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모험 제15화 - 우주여행

by 루파고

“어제 회의 때 너희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나왔다.”

할아버지가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독수리들을 맞이했다. 할아버지는 독수리들이 자리에 앉자 다시 말했다.

“너희들~ 우주여행 해보고 싶지 않니?”

“네에?”

독수리들은 생각지도 못한 할아버지의 제안에 황당해했다. 게다가 진심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생뚱 맞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하고 싶어요.”

석천이가 먼저 대답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마냥 미소 지으며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번개박사님이 그러시는구나. 음~ 아마도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우주여행이 될 거라고 설명해 주라고 하신다.”

독수리들은 할아버지의 설명이 이어지기를 기다리는 듯 입을 꾹 다문 채 할아버지의 입술이 열리기만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번개박사님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초록바위행성의 역사를 보여주실 거라고 하시는구나. 초록바위행성에서는 큰 전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전쟁은 대화와 서로간의 이해가 부족하고 그것이 낳은 오해의 결과였다고 한다. 너희 같은 아이들이 앞으로 이 세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으신 게야. 이제 여행을 떠나볼 준비가 됐니?”

할아버지는 번개박사에게 고개를 돌려 끄덕였다. 번개박사는 기억여행의 기억의 주인이 사용할 메인 기계를 손에 쥐었다.

“잠깐만, 번개박사님이 이번 기억여행에는 너희들에게 색다른 기회를 제공해주신다고 하셨다. 너희는 번개박사님의 꿈속에 직접 활동할 수 있도록 기능을 만드셨단다. 독수리 오남매가 드디어 우주에서 활약할 수 있겠구나. 마음의 준비가 됐으면 기계를 잡고 얘기해라.”독수리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동구는 시계를 찬 왼손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펜타! 독수리들 모두 주먹을 모아 함께 소리쳤다. 펜타! 독수리 오남매의 구호와 함께 번개박사의 손에 들린 기계에서 형광파랑색의 강한 빛이 독수리 오남매의 기계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리고 순식간의 빛의 고리가 형성되었다.




태초에 이런 어둠이 존재할 수 있을까? 분명히 불의 존재가 있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깊은 어둠이 빛을 억지로 눌러대고 있는 것인지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이 아득하기만 하다. 아득하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이제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차츰 손 안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른 손에 잡힌 것은 다름 아니라 의진이의 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왼 손에 잡힌 것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내 기억 속에는 이런 감촉과 크기를 가진 것을 쥐어 본 적이 없다. 왼손의 그것은 매우 따듯하다. 그리고 조금씩 꼼지락거린다.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 멀리서 조그만 빛이 조금씩 커져가듯이 귀 속에서도 차츰 변화가 생겼다. 작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꼭, 곤충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애벌레가 연두색 나뭇잎을 갉아먹을 때 나는 소리 같다. 나는 어딘가에 서 있는 것 같다. 발가락 끝에서 꽉 조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순간 눈 앞에 하얗게 변해버렸다. 이제는 어둠이 아닌 빛으로 눌려있다. 어둠에 눌려있던 빛이 이제는 어둠을 눌러버린 것 같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빛이 보인다. 이건 눈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내가 왜 이것을 알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빛을 뇌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소리도 달리 들리고 있다. 바스락거리던 소리가 아닌 웅웅거리는 소리인데, 나는 그게 말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잠시 후 나는 그 소리 역시 귀가 아닌 뇌로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구야. 들려?”

의진이의 목소리다. 나는 그저 응~ 이라고 말을 했지만 의진이는 내 말을 듣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의진이가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하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의진이는 내게 텔레파시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듣기만 하지 말을 할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동구야. 아직 안 들려? 입으로 말하는 게 아니야. 마음으로 말을 해야 돼. 하다 보면 그게 뭔지 알 수 있어. 그냥 생각을 해. 나를 생각해봐. 난 네가 보이거든. 너도 내가 보이게 되면 내게 말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의진이 말대로 의진이를 생각하는 데 집중했다. 뭔가 흐릿한 게 보이려고 한다. 그런데 이게 눈에 보이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아직은 눈 앞이 하얗기만 하다. 내 눈은 분명이 뜨고 있다. 눈을 깜박거릴 수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의진이가 조금씩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완전한 모습이 아니다. 의진이는 절반 정도 투명해 보인다.

“의진아!”

나는 다시 의진이를 불러보았다. 그냥 들릴 지도 모르겠다는 추측만으로 불렀다.

“어! 들려. 동구야. 이제 너도 내가 보이는 거지?”

“그래! 다른 애들은 보여?”

