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기록하는 이놈의 습관을 언제쯤 버릴 수 있을까?
별 목적 없이 시작한 이놈의 칼럼 두 개는 항상 나를 귀차니즘에 빠지게 한다.
사진을 찍고, 브런치에 업로드한 뒤 시간 내서 글 쓰고...
사실 글을 쓰는 행위는 말하는 걸 문자로 옮기는 과정이라 별 수고롭진 않지만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과연 이걸 취미라고 해야 할지 목적 없는 스스로 강요된 행위의 연속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잡설은 각설하고!
오늘 아침에도 며칠 전 다녀온 맛집 하나 소개한다.
서울, 부산 왔다 갔다 바쁘다 바빠~
11시 30분에 여기서 만나서 점심식사를 하자는 전화를 받고 득달같이 달려온 나.
내겐 밥 사준다는데 거절할 용기가 없다.
역시 버릇처럼 30분 전에 도착한 나는 식당 밖을 기웃거리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샐러리맨들에게 놀라 따라 들어가고 말았다.
좋은 자리를 놓치게 될까 걱정이었던 거다.
밖에서 본 것과 달리 식당 내부가 상당히 넓었다.
메뉴판을 보니 대부분 저녁 시간대 장사용으로 보였다.
죄다 술안주 아니던가?
이런 대형 돌판을 대체 얼마 만에 본 건가?
잠시 후 테이블 위에 차려진 찬들은 딱히 대단해 보이는 건 없었다.
다만 된장국이 구수한 게 전라도 냄새(느낌을 말하는 거다)가 났다.
왠지 기대되는 게, 이 식당이 단골이라는~ 내게 점심식사 자리로 초대한 분도 전라도 분이라 음식에 조예가 깊은 분이기 때문이었다.
미리 주문해 두었던 오리주물럭이 나왔다.
이거 닭갈비 비슷한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돌판 위에 올려놓고 보니 영락없는 닭갈비다.
직원은 이 상태로 두고 사라졌다.
돌판에 주물럭이 익을 때까지 말이다.
직원은 두어 번 테이블로 와서 주물럭을 뒤집어 놓더니...
부산에선 정구지라고 불리는 부추를 쏟아붓고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두니 닭갈비에서 오리주물럭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닭 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닭보다 오리가 비싼 게 현실인데 예전엔 닭보다 오리가 저렴했던 걸까?
물론 그런 의미의 속담이 아닌 걸 알지만 엉뚱한 쪽으로 몰고 가봤다. ^^
밥도 볶아서 먹었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
뻔하지 않나? 허겁지겁 먹기 바빴으니 사진은 남 일이 됐으니까.
역시 이런 구이 류의 요리에는 밥을 볶는 게 절대 빼먹을 수 없는 최종 코스다.
당산동엔 거의 갈 일이 없긴 한데 다음에 가면 다른 메뉴에 도전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