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박사가 만들어준 옷은 쇳덩어리 같이 딱딱한데 깃털처럼 가볍다. 무거워 보이는데 아무것도 입은 것 같지 않다. 무게도 그렇지만 빛을 입을 것 같은 느낌인데 기억여행장치가 작동할 때 나오던 형광 파랑 계통의 신비로운 빛이 나온다. 은은한 그 빛은 어둠을 밝히는 용도로 사용하면 딱 좋을 것 같다.
“박사님! 그런데 옷에서 나오는 이 빛은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이런 색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진택이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물어볼 참이었는데 진택이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너희들의 눈에는 그 빛이 이상하고 신기해 보일 수가 있다는 생각을 못했구나. 색이라는 것은 너희 지구인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다. 빛은 여러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맞다만 지구인의 눈에 보이는 색은 우리 초록바위행성 사람들이 보는 색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지구인의 눈이 인지할 수 있는 빛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야. 지구에서도 인간이 보는 것과 동물이나 곤충이 보는 빛이 같지는 않아.”
“우와~ 신기해요. 그럼. 저희가 볼 수 있는 빛 말고도 빛의 종류가 많다고 하시는 건가요?”
“너희 지구에는 이런 말이 있더구나.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보인다거나 보이는 것만 믿는다거나 혹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거나 하는 말. 그건 아마도 너희 지구인들의 눈이 볼 수 있는 빛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처럼 한계에 대한 것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은데.”
“번개박사님. 그런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 등의 말은 그런 표현은 아니에요. 그건 사람들이 자기가 생각한 것만 옳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같은데요.”
석천이가 번개박사님의 말에 지적을 하고 나섰다.
“너희 말도 맞는구나. 내 말은 너희들 생각과 같아. 내가 말을 어떻게 잘못 표현했나 보구나. 자~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내 말은 너희들이 알고 있는 빛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하는 거야. 내가 빛에 대해 설명을 해 주마. 지금까지 지구인이 알아낸 빛의 종류에 대해 공부해보면 내가 하는 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지구인이 발견한 빛은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서브밀리미터파, 밀리미터파, 마이크로파, 극초단파, 초단파, 단파, 중파, 장파, 초장파 이 정도가 있다. 서브밀리미터파부터 초장파는 전파 영역이라고 보면 된다. 너희들이 이번에 배운 텔레파시는 지구인이 발견한 빛의 영역 안에는 없단다. 어떠한 주파수 측정방법이나 채광법으로는 텔레파시 신호를 잡을 수는 없지. 우리 초록바위행성에서는 이미 이 텔레파시를 이용해서 모든 통신법을 대체시켰다. 너희 지구인의 눈은 빨강, 파랑, 초록 세 가지 색을 인지할 수 있는 세포를 가지고 있다. 그걸 원뿔세포라고 부르더구나. 인간을 제외한 포유동물은 그 원뿔세포가 두 가지밖에 없다고 알고 있지. 그 때문에 인간이 인지하는 것보다 적은 숫자의 색만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인간보다 원뿔세포가 더 많은 동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니? 놀랍지? 어류, 파충류, 조류는 원뿔세포가 네 개나 된다. 조류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인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조류는 사냥 능력이 신비에 가깝다고 알고 있는 거야.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 거지. 인간이 하는 말처럼 보이는 것만 것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게 여기서도 나올 수 있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라는 말도 적용이 되지 않겠니? 그럼, 지구인의 눈으로 인지하는 빛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인간은 그 영역을 가시광선. 즉, 볼 수 있는 빛이 있는 영역대라는 뜻의 가시광선이라고 정의했더구나. 좀 더 나아가서 우리 초록바위행성 사람들의 가시광선이라고 하면 지구인의 영역대보다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단다. 우리는 지구의 조류보다도 많은 빛을 인지할 수 있다. 초록바위행성 사람들은 지구인들이 말하는 X선과 자외선, 적외선까지 볼 수 있는데 결국 초록바위행성인들의 가시광선은 X선, 자외선, 지구인의 가시광선, 적외선까지라고 보면 된다.”
