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메모하는 습관에서부터 시작이다
제목을 좀 비틀어 꾸며봤다.
글의 뿌리는 메모라는 뜻이다.
아이디어가 워낙 많아서 메모를 시작했는데 이 나이 먹도록 그걸 하고 있는 거다.
스마트폰 중에 삼성 노트 시리즈에 애착을 가진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머리맡에 두고 자던 다이어리의 자리는 삼성 노트8이 차지했다.
초기 노트 시리즈부터 지금까지 무조건 노트만 쓴다.
이십 대 때는 뒷주머니에 딱 들어가는 파란색 모닝글로리 다이어리를 썼다.
속지만 갈아 쓰는 녀석이었는데 어찌나 오래 썼던지 덮개가 너덜너덜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썼던 속지는 모두 모아 두었다.
가끔 오래전 메모를 훑다 보면 재미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나는 그중 가장 망각이 심할지도 모른다.
언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싶다.
그중 가장 어이없었던 건 유랑이 목표였던 이십 대 시절 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이디어는 항상 메모들 중에서 나온다.
가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메모에서 답을 찾는다.
메모 중에는
사업 아이템도 있고
꿈 이야기도 있고
좋은 문구도 있고
이야기 속 캐릭터를 묘사한 것도 있고
누군가 해줬을 명언도 있다.
무한의 끄적임들이 꿈틀대며 생명의 숨결이 닿기를 기다리는 거다.
언젠가 딱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면 환생하는 거랄까?
아이디어가 넘쳐날 때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메모가 생겨난다.
주로 책을 읽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진다.
내게 좋은 책이란 상상력을 날뛰게 만드는 글이 담긴 녀석이다.
그런 책을 손에 대면 진도를 빼기 힘들다.
책 안에서 느낀 것들이 내 메모에서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잘 적용되기도 하고 비꼬고 뒤틀어 전혀 다른 놈으로 바뀐다.
메모는 무한한 기회를 준다.
그 안에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성된 상상력이 살아있다.
역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잊어버렸던 것들이 내가 다시 읽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있다.
쌓이고 쌓인 메모가 너무 많아 그것들의 존재 자체도 파악하기 힘들어졌음이다.
열두 편의 장편 소설을 썼고 이번에는 판타지 소설을 기획하고 있다.
쓰다 보면 자꾸 미스터리를 쓰는 내가 이상하지만 그게 제일 재미있다.
피하려 해도 피해지지 않는다.
판타지는 두 번째 쓰는데 이번엔 명작이 나오기를 바라본다.
초장편 소설이 되겠다.
역시 성격장애 때문에 두 개의 소설을 동시에 연재하지 싶다.
직장 생활하면서 글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원치 않게 취미가 되어버린 글쓰기가 내 시간을 통제하고 있다는 게 즐겁기만 하다.
요즘 내 인생은 일, 자전거, 글쓰기 이 세 가지밖에 없는 것 같다.
하나 더 있구나.
연애라는 게 있다.
언젠가 로맨스를 쓰기 위해서는 연애를 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