“진택이가 제일 빨랐어. 나도 진택이가 알려준 거야. 지금 진택이는 석천이하구 성진이를 깨우고 있어.”

“그랬구나. 진택이가 말은 좀 더듬어도 텔레파시는 제일 먼저 깨우친 거네? 짜식. 대단한걸! 그나저나 번개박사님은?”

“아직, 나도 모르겠어. 난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 건지가 제일 궁금해. 너도 아직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

“응. 나도 그래. 의진아! 무섭고 그러지는 않지?”

“무서울 리가 없잔아. 난 괜찮아.”

“나는 지금 왼손에 잡고 있는게 뭘까 고민했었는데 번개박사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박사님을 불러볼게.”

“응. 기다릴게.”

나는 왼손에 쥐고 있는 게 번개박사님의 손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오른 손에는 의진이의 손이 있어서 의진이와 텔레파시를 제일 먼저 열게 된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번개박사님을 상상했다. 생각대로 박사님의 모습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직은 좀 흐릿하다. 번개박사님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 자세하게 기억되니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기억을 더듬었다. 이제서야 조금씩 번개박사님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번개박사님~”

나는 번개박사님을 불러놓고도 내 스스로가 엉뚱하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초록바위행성 사람들의 말을 할 줄 모르니까. 물론 번개박사님도 우리 말을 할 줄 모르니 말이다.

“동구는 내가 왜 네 말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나는 순간 깜짝 놀랬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다. 굵은 소리와 가는 소리가 함께 중복된 이상한 소리다.

“네 목소리가 이상한가 보구나?”

“혹시. 번개박사님이세요?”

“그래! 이제서야 눈치챘구나.”

“박사님은 저희 말을 못하는데. 어떻게 제가 박사님이랑 대화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제가 말하지 않은 것도 알고 계시고요.”

“그건, 네가 처음이라서 이해가 되지 않는 거다. 우리는 지금 언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거란다. 언어는 필요가 없단다. 네가 나를 떠올리면서 생각을 하면 그게 나에게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말이 되는 거다. 우리가 신체기관을 통해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서로가 만약 나쁜 생각을 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게 그대로 서로에게 전해진단다.”

“그렇겠어요. 이렇게 텔레파시가 통하는 사람끼리는 서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으니까 서로가 진실할 수 밖에 없겠네요.”

“동구가 똑똑하구나. 우리가 서로 한번씩만 씽크된다면 그 다음날에는 손을 놓아도 이렇게 대화할 수 있다.”

“번개박사님. 제가 의진이를 같이 씽크할 수 있나요?”

“그럼! 당연하지! 의진이를 당겨봐라. 그럼 우리 셋은 연결이 되는 거야.”

나는 의진이를 떠올렸다. 이제는 처음보다 쉽고 빠르게 의진이를 불러낼 수 있었다.

“의진아. 번개박사님 보여?”

“응. 이제 나타나는 중이야.”

“그럼, 다른 애들도 불러와야 해. 한번씩만 연결되면 된다고 하셨어.”

“의진이도 왔구나!”

“번개박사님 목소리가 신기해요.”

“그게 내 첫인상이구나. 하하하~ 다른 아이들도 불러보려무나.”

“저 왔어요.”

진택이가 먼저 연결됐다.

“동구야. 의진아. 번개박사님. 진택아.”

석천이가 들어왔다. 성진이가 제일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짜잔! 저 왔어요!”

마지막으로 성진이가 접속되었다.

“성진이가 꼴찌네?”

마지막으로 성진이가 접속되었다.

“성진이가 꼴찌네?”

석천이가 말했다.

“아니다. 너희들 중에 성진이가 제일 먼저 나와 연결이 됐고 벌써 심부름을 다녀온 것 같구나.”

“와! 대단한걸? 우리 성진이가 제일 빠르다니.”

“성진이가 제일 순수한 마음을 가져서 그런 것 같구나. 그래서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적응이 빠른 거다. 너희도 순수함을 잃지 않으면 좋겠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순수함이다.”

“박사님. 성진이가 무슨 심부름을 다녀온 건가요?”

의진이는 궁금한 게 참 많다. 호기심쟁이라서 그런가?

“뭐야? 내가 호기심쟁이라고?”

의진이가 내 마음을 알아챘다. 번개박사님 말씀하신 대로다.

“미안해. 하하~”

“진심이니까 믿어주지 뭐.”

“형들하고 누나 잘 들어. 박사님이 시키신 대로 먼저 이것저것 배워왔는데 내가 공짜로 가르쳐줄게. 박사님의 기억 속에서는 원래 우리가 존재하지 않잖아. 그래서 우리가 박사님의 기억에도 새로 만들어져야 하거든. 물론 나는 박사님 기억에서 만들어졌어.”

