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보니 극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부산 돼지국밥 10선을 기획하고 시작한 돼지국밥집 투어 첫 번째 대상지는 '60년 전통'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범일동 할매국밥이다.
작년 여름엔 교통부 돼지국밥이 유명하다고 하여 그 단어를 상호로 쓴 식당에 갔다가 웬걸~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번에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오래전 범일동의 '60년전통할매국밥' 식당 근처에 말 그대로 교통부가 있었기에 부산사람들은 "거기 있잖아. 교통부 있는 그 할매국밥집 거기로 와~"하는 식으로 '교통부'가 지리상 랜드마크 격이었기 때문에 '할매국밥' 또는 '교통부 국밥집' 정도로 불렸다는 것이다.
현재 '교통부'라는 단어를 쓴 국밥집은 이른바 짭퉁인 셈이다.
점심엔 엄청나게 줄을 선다고 하는데 저녁엔 그나마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7시에 폐점이라 하여 빨리 가긴 했는데 불과 40분이 주어진 상황이 됐다.
아주머니는 식당에 들어서는 우리에게 폐점 시간을 알리며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를 주었다.
난 냉큼 40분이면 소주 10병도 가능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과연 그랬을까? ㅋ
돼지국밥 전문인데 우리는 수육백반을 주문했다.
그게 정석이라고 한다.
역시 현지인의 라인을 따라야 후회가 없다.
기본 상차림은 이렇다.
아주 간단하다.
흔히 보던 흔한 상차림인 거다.
역시 정구지(부추)는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수육이 예사롭지 않다.
칼로 반듯하게 썰린 수육과 달리 뭔가 정리되지 않은 듯, 불편해 보이는 돼지 수육이 시골스러워 보인다.
돼지국밥이 아니어서 그런 걸까? 파가 둥둥 뜬 멀건 육수가 한 그릇씩 주어졌다.
전용 간장소스를 붓고 먹는 방법을 지켜봤다.
일단 대선 소주 한 병씩 주문하고, 첫 잔을 기울였다.
이제 진짜 시식이 들어간 거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입안을 개운하게 소주로 소독하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지금까지 먹어봤던 돼지국밥과는 육수 자체가 다르다.
바닥을 뒤져보니 고춧가루가 조금 담긴 게 전부!
맛을 보는 순간 뭔가 익숙한 그것이...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체 뭘까?
정말 사진으로 제대로 보여주기가 너무 어렵다.
토실토실하고 두꺼운 수육이 아주 거침없다.
소스에 찍어 부추와도 먹어보고 김치도 곁들여 맛본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게 소주가 연달아 들어간다.
기본으로 나오는 국물을 떠먹다 양념을 하기에 이르렀다.
원래 그렇게 먹어야 한다는 로컬의 나름의 법칙인가 보더라!
중자 사이즈를 하나 추가로 주문했다.
어허!
이건 뭐랄까?
추가로 주문한 수육은 처음 나왔던 것보다 허옇다.
그리고 육질이 더 탱글탱글 더 맛있어 보인다.
원래 그렇다고 하는데, 왜 원래 그런 건지 알 수는 없다.
원래 파는 거라는데 난 주방 앞에 김치, 정구지 등을 추가하러 갔다가 얻어먹었다.
부산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먹는다는데 고기 굽고 나중에 국수 시켜 먹은 느낌이랄까?
육수가 좋으니 뭐든 맛이 없겠냐만, 난 양념장을 추가하고 새우젓을 첨가해 내 나름의 간을 봐 맛나게 먹었다.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왔다.
6시 55분에 일어나자는 로컬과 7시까지 버티겠다는 나의 실랑이가 오가다 결국 이만큼 남기고 끌려 나왔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다 먹을 수 있었는데. ㅠㅠ
할매국밥이 단연코 부산 1위라 하는 설 모씨의 주장을 일단은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가봤던 곳들 중 넘사벽이라는 건 인정한다.
다만 앞으로 남은 돼지국밥 전문점들을 다니며 난 또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
진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