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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Oct 24. 2022

36. 기장 장안동 삼각산 임도 라이딩

BTS 공연이 있던 날 밤, 사직구장 위로 솟구치는 불꽃놀이를 감상하며 일요일 라이딩 대상지로 기장 장안동의 삼각산 임도 라이딩을 확정했다. 안데르센 테마파크가 조성되고 있는 곳인데 얼마 전 근처 갔다가 발견한 임도인데 어찌나 궁금한지 언젠가 꼭 다녀오리라 생각했던 코스다.



일요일 아침, BTS 공연이 쓸고 간 사직구장 앞 광장은 아직도 정리가 한창이었다.



이번 코스는 회동유원지 동쪽을 끼고 정관신도시 중앙을 관통하는 옛길을 따라가는 거다. 중간에 한우로 유명한 철마를 지나간다. 회동유원지 근처까지 가는 길은 딱히 사진 촬영할 일도 없었기에 그냥 내리 달렸다.

원래 계획으로는 회동유원지의 아침 풍경을 구경한 후 넘어가려 했는데 동대교를 건너 동대마을로 들어서자 나타난 짧은 업힐에 호기심이 생겨 그쪽으로 진입하고 말았다.



한 주 전 이 길로 내려왔었는데 막상 업힐을 오르기 시작하니 쉽게 볼 업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경사는 그리 세지 않았지만 의외로 긴 업힐이었다.



오른쪽 산은 450m 높이의 개좌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마지막 업힐이 나를 놀라게 했다. 최고 경사도는 24%까지 가파르게 일어섰다. 만약 로드바이크 타고 왔다면 허벅지 터지는 맛을 봐야 했을 거다. 나는 살며시 trail 모드로 변경하고 말았다. 벌써부터 허벅지에 트러블이 생기면 안 된다. 이제 겨우 16km 정도 달려왔고 앞으로 약 100km 정도 더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기껏 100km 정도 달리면 아웃이고, 앞으로 어떤 경사도의 어떤 코스가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개좌고개를 넘으면 드디어 기장군이다.



개좌고개 정상에 올라 앞뒤 도로를 촬영해 봤다. 기장 쪽에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약하다. 지난번에 로드바이크 타고 올라올 때 개좌고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양쪽 업힐의 편차가 엄청나다.



다운힐을 즐기고 내려가 다시 약한 업힐을 오르자 철마를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때 식객에 나왔던 우남정이라는 식당 이름이 유명했던 적이 있었는데 철마에도 우남정이라는 간판을 건 식당이 보였다.



짙은 가을이 한창이라 벼는 조금씩 누런 색이 짙어가고 있다.



정관신도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곰내재다. 여기 꼭대기에 제법 카페가 있는데 저번에도 그랬듯 손님이 상당히 많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저 아래에는 새로 생긴 대형베이커리카페가 있다.



정관신도시로 접어드니 개천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한 달 전이었던가? 임랑해변에서 정관신도시로 들어오는 자전거도로가 꽤 잘 되어있다 싶었는데 신도시 내부까지 제대로 조성된 거다.



나는 경로를 해운대CC 쪽으로 설정했다. 해운대CC를 거쳐 임도를 타고 넘어 장안사계곡 쪽으로 넘어갈 계획인 거다. 산책 나온 주민들이 꽤 보였다. 부산의 여느 지역보다 자연친화적인 도시 같다.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니 꽤 큰 규모의 저수지가 나타났다. 주변으로 산책로 조성이 잘 되어있다.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여기저기 감나무에 감이 탐스럽다. 하나 얻어먹고 가면 좋으련만...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고생고생해서 업힐을 올랐는데 해운대CC 초소에서 여긴 사도라서 올라갈 수 없다며 나를 제지하는 거다. 사도라고 하니 따질 순 없겠지만 갑자기 드라마 우영우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났다. 여기도 해당사항이 있을까? ㅋ

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사진 몇 장을 남긴 다음 긴 다운힐을 달렸다. 역시 다운힐은 업힐의 보상이다.



정관신도시에서부터 임랑까지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달렸다. 공장 폐수가 흐르지 않아서 이렇게 맑은 계곡이 유지되고 있을 거다. 오래전 환경에 개념이 없던 시절 이 계곡의 물은 어떤 색이었을까? 하류로 내려갈수록 물은 점점 탁해지고 거품이 뭉친 구간도 있었는데 모르긴 해도 어디선가 폐수가 섞인 모양이었다.



장안사로 향하는 길, 안데르센 테마파크 조성지를 지났다. 상가들이 조금씩 보이는 걸 보니 장안사계곡 유원지에 진입한 듯했다.



2차선 도로는 너무 좁아 자전거가 함께 달리긴 위험해서 인도를 타야만 했다. 도로 옆으로 장안사계곡이 아름답다. 인터넷을 보니 여름엔 이 계곡이 몸살 깨나 앓을 듯했다.



장안사계곡에 조성된 산책로는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물은 맑고 숲은 울창했다.



이날 처음 만난 라이더. MTB를 타고 열심히 페달을 밟고 올라가는 분을 제치기 미안해서 천천히 따라갔다. 내 바퀴 소리가 신경 쓰였을 것 같다. 갈림길이 나오자 저분은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고 나는 왼쪽 길을 탔다. 내가 목적한 코스는 해운대CC 방향 임도였으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eMTB 배터리가 50%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다. 이제 50km 정도 왔는데 큰일이다. 이제 업힐에서도 모터를 끄고 달려야 할 판이다.



임도는 새로 조성된 듯했다. 가파른 경사를 절개하여 조성된 임도는 비가 많이 올 경우 유실될 가능성이 짙어 보였다. 군데군데 이정표도 박아둔 걸 보면 임도를 공개할 계획이 있었던가 보다. 그런데 이 길엔 차량이나 오토바이 진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삼각산 정상 부근까지 갔는데 숲이 우거져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긴 위험해 보였다. 등산객도 별로 다니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쪽 코스가 꽤 좋아 보였는데... 그 길을 타고 가면 옥수수마을이라는 곳으로 이어져 있는 듯했다. 다음에 등산으로 도전해 보기로~

그런데 뱜이 무서버~



드디어 해운대CC로 들어왔다. 코스관리용 차량과 자재들이 쌓여 있었다. 불광산 테마트레킹로드라고 지도와 안내문구가 있는 걸로 봐선 해운대CC 도로가 사도라 하여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다는 건 아닌 듯했다. 다음에 시간 나면 따져볼까 싶기도... 게으름이 문제지만.



해운대CC를 벗어나 아까 달렸던 다운힐을 좀 더 미친 듯이 달려줬다. 역시 다운힐엔 MTB가 최고다.



올 때 거쳐왔던 곰내재와 개좌고개를 넘었다. 역시 이쪽 방향 업힐은 경사가 약하다. 다운힐은 신나고~

업힐에서도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달린 덕에 배터리에 여유가 있어 마음이 편해졌다. 배터리 게이지는 안정감 게이지와 같다. 자전거 자체가 22kg이라서 동력 없이 업힐을 달리면 아주 죽을 맛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따릉이를 타고 로드바이크와 100km 넘게 달렸던 건 미친 짓이었다.



더러운 나의 허벅. ㅎㅎ



수영강을 따라 온천천을 지나 숙소로 향했다.



사직공원은 거의 다 치워져 있었고 고개를 넘어가며 사진 몇 장 남겨봤다. 요즘 날씨 정말 좋다. ^^



부산에 있을 때 주변 코스를 몽땅 다녀볼 생각이다. 이렇게 다니다 보니 지리감도 생긴 것 같다. 이제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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