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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30. 2023

30년 맛집, 82탄-마라톤이 유명한 마라톤집

마라톤 합시다!

부산 노포식당에 꽂혀 어지간하면 노포식당만 찾는 요즘이다.

역시 부산에선 30년 넘은 맛집들은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툭하면 50년을 넘기는 식당들이 여기저기 수도 없이 많다.

그중 마라톤이라는 식당은 노포식당 중 깨알 같은 추억이 구석구석 촘촘히 박힌 식당이 아닐까 싶다.

간판부터 너무 생소한 '마라톤'이다.

부산사람 설 모씨의 상세한 설명이 없으면 안 될 맛집인데 그의 입을 통해 얻은 이야기들은 간략하게 글로 옮겨 보기로...

아래 사진들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과거 손기정 선수 때문에 유명해진 마라톤이라는 경기와 적지 않은 관련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마라톤이라는 경기가 매우 빠른 속도라고 착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테이블이 20개 정도 되는 식당이었고 처음엔 간판조차 없었는데 싱싱한 해물파전과 야채무침이 인기가 좋아 손님이 줄을 섰다고 한다.

누군지 알 순 없지만 기다리던 손님 중 한 명이 "거~ 마라톤 좀 합시다!"라고 일갈했고, 빨리 먹고 일어나자는 의미를 서로들 알아듣고는 짧게 자리를 파하고 다른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 후 손님들은 오랜 시간 자리를 버티는 사람들에게 "마라톤 합시다"라고들 했고 당연한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식당엔 '마라톤'이라는 간판이 붙었고 식당의 주메뉴였던 해물파전에도 '마라톤'이라는 메뉴명이 붙었다.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마라톤집에는 '재건'이라는 메뉴도 있는데 새마을운동 당시 '재건'사업이 한창이었고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이나 음식에 '재건'이라는 단어를 흔히 붙여 쓰곤 했다.

그래서 해물파전보다 조금 저렴했던 해물야채무침엔 '재건'이라는 메뉴명이 붙었다고 한다.



부전시장 앞 주차장곰장어집에서 1차를 마치고 2차로 마라톤을 향했다.

천천히 걸어오면서 부전시장과 서면 중심가를 한껏 구경했다.

봄이 한창이라 사람들 이동량도 제법 많아졌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이 많다.



서면 롯데백화점 뒤로 포장마차 골목이 있다.

혹시나 싶어 포장마차에서 2차를 할까 싶었는데 벌써 사람이 많다.



<1959 마라톤>이라는 간판 앞에 섰다.

두어 달 전이었던가, 여길 찾아왔다가 마침 쉬는 날이라 걸음을 돌렸었는데 드디어 방문하게 된 거다.

이런 느낌이었다니.



마라톤집은 허영만 화백님의 <식객>에도 나온 식당이다.



노포식당답게 연배가 있는 노인들이 많다.

역시 음식은 추억을 곁들이는 거니까.



주문했던 메뉴 중 가장 먼저 해물오뎅탕이 나왔다.

너무 푸짐해서 의외였다.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알차고 푸짐하니 보기에도 좋더라.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테이블 주변을 보니 스크랩한 기사도 보이고 오래된 옛 마라톤집 사진도 있다.

1959라는 숫자가 무색하지 않다.



이게 그 유명한 '재건'이라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메뉴인 거다.



우린 7명이라 테이블 두 개를 붙였는데 구조가 애매하게 잡혔다.

이게 최선이라고 하니 이렇게 자리를 잡았는데 나름 나쁘지 않은 느낌?



해물오뎅탕의 내용물이다.

진짜 알차다.

이거 하나만 갖고도 소주에 젖어들겠건만~



'재건'에 들어간 내용물이야 많이 변했겠지만 야채가 신선하다.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몽땅 흡입했겠지만 1차에서 너무 과했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회까지 주문했다.

거의 먹고 죽자는 심산인가?

그런데 우린 3차로 또 다른 노포맛집을 향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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