“우와~ 대단해요. 그럼 저희 지구인들과는 뭐가 다르게 보이는 거죠?”
진택이가 물었다. 진택이는 이제 말이 입에 붙었는지 정말 말을 잘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영리한 것 같다.
“그래. 그럼 너희 지구인들이 알고 있는 빛의 영역대로 설명을 해 주마. 일단 감마선이라고 하면 지구에서는 암을 치료하는 용도로 쓰더구나. 빛으로 세포를 변형시키거나 죽일 수 있다는 과학적 비밀을 하나 풀어낸 거란다. X선도 암세포 치료를 하는데 사용한다고 하는데 너희들이 흔히 들어본 적이 있는 엑스레이 검사가 바로 이 X선을 이용해 신체를 촬영하는데 이용한다. X선은 모든 것을 투과할 수 없는 성질이 있는데 그것을 활용한 것이야. 마지막으로 적외선은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적외선을 이용하면 빛보다는 온도를 수치화해서 인지할 수 있고 가시광선 영역에서 볼 수 없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단다. 지구인 중에 아인슈타인이라는 사람이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더구나. 너희들 혹시 광전효과라고 들어본 적 있니?”
“아뇨. 처음 들어보는 단어예요.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거 아닌가요?”
“물론 상대성이론도 그렇지만 광전효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는데 사람들에게는 상대성이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구나. 빛은 광자의 수에 따라 밝기가 달라진다. 그는 빛을 에너지로 다시 해석을 했다. 빛의 주파수와 광자의 에너지의 관계에 대해 해석한 거지. 파장이 짧으면 광자의 에너지가 크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구인은 빛이 입자와 파동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고 아직까지도 지구인의 과학 수준으로는 빛이란 것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없다. 아까 말한 대로 아는 것까지만 보인다는 표현처럼 지구인은 아직까지 빛의 실체를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지구인이 빛을 완전히 해석하는 순간 초록바위행성의 과학을 조금이라도 따라오지 않을까? 그걸 깨닫는 순간 지구인은 과학의 거대한 발전을 위한 것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번개박사님.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빛은 소리보다 빠르다고 알고 있는데요. 아까 빛도 전파와 비슷한 거라고 하신 것 같아요. 무슨 차이인가요?”
석천이가 물었다. 역시 석천이는 우리보다 우주나 과학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것 같다. 난 한 번도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 좋은 질문이구나. 내가 너희 지구의 과학을 기준으로 우주와 빛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마. 모든 것은 에너지가 있다. 너희들의 소리에도 에너지가 있고 랜턴에서 나오는 빛도 에너지가 있다. 사람의 목에서 낼 수 있는 소리가 멀리까지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그 에너지의 문제다. 물론, 파동의 문제도 있고 음역대 즉, 주파수 문제도 있지. 고음과 저음은 전달되는 거리가 다르다. 이것은 공기 속의 기체 분자들과 부딪히는 것에서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도 관련이 있다. 아까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가 광자와 에너지의 문제라고 설명한 것처럼 말이다. 소리도 빛과 비슷한 성질이 있는 거야. 에너지 때문에 전달되는 거리가 달라지는데 우주에서는 지구의 대기권 안에서의 조건과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진단다. 우주에는 에너지를 소멸시킬 기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빛은 소멸되지 않고 끝까지 날아간다. 그 빛이 꺼지기 전까지는 말이지. 너희들이 어둠 속에서 랜턴을 켰다가 꺼버리는 순간을 한 시간이라고 예를 들고 그 빛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달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빛이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이라고 생각해보자. 너희가 서울에서 10시에 랜턴을 켜고 11시에 끝나면 부산에서는 10시 10분에 빛을 받아 11시 10분에 빛이 사라지는 거야. 그런데 이게 우주에서 켜진다면 빛은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까지만 전달되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이 가로막지 않는 한 끝까지 나아가게 되는 거야. 에너지가 전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란다.”
