이 어둠을 다 밀어내고
오늘의 아침이 시작되면
난 드디어 대한민국에 도착해
그토록 외쳤던 from KOREA
오늘만큼은 TO KOREA^^
여명이 왜 찬란하다는 표현을 하는지 오늘에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두 시간만 더 가면 인천공항 도착이야.
우리 같이 캠핑하던 영종도
서꿩 탄생지ㅎㅎ
오늘 태양은 그냥 태양 같지가 않네.
역시 변한 건 나 자신이야
기분이 좋아
이 높은 곳에서 저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
드디어 랜딩 준비한다고 방송한다~^^
진짜 왔다ㅎ
어제 스위스 공항에 11시 반에 도착했으니 14시간 조금 더 걸렸네. 멀구나....
서울은 9시 5분
유럽은 2시 5분이네.
유럽 친구들은 모두 자고 있겠지?
집에 가면 한 명 한 명 감사했다고
잘 도착했다고
덕분에 나의 여행은 성공적이었고
행복했다고
연락드려야겠다.
도착했어요
예정보다 45분이나 일찍 도착했대♡
이제 진짜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
입국 면세점에서 글렌피딕 두 병을 더 샀다. 아주 작정을 했다. ㅋㅋ
가격은 독일과 비슷하다고.
그런데 문제는 가지고 있는 한화라곤 겨우 5,000원.
국내에선 쓸 수도 없는 카드 한 장.
배는 고프고...
또 돈 많은 반 거지 신세다.
처음부터 집에서 카드 한 장 달랑 가지고 나온 것부터 꼬인 여행인데 마무리까지 걸쭉하다.
아래는 뮌헨에서 인천공항까지 오는 비행기에서 쓴 여행후기란다.
아직 쓸 게 더 많겠지만...
아마 서프로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꿈에도 그리던 책을 낼 것 같다.
내가 조금 도와주긴 하겠지만 도움이 되긴 하려나 모르겠다.
어제 산을 오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처음엔 즐겁게 노래 부르면서 웃으면서
모든 것이 다 새롭고 즐겁다 정말 멋진 곳이다...라고 말이야
근데 정말 멀더라ㅎ
넓은 평지를 걷다가
저 바위산 꼭대기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 가보자고.
바위산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동안
말수도 적어지고 웃음기도 사라지고 땀은 비 오듯 흐르고^^
여러 가지 생각들 중
왜 하필 많고 많은 날들 중 내 마지막 여행지
그것도 마지막 날 여길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바위산인데 계단도 없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한 줄 정도?
진짜 경치가 멋져
올라가면 갈수록 모든 것이 작게 보이고 내 발아래에 있어 보여.
조심조심 올라가면서 바닥을 보니 돌들이 반질반질한 거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갔으면 그렇게 매끄러워졌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천천히 올라가서 잠시 돌아볼 때마다
와~ 멋지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근데 조금이 아니야
지그재그
그래도 열심히 레스토랑은 안 보이지만 열심히 그 꼭대기에 있다는 레스토랑을 찾아 올라가기로 했어.
위를 올려다볼수록
기운 빠지더라고
나중엔 위보단 온 길을 되돌아봤어.
여기서 돌아가긴 아깝지.
그냥 천천히라도 가야지.
오늘 중으론 가겠지 생각했어.
앞에선 기다려주고 괜찮냐고 물어봐 주는 토마스도 있고
천천히 바닥에 매끈한 돌보면서 올라갔어.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
조금은 많이 힘들었던 것밖에
근데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얼마큼 힘들었는지 얼마큼 시간이 걸렸는지
헤아려 보지 않았어.
그저 정상에 서서
저 멀리 보이는 호수와 점 찍힌 듯 보이는 집들
뾰족뾰족 산들
그중에 이 산이 제일 뾰족하대
저 멀리 만년설도 보이고
꼭대기에만 있다는 부리가 노란 희귀 까마귀도 만나고.
그저 정상에서의 즐거움을 맛볼 뿐
나만 잘했다도 아니야.
우쭐대는 것도 아니야
주변에 힘들게 거기까지 올라온 사람들 많아
다 같이 정상을 만끽한 뿐이야.
힘들었을 거 아니까.
그렇게 올라가면 고마운 레스토랑이 있어.
헬기로 물건을 올리고 쓰레기는 짊어지고 내려가신대.
거기서 충분한 휴식과 에너지 보충을 하고
내가 올라왔던 그 길이 이렇게 멋졌구나... 이제야 감상하며 가는 거야.
충분한 휴식도 충분한 에너지도
정상을 만끽한 충분한 힐링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려가는 건 더더 조심해야 해
이땐 반질반질한 돌들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
미끄러지면 큰일이니까 그렇게 조심조심 내려와야 해.
어느 지점에서 지난주에 누군가가 낙상으로 죽었다고 어떤 분이 이야기해 주고 가셨어.
더더 조심해야겠지
빨리 내려올 필요도 없고 자꾸자꾸 아쉬워서 좀 더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어.
힘든 구간을 다 내려와서 평지를 걸으며 토마스에게 말했어.
오늘의 산행이 내 앞으로의 살아갈 인생의 태도 같다고.
살짝씩 돌아도 보고 쉬기도 하고
속도 조절도 하고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내가 원하던 정상이 보일 꺼고
마침내 그곳에 다다르게 되면 같은 경험을 가진 친구들과 겸허히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정상은 그렇게 음미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려갈 때는 역시 속도 조절해 가면서
내 온 길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
내 마음으로 나 자신을 아껴주고 격려해주면 보상은 주변에서 다 해줘~ 멋진 풍경들이 말이야.
그 풍경들은 바뀌지 않아.
바뀐 건 올라갈 때와 다른 그저 내 마음뿐이야.
내 생애 첫 유럽여행.
처음 계획할 때 여러 가지 걸렸었지
일도 오래 못 하고 돈도 많이 들 꺼고 예니도 오빠도 원장님도 내 주변 사람들도 혼자 있게 두어야 하는 상황들이 마음 쓰이고 사실 코로나도 심해진다 하고
가지 말까를 놓고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 고민했었는데 그건 어떤 식으로든 나의 결심이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이젠 배웠으니까 그게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 것이라는 걸 알프스에서 배웠으니까 이제부터 그렇게 살면 되는 거야.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갖고 당당하게 말이야.
남들보다 못한 어떤 것들?
그런 건 없어
그냥 난 나 자체로 존재하고 나 자체로 행복한 거야.
그걸 알고 마침표 찍으려고 여기온 것 같았어
여행은 끝났지만 나는 달라진 이후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정말 완벽한 여행이야.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