“우와~ 우리 성진이가 디게 말 잘한다. 그러고 보니 진택이도 말을 하나도 더듬지 않잖아?”

의진이는 성진이가 대견한 것 같다.

“누나! 내가 좀 원래 대견해. 크크~ 자. 내가 알려주는 대로 해야 돼. 지금은 번개박사님의 기억 속에 있기 때문에 기억 속에서 몸을 분리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돼. 처음엔 잘 안되더라고. 유체이탈이라는 단어 들어봤지? 쉽게 생각하면 번개박사님 기억을 몸이라고 생각해봐. 그 몸 안에 지금 영혼이 다섯 개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돼. 우리는 박사님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상상해야 돼. 그리고 몸 밖에서 박사님을 확인하고 그 옆에 자기 모습을 상상해서 그려 넣고 그 몸 안으로 들어가야 돼. 그 몸은 이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그리고 이렇게 텔레파시가 가능해. 물론 나는 이미 내 몸에서 말하고 있는 거야. 자~ 다들 시도해봐. 그리고 나면 눈에 모든 것이 보이게 되어 있어. 참고로 우린 지금 우주선 안에 있어. 빨리 나와서 같이 보면 좋겠다. 정말 신기하거든.”

“알았어. 그럼 좀 이따 보자고.”

내가 마음을 비우자 번개박사님과 독수리 오남매의 모습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잘 안되면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번개박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 그리고 들리는 건 너희들이 내 모습이 마음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만나고자 하는 경우만 상대방의 모습이 보여야만 한다.”

생각보다 편리한 것 같다. 텔레파시라는 것이. 나는 마음속에 번개박사님의 모습을 다시 그려본다. 나는 분명히 박사님의 몸 안에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박사님의 몸에서 나를 빼내는 상상을 할 수가 없다.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고 그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너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뿅~ 하고 번개박사님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내가 ¿‘~ 하고 박사님의 몸에서 툭 튀어나가면 좋겠는데 그게 성진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체 성진이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해낸 걸까? 번개박사님이 말한 순수함의 차이라는 게 뭘까? 나는 성준이하고 기껏해야 세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나는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순수함이 없어진 걸까? 순수함이란 것이 점점 더 복잡하게 느껴진다. 혹시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 그런 걸까? 단순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닐까? 그래! 박사님의 몸이 그냥 집이나 방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지 뭐. 걸어 나간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날아서? 나는 날아가는 방법을 모르잖아. 그건 아닐 거야. 대체 어떻게 나가야 하는 거지? 알 듯, 말 듯 아리송하다. 에라 모르겠다. 박사님 몸에서 나가지 뭐~ 어라? 갑자기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까 처음처럼 깜깜한데 박사님 몸만 보인다. 앗싸~ 빠져 나온 것 같다. 이제 내 몸을 만드는 게~ 음… 하하~ 와! 내 몸이 생겼다. 들어가야지! 갑자기 띵~ 하는 소리가 난 것 같다. 뭔가에 부딪힌 것 같다. 다시 환해진 것 같다. 내가 뭔가에 부딪힌 것이 아니라 내 몸 안에 내가 갇힌 것이다. 신기하다. 그리고 눈 앞에 뭔가 흐릿하게 초점이 잡혀간다. 번개박사님이 보이고 우리 독수리 오남매의 모습이 보인다. 성진이가 내 앞으로 걸어온다. 발걸음이 사뿐사뿐하다. 정말 가벼워 보인다.

“형! 형이 일등이네?”

“생각보다 동구가 빠르구나.”

번개박사님은 머리 위에 난 두 개의 큰 눈으로 내게 시선을 주고 한쪽 팔을 뻗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뭔가를 가리키는 것 같다. 그런데 내 눈에는 사람들 말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성진이 말처럼 우주선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박사님. 사람들 빼고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지금은 텔레파시가 아니다. 내 입으로 말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전부 깨어나면 다음 단계를 진행하자꾸나. 동구 네가 다른 아이들보다 이해력이 높은 모양이구나. 역시 독수리 오남매 1호답다.”

“정말요?”

나는 번개박사님의 칭찬에 기분이 날아갈 듯 기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의진이가 깨어났다. 그리고 진택이, 석천이가 순서대로 깨어났다. 녀석들도 나처럼 어안이 벙벙해 보인다.