“아~ 이제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안개 낀 날이나 물속에서 랜턴을 켜면 빛이 많이 나가지 않는 이유가 공기 중에서보다 분자의 밀도가 높아서 빛의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거죠?”
진택이의 대답이다. 진택이는 정말 영리한 것 같다.
“맞다. 그 에너지는 파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해하는 물질이 있을 경우 빛이 퍼지는 경우도 생기는 거란다. 금속이나 나무 같은 물질에 부딪히면 빛이 아예 막혀버리는 것도 과학적으로만 판단하자면 분자의 밀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될 수도 있지.”
“박사님. 그러면 우리가 지구에서 보고 있는 별들은 이미 빛이 꺼진 별일 수도 있는 건가요?”
이번에는 의진이다. 과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의진이도 얼마 전부터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더니 이젠 관심이 아니라 푹 빠져버렸다. 며칠 전에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진택이와 석천이는 우박사님 같은 천체 우주공항 박사가 되겠다고 했다. 나는 전자공학박사가 되고 싶었고 성진이는 의사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었는데 우리도 곧 꿈이 바뀔 것 같다. 우박사님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누구라도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우주와 관련된 공부를 하기에는 너무 힘든 길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대학교에 갈 때 정도면 많이 나아져 있을 거라고는 하셨다.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하는 게 우박사님같은 분들이 할 일이라고 하셨다.
“박사님. 아까 말씀하신 것 때문에 생각해 본 건데요. 아까 본 행성에는 지구 같은 생명체가 있고 인류가 생길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저는 궁금한 게 있어요. 지구인은 초록바위행성 말고 다른 별에도 사람이 살고 있나요?”
이번에는 내가 궁금한 걸 여쭤봤다. 정말 이상하지 않을까? 지구인도 과학이 발달하면 다른 행성에 가게 될 수도 있는데 지구보다 문명이 미개한 행성 사람들이 우리 지구인을 보면 또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동구가 재미있는 질문을 했구나. 이건 지구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연구인데 너희들은 우주인이니까 알려주마. 우리는 우주에서 수많은 행성들을 찾아 정보를 모으고 기록하고 있다. 우린 약 3만 년 전까지 우리 초록바위행성 이상으로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 생성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행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행성의 사람들을 통해 더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기억여행장치가 없었어. 우리가 그들과 한 차례 전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우리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단다. 경계하고 의심하고 다투려 했어. 물론 타협과 이해를 위해 수많은 회의를 했다. 그들의 과학은 우수했지만 정신적인 완성도는 너무 뒤처져 있었어. 우리가 오늘 하게 될 기억 여행은 초록바위행성과 큰나무가득행성과의 10년 전쟁에 대해서야. 전쟁이 만들어 낸 결과가 얼마나 처참한 지 한쪽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거부하게 되면 어떤 결과를 만들게 되는지 너희들이 배워야 할 것들이 그 안에 있다. 우리는 그 전쟁 이후에 평화를 찾게 됐고 큰나무가득행성 사람들 역시 우리의 기억여행장치를 가지게 되면서 지금의 아름다운 행성이 되었다. 하지만 전쟁을 하던 동안의 시간은 정말 서로에게 괴로운 기간이었단다. 그 이후로 우리 두 행성은 우주에서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단다. 그중에 하나가 각 행성을 찾아 생명체를 찾아내 관리하는 것이고 진화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를 테면 진화 촉진 장치를 개발해냈다. 지구에서는 아직 미개한 기술 중 하나인 유전자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아무튼 그 유전자를 이용해서 생명체의 진화 속도를 천 배 가까이 촉진시켜서 미래의 모습을 디자인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기술을 완전히 파기해버렸어.”
“왜요? 그렇게 좋은 기술을 왜 없앤 거죠?”
석천이의 질문이다.
