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가 맛있으면 수제비는 당연히 맛있는 거다. 어차피 베이스가 같으니까 말이다.
주말만 되면 인근 맛집 탐사를 다니는 이 모씨가 있다. 이모 아니다.
이 모씨가 1차 감식을 한 후 우르르 몰려가서 품평을 하고 진짜 맛이 있다면 이렇게 글을 쓴다.
그게 최근 신규 맛집 발굴 방식이다.
요 몇 주 사이 찾아낸 맛집이 바로 '어머나! 손칼국수'다.
어머니! 아니다.
어머나! 맞다. ㅋㅋ
그런데 정말 웃긴 건 맛을 보니 '어머나!'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은 순수한 국물 때문이다.
조미료를 썼는지 안 썼는지까지는 몰라도 맛이 너무 정직하다.
게다가 무김치는 또 어떻고~
이런 식당을 발굴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머리에 털 나고 이 골목에 가본 적도 없었지만 외지인인 나로서는 죽기 전에 이 골목에 가볼 일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설마 이 식당인가 했는데 이 식당인 것이었다.
앞에는 과일을 파는 멀티숍인 거다. ㅋ
들어가자마자 수제비 4그릇, 김밥 4줄 주문하고 밖에서 어슬렁거리다 보니 먼저 김밥이 나왔다.
빨리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김밥 꼬투리 하나를 탈취당했다. ㅠㅠ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런데 그냥 봐도 맛깔나 보인다.
주문하면 그때 바로 싸는데 비주얼은 그냥 완전히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김밥 그 자체였다.
속에 뭐가 들었나 살펴봤다.
엔틱 하지 아니한가?
진짜 어릴 때 먹던 딱 그 자체다.
김밥은 역시 꼬투리가 갑인데 넉넉한 길이를 보니 어린 시절 기억이 났다.
엄마가 김밥을 쌀 땐 옆에 앉아 주워 먹는 재미가 있었지~
실내를 보자~
가격? 저렴하다.
요즘도 5,000원짜리 칼국수, 수제비가 있던가?
근처에 비슷한 집이 있는데 거긴 6,000원이다.
가성비, 가심비 둘 다 잡은 곳이 바로 여기 맞는 것 같다.
딱히 분리되지 않은 주방에서 어머니와 아드님으로 보이는 두 분이 조리를 하고 계셨고 냉장고 뒤에 살짝 보이는 분은 아버님 같더라.
과일 담당이신 듯!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칼국수!
너무 설익히면 밀가루 냄새도 나고 소화도 잘 안 되는 수제비!
아주 딱 적당하게 잘 익어서 쫀득하다.
어릴 땐 정말 자주 먹던 수제비인데 요즘 참 귀한 분이 되신 수제비.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되는 아주 쉬운 요리지만 5,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나의 주방에선 존재할 수 없을 것 같다.
영원히 말이다.
이 무김치는 정말 진심 중의 진심이다.
경상도 음식이 맛없다는 것도 헛말인 듯.
매콤하고 칼칼하고 짭짤하게 간이 적당한 무김치 때문에 다른 덴 손이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