“다들 고생했다. 이제 다음 단계다. 이제 내 정신 속으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좀 다르게 해야 한다. 너희들은 내 정신 속에서 내 눈을 찾아야 한다. 내 기억 속으로 들어오는 건 아까와 같은 자리로 돌아가는 거다. 내 정신을 인식하고 내 눈을 찾아봐라. 성진이가 해 냈으니 너희들도 해낼 수 있다. 눈으로 보이는 걸 찾으려 하면 안 된다. 너희들의 몸 안에서 내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걸 씽크하면 너희들은 내 기억 속에서 너희들의 몸으로 여행을 하게 되는 거다.”

“네! 해볼게요.”

나는 눈을 감았다. 우와~ 눈을 감으니 정말 마음의 눈이 보였다. 모두의 모습이 보인다. 번개박사님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을까? 마음의 눈으로 마음을 읽는 거라면 지금쯤 마음이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마음을 읽는다는 건 뭘까? 상대방을 이해하는 게 마음을 읽는 걸일까? 그건 너무 어려울 것 같다. 집중하면 보일까? 그래! 일단 해보는 거야!

“내 말이 들린다면 너는 내 마음을 읽은 것이다.”

한참 집중한 것 같은데 갑자기 번개박사님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리더니 이제는 바로 옆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린다.

“박사님 마음을 읽었어요.”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축하한다. 역시 또 일등이다. 이제 눈을 떠봐라.”

나는 박사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눈을 떴다. 우와! 정말 우주선이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어쩌면 우주선이 아닐 수 있다. 영화에서 보았던 그런 게 아니다. 좀 이상해 보인다. 잠시 후 거대한 빛덩어리 하나가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죽는 줄 알았다. 엄청나게 놀랬다.

“박사님! 방금 지나간 게 대체 뭐죠?”

“그건 행성이다.”

“행성이요? 목성, 토성 그런 건가요?”

“그런 행성은 맞지만 지구인들의 과학으로는 찾을 수 없는 행성이다. 방금 지나간 행성에는 지구보다 더 과학이 뒤쳐진 원시 생명체가 진화하고 있다. 아마 5억년 정도면 지구인 수준이 되어 있겠지.”

“그렇게나 오래요?”

나는 손가락과 암산으로 5억년을 세어보려 했지만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난 이제 11살인데, 대체 우주의 나이는 몇 살이나 될까? 얼마나 지났을까 거무튀튀한 색을 가진 행성 하나가 또 휙 하며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의진이와 진택이가 깨어났고 또 석천이가 깨어났다. 녀석들 모두 나처럼 당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는 황토색 행성이 한참을 지나가는데 이번에는 정말 거대했다. 행성의 표면이 다 보였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달의 표면처럼 곰보자국이 많이 보인다. 의진이, 석천이, 진택이는 뒤로 꽈당 넘어졌다. 정말 놀란 것 같다. 녀석들은 입을 벌리고 행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건 행성이야. 아마 우리는 비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우와~ 정말 멋지다.”

석천이가 감동스러운 목소리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난 벌써 세 개째 봤어. 정말 빨리 지나가 버려서 이번처럼 제대로 보지는 못했어.”

“이제 다들 씽크가 되었구나.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고생했다. 이제는 내가 너희들에게 한가지 선물을 주려고 하는데 맘에 들 지 모르겠구나. 우리 이제 독수리 오남매의 우주복을 만들어주마. 우리 초록바위행성의 고대 군인들의 제복을 입혀주면 멋질 것 같구나.”

번개박사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모두 새로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둔갑해 있었다. 같은 모양의 옷에 색상만 달랐다. 너희들이 입고 있는 옷은 우리 초록바위행성의 고대 전투장교들의 복장이다. 정말 멋지구나. 지구인에게도 잘 어울려.~ 그리고 너희들 눈에 보이는 색은 너희 지구인의 눈과 초록바위행성 사람들의 눈이 보는 색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너희가 보는 것과는 좀 다르다. 설명을 할 수 없는 색이라는 게 조금 아쉽구나.”

“박사님. 그렇지 않아도 지금 상태만으로도 너무 멋진걸요. 고맙습니다.”

진택이다. 진택이는 말을 좀 더듬는 게 문제였지 생각이 정말 깊은 녀석인 것 같다. 진택이와 귀신동굴 탐험을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진택이를 무시했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진택이를 따돌릴 때 나는 그러지 않았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처럼 대놓고 심하게 대한 게 아닐 뿐 나 역시도 진택이를 멀리하고 말을 걸어도 내가 먼저 피하곤 했었던 것이다. 부끄럽다. 사실 진택이는 정말 속이 깊고 생각도 많은 녀석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우친 것 같다. 독수리 오남매로 의형제를 맺었지만 나는 진택이의 진면목을 몰랐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사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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