“우리는 너무 과학만을 숭배해 왔다는 것을 알았던 거야. 한 번은 지구인들이 알고 있는 안드로메다 근처에 있는 행성에서 우리를 일깨워 준 사건이 발생했단다. 지구인이 크로마뇽인이라고 구분해 놓은 정도의 진화 수준에 있는 생명체가 있었다. 사고와 지각이 가능한 수준의 인류였지. 평화를 기본으로 하는 의식을 본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가진 생체 기술을 총동원했다. 진화 촉진 장치와 생체기술을 복합해서 연구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수 백 가지의 가설을 세우고 새로운 변수를 감안하면서 연구에 연구를 진행했지만 우리는 제일 큰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 수 있었다. 진화라는 것은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인데 인류의 사고능력. 즉, 생각은 타인의 의지로 움직여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놓쳤던 거야. 그저 우리보다 미개한 인류 정도로만 보고 무시해 버렸던 것이 문제였어. 진화 촉진 장치는 생체적인 생장을 촉진하는 것만큼은 0.01퍼센트의 오차도 없었지만 인간의 자아는 우리의 예상에서 완벽하게 오차를 발생시킨 것이다. 우리는 각 행성에 사는 인류의 자의식을 존중하기로 했다. 숭고한 생명이니까 말이야. 우리는 앞으로도 자연의, 우리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진화 촉진 장치를 완전히 소멸시켜버렸다. 그것은 전쟁보다 더 나쁜 행위였다.”
“아~ 그랬군요.”
다른 녀석들의 표정은 엇비슷해 보인다. 번개박사님의 말씀대로라면 전쟁도 나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려 하는 것은 더 나쁜 것이라는 것이다.
“박사님. 우리는 지금 어디에 가는 중인가요?”
석천이가 물었다.
“초록바위행성에서 전 우주에 퍼져 활동하고 있는 모든 행성인에게 소집명령이 왔다. 이제, 지구인 시간으로 사십칠 분이면 대기권에 진입하게 된다. 너희들은 지구에서의 수준보다 중력이 세 배 정도 되기 때문에 힘들 것 같아서 너희 우주복은 거기에 맞게 구성했으니 지구처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모든 건 내 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고 나는 너희들의 활동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테니 너희들이 나를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내 의식에 따라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된다. 명심해라. 너희가 너무 어긋나 버리면 내 기억은 일부 손상될 수가 있어. 또 너무 심하면 너희들 역시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명심해라!”
“독수리들아. 나를 따라오려무나. 조종실로 가자.”
아까 번개박사님이 47분 정도 남았다고 하셨는데 우박사님이 준 시계는 이제 10분 정도가 남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37분 동안 스쳐 지나간 행성이 어마어마하다. 박사님에게 물어본다고 해도 무슨 소린지 알 턱이 없어서 그냥 지나가는 행성을 세고 있었다. 중간에 몇 개는 다른 생각을 하다가 세어놓지 않았지만 거의 100개는 될 것 같다. 대체 이 우주는 얼마나 광대한 것이며 우리가 이동한 거리는 얼마나 될까? 혹시 우주의 지도는 있을까? 조종실에 가면 그건 물어봐야겠다. 이 우주선의 구조가 궁금해진다. 내가 정말 우주에 있기는 한 걸까? 아무런 미동도 없는 우주선의 실내가 마냥 안락하고 편하기만 하다. 박사님을 따라가는 길은 왼쪽으로 약간 굽어있다. 천문대 지하에서 보았던 우주선처럼 생긴 걸 타고 있나 보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큰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조용해서 약간은 무서운 기분도 든다. 지하에 있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여기도 조명장치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디서 빛이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조종실에 들어가면 그것도 물어봐야겠다. 앗! 박사님이 사라졌다. 벽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뒤로 의진이가 같은 식으로 사라져 버렸다. 지하계단에서 오른쪽 벽으로 연결됐던 벽 통로처럼 우주선 안에 있는 문도 같은 방식인가 보다. 맨 뒤에 있던 나만 통과하면 된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머리가 지나가면서 빛과 어둠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넷 우리를 빼고는 스물한 명이다. 우리엔 번개박사님은 제외다. 이 큰 우주선에 겨우 스물한 명이 타고 있다는 게 좀 낭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닥에 뭔가를 경계 짓는 선이 그어져 있다. 선을 통과하자 사방이 우주공간이다. 우주공간 속에 붕 떠 있는 것 같다. 사방에 아름다운 행성들이 가득하다. 자세히 보니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독수리 오남매 전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고개를 위아래로 하며 제자리를 뱅뱅 돌고 있다. 초록바위행성 사람들끼리 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다. 대화를 하는 것 같다. 박사님이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 모두 똑같이 생긴 것 같다. 아! 텔레파시가 있었지!!
