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Sep 14. 2022

79.제주도에서 전라도식 오겹살 보쌈 전문점을 만났다

원래 가려던 곳은 오래전부터 익히 들었던 제주도민의 보쌈 로컬 맛집 땡땡땡땡땡으로 가려고 했었다. 참 재밌는 우연을 나중에 또 알게 됐는데 역시 제주도민들의 네트워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리네보쌈은 마땅히 목적한 식당이 영업하지 않아 멘붕이 온 상황에 대체지를 찾기 위해 도민 찬스를 이용해서 문을 연 곳을 찾다가 포기하고 검색을 통해 발견한 곳이다.

완전 소 뒷걸음치다 쥐 밟은 격이다.

달랑 보쌈 사진 한 장 보고 간 곳인데 이런 황당한 만족감은 또 무엇인가?

인터넷에 올려진 보쌈김치 하나가 나를 끌어당겼는데 역시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어째 흑산홍어를 취급하는 것을 봐서 전라남도일 가능성이 높고, 김치는 담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거다.



서프로와 나는 보쌈만 하는 전문점을 찾고 있었던지라 족발도 파는 곳이라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다. 이번 목표는 오로지 보쌈이었기 때문이다. 땡땡땡땡땡 식당이 열었더라면 이 식당을 알 수 없었겠지만 원 목적지였던 곳의 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는 아직 불가능하다.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식당에 뭔 사인이 많다. 잘 보니 거의 다 전라도, 그것도 전라남도 사람들 같다. 알 만한 사람들도 제법 있다.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식당들이 영업 전이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여긴 문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가니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보였다. 게다가 이미 술자리가 한참 무르익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팀과 자리 교환이 이뤄졌다.

역시 제주도민이었다. 그들은 '밖에 거'를 달라며...

노지 소주 = 밖에 거

이 공식인 거다. 노지 소주와 전기 소주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제주도민이 소주를 어떻게 구분 짓는지 아는 거다. ㅎㅎ



이건 뭐... 보쌈이 나오자마자 놀랐다. 오겹살인 거다. 보통은 비싸서 잘 안 쓴다던데... 그리고 요즘 보기 어려워진 우무가 나왔다. 식초가 좀 강하긴 했지만 애피타이저로는 딱이다.



역시 전라도식. ㅎㅎ 그리고 새우젓을 정말 좋은 걸 쓴다. 음식에 진심인 거다.



김치를 보니 이건 백발백중 적중이라는 예감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쯤 되니 도민 찬스를 썼던 분을 초청했고 마침 연주회 가는 중이라며 잠깐 들렀다 가시겠다고.

진짜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합석한 분께서 땡땡땡땡땡 식당이 문을 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마침 자제분이 그 연주회에서 연주를 하는 날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거기서 만나실 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네보쌈으로 오게 된 건데 어쨌든 이렇게 운이 좋아 맛난 집을 알게 됐으니 이 또한 얼마나 운명스러운 만남인가? 게다가 토박이께서도 우리네보쌈 여러 번 왔었다며 아까는 왜 기억나지 않았나 하더라는... 아무튼 도민 맛집 인정된 셈이다.



두툼한 오겹살 보쌈이 정말 먹음직스럽다. 여자 두 명, 남자 한 명이 중짜로 먹었는데 결코 양이 적지 않았다. 보쌈김치는 정말 말할 것도 없었다.



말아 마시고,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붓고, 붓고, 계속 부었다. 마지막으로는 근육질의 멋진 외모의 제주도 토박이 기타리스트 한 분께서 나타나셨다는... 다음에 같이 한잔 하기로 했는데 요즘 일이 바빠서 또 언제 제주 내려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무튼 계속 쌈을 싸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좋아하는 두부에도 손을 대지 않고 보쌈을 쑤셔 넣었으니...


나중엔 조금 부족해서 조금만 달라고 하는데 메뉴판에 보쌈김치 추가 1만 원 메뉴가 보였다. 하여튼 염치 불구하고 공짜로 조금 더 얻어먹었다. ㅋㅋ

인심 좋고, 맛 좋고, 친절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일찍 가서 그랬겠지만 손님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난 사람 많고 시끄러운 건 질색이다. ㅠㅠ 그래서 항상 붐비는 시간대는 피해서 다닌다는...

매거진의 이전글 78.지금 부산은 자연산 전어축제가 한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