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맛집, 81탄-부산 부전역 주차장 양념곰장어
10년 전에 만들었을 55년 전통
서울에서 손님이 오셨다.
멀고 먼 부산까지 오신 분들은 곰장어를 먹고자 하신다고...
난 부산 내려와서 거의 두 달 정도를 미친 듯이 장어를 먹고 다녔고, 심지어 6일 연속으로 먹은 적도 있어서 장어를 먹자는 소리만 들어도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질리고 말았다.
그런데 손님 요청이니 안 갈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부전역으로 향했다.
부전역 장어 맛집 이야기가 나오니 당연히 내가 다니던 맛집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 모씨가 끌고 간 식당은 근처의 다른 곳이었다.
55년 전통이라는 간판이 떡하니 걸려 있는데 적어도 10년은 됐을 것 같다.
아무튼... 질려버린 곰장어지만 갔으니 먹는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부전역 앞에 가면 곰장어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부산사람 설 모씨에게 부전역의 히스토리를 들었는데 아주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었다.
지금이야 KTX, SRT 같은 고속철도가 있지만 오래전 비둘기호, 통일호, 새마을호 열차가 달리던 시절엔 부전역까지 통일호가 운행됐었다고 한다.
적어도 경상권 농어민은 물론 축산, 임업 등으로 생계를 꾸리던 사람들이 부전역까지 물건을 가져와 팔고 사던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거다.
규모 자체로만 따지자면 국제시장이 훨씬 크지만 다양한 품목으로 보지 않고 오로지 시장의 성격으로만 본다면 부전시장이 제일 큰 시장이라고 했다.
그런 설명을 듣고 보니 시장이 엄청 크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충분했다.
정말 커도 너무 큰 규모의 시장이라고 생각하던 차였다.
아무튼...
그 질려버린 곰장어를 먹으로 또 부전역으로 왔는데 역시 식당 앞에서 해체되고 있는 곰장어들.
또 설 모씨에게 설명을 들은 바,
예전엔 돈이 없어 먹던 곰장어인데 이젠 몸값이 귀해져 값비싼 먹거리가 됐다는 거다.
더불어 예전엔 싸구려 곰장어를 맛있게 먹기 위해 양념구이로만 먹었는데 서울사람들이 와서 소금구이라는 게 생겼다는 설명이다.
믿거나 말거나... ㅋㅋ
식당 앞에 종묘사가 있어 상추 3종 세트를 구입했다.
서울 사무실에 있을 땐 회사 앞 화단에서 온갖 채소를 심어 매일 아침 풀떼기 뜯어먹던 기억난 거다.
이걸 심긴 심어야 하는데 어디에다 심어야 할까 싶다. ㅎ
우리가 주문한 곰장어가 연탄불에 구워지기 시작했다.
식당 앞에서 연탄불로 바로 굽는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역시 구이는 불맛이지!
붕장어 분해되는 모습이다.
징그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매번 쳐다보는 난 뭔가?
구경을 끝내고 자리에 착석!
기본 상차림이다.
사실 뭘 기대할 게 없지만 독특한 게...
내 그릇엔 콩나물 없는 냉콩나물국이 나왔다. ㅠㅠ
밖에서 1차로 직화구이 된 양념 곰장어가 버너 위에 올려졌다.
역시 곰장어엔 깻잎이지 싶다.
버너 위에서 2차로 익혀지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가 불 관리하면서 익혀준다.
절대 손님이 불에 손 대면 안 된다.
혼난다. ㅋ
깻잎에 곰장어를 싸고 쌈 건배를 한다.
이것도 부산 식인가?
설 모씨가 시키니까 하긴 하는데 뭔가 어색함이 흐른다.
깻잎쌈이 맛있어 인기가 많다.
농담으로 아주머니께 이만큼 달라고 했더니 정말 이만큼 주신다.
이런 황당한 친절함이란... ㅎ
얼굴이 손바닥으로 가려지나?
사진에 나 빼고 다 있다.
부산 향기 나는 설 모씨와 서울 향기 나는 손님들이다.
담에 또 오신다니 그때에도 30년 넘은 맛집으로 모실 거라는...
그런데 이 식당이 1차였고 무려 3차까지 30년 넘은 노포 맛집만 훑고 다녔는데 나머지 두 개 글은 내일 하나 모레 하나 써서 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