“번개박사님. 어디 계세요?”
지구인이 쓰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의자에서 일어난 외계인이 아마 박사님일 거다.
“동구야. 왜 그러니?”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여쭤볼 게 있어서요.”
“그래! 말해봐라. 이제 6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거다.”
“두 가지가 있는데요. 우주에도 지도가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지구에서는 전등이 있어서 빛을 내는데 이 우주선 안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전등이 없어요. 대체 어떻게 해서 환하게 만들 수 있는 거죠?”
“그래! 충분히 궁금해할 부분이지. 자~ 봐라!”
사방의 행성에 알 수 없는 문자가 나타났다.
“저게 혹시 행성에 대한 설명인가요?”
“그렇지. 이 우주는 지구인들이 알고 있는 3차원 기술로는 재현할 수 없다. 지구인들이 말하는 시공간이라는 것이 4차원적 표현이지만 실제로 구현해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지구인의 현실이지. 그것이 실현된다면 지구의 우주과학은 한 단계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거야. 조명은 가시광선의 난반사를 이용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아까 설명했던 것처럼 우리의 조명엔 지구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빛도 포함되어 있다. 초록바위행성인들은 균형 잡힌 빛이 제공되지 않으면 생체리듬이 깨져버리게 된다. 자~ 이제 1분도 안 남았구나. 마음의 준비를 해라.”
박사님의 말씀이 끝나고 잠시 후 우리 앞에는 거대한 행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너무 순식간에 다가온 행성은 우리가 행성에 그대로 충돌하는 것이라고 느꼈을 정도로 큰 공포를 만들었다. 꼭 지구처럼 아름답다.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육지와 파란 바다가 조화롭다.
“여기가 초록바위행성이다. 환영한다. 참. 우리 행성은 지구보다 31배 정도 큰 행성이다. 인구는 193억 4천2백5십3명이었다. 방금까지. 육지는 지구의 23배 수준이고 바다의 성분은 지구와 비슷하다. 우리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은 7개다. 고정 위성이 두 개고 둘 다 자전을 하지 않는다. 하나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야. 나머지 다섯 개는 초록바위행성에 축을 두고 궤도를 따라 돌아가고 있는데 각각 속도가 다르고 제일 빠른 건 우리 행성 기준으로 하루, 제일 느린 건 역시 우리 행성 기준으로 5일이 걸린다. 그래서 지구와는 달리 위성의 인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상당히 복잡하다. 7개 위성의 인력에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간단한 계산이 나오지 않지만 이미 모든 건 데이터화 되어 있다. 벌써 우주정거장에 도착했구나.”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해져 버린 형광 파란색의 빛이 나는 거대한 공처럼 생긴 우주선이 눈 앞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입구는 보이지도 않는데 우리 우주선이 충돌하려는 것처럼 다가서고 있다. 속도는 역시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는 여태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너무 신기한 나머지 서로에 대한 존재감도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성진이는 의진이 손을 꼭 잡고 있다. 성진이는 신기하면서도 무서운가 보다. 나는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질 모험이 기대된다. 그리고 가슴이 뿌듯한 게 알 수 없는 기분이 나를 꾹 눌러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