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모험 제17화 - 의심의 벽

by 루파고

이른 아침부터 자전거 다섯 대가 아이들의 손에 끌려가고 있다. 독수리 오남매의 자전거다.

“난 어제 꿈을 꿨는데 우주에서 헤엄치고 있더라고.”

석천이가 신이 나서 말했다.

“너도 꿈꿨구나. 난 우주선을 조종하는 꿈을 꿨어.”

진택이다. 이제는 아예 말을 더듬지 않는 게 매우 자연스럽다.

“좋았겠다. 나도 꿈에서라도 우주선을 조종해봤으면 좋겠어.”

성진이의 표정은 굳이 부럽다고 말하지 않아도 부러워 보인다.

“성진아. 그런데. 조종하는 방법을 몰라서 조종은 못했어. 부러워할 건 없어.”

진택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진택이 너 이제 말을 너무 잘해서 선생님하고 애들이 놀라서 기절하겠는걸?”

“맞아”

“그러게 말이야.”

“나도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예전 같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어. 오늘 아침에 아빠가 너무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선물하나 해주시겠다고 해서 소원 들어달라고 했어. 엄마랑 같이 셋이 서 밥 먹으러 가자고 말할 거야. 어때?”

“이야~ 그거 정말 좋은 방법이다. 그때 엄마 아빠 화해하시게끔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게. 정말 잘 될 거야.”

“얘들아. 너희들 혹시 우리 텔레파시 말이야. 진택이가 이제 말도 더듬지 않고 잘하는 거 보면 텔레파시도 잘 되는 거 아닐까? 현실에서도 말이야. 그게 꼭 번개박사님 기억 속에서만 된다는 말씀은 없었잖아. 어차피 우리 이 시계도 현실세계에 있는 거잖아. 한번 해보면 어때?”

동구가 제안했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시계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럴까? 우리?”

석천이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어차피. 아직 등교시간도 많이 남았잖아.”

독수리들은 길 옆 잔디밭에 모여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곤 번개박사가 알려준 대로 다시 텔레파시를 시도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서로가 잘 연상되지 않았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성진이가 제일 먼저 끙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박사님 기억 속에서만 되는 거 아니야?”

성진이는 큰 기대를 했다가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화가 좀 나 보였다.

“얘들아. 너희들 텔레파시는 정상이니까 연습 잘해봐라!”

모두에게 번개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재빨리 번개박사를 연상하며 머릿속에 다시 번개박사를 상기시켰다. 제일 먼저 진택이가 성공한 듯했다.

“야~ 됐다.”

이건 입에서 나온 소리다.

“나. 박사님께 알겠다고 말씀드렸어. 박사님께서 우리 보고 내일 다시 오라고 하셨어. 급한 일이 있으시대.”

독수리들은 아쉽기 그지없었지만 당분간 텔레파시를 제대로 익히는 것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독수리들은 다시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며 지난밤의 일을 신이 나서 떠들었다. 누가 들을까 싶어 지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입을 닫았지만 사실 다른 누군가가 독수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믿어줄 사람은 없었다.


“누구야? 누가 내 아이패드를 훔쳐간 거야? 내 아이패드 내놔!”

같은 반 친구인 미진이가 꽥꽥 소리쳤다. 2교시 체육시간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온 동구와 의진이는 무슨 소린가 해서 뒷자리의 미진이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미진아?”

동구가 미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반장도 다가왔다.

“어제 아빠가 아이패드를 사줘서 학교에 가지고 왔는데 체육시간 마치고 와서 가방을 보니까 없어졌어. 어떻게 해. 새것인데. 아빠한테 두 달이나 졸라서 산 거란 말이야. 어떻게 해. 우리 반에 도둑이 있는 거야. 돌려줘. 내 아이패드 내놔~”

미진이는 이윽고 펑펑 울어대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3교시 선생님이 들어왔지만 미진이는 계속 울고 있다.

“미진이는 왜 울고 있니? 반장~”

선생님의 질문에 반장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다들 눈 감아!”

사건에 대해 설명을 들은 선생님은 반 아이들 모두에게 눈을 감을 것을 명령했다. 반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는 거야. 친구의 물건에 손대면 안 되는 거잖아. 물론, 그런 비싼 물건을 학교에 가지고 온 미진이도 문제지만 아무리 탐이 나도 그걸 훔치는 건 정말 나쁜 일이야. 우리 친구들은 정말 착한 학생들이니까 양심적으로 손을 들면 조용하게 선생님만 알고 정리할게. 자~ 손 들어! 혹시 누가 볼까 봐 걱정되면 눈을 뜨고 선생님을 봐. 그럼 선생님하고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자. 1분 줄게.”

1분이 지났다. 선생님의 표정이 매우 어둡다. 그래도 이 곳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보다는 더 순수할 것이라고 기대해서 부임해 온 것인데 도시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 적잖이 실망을 해서 당황스럽다.

“너희들. 안 되겠구나. 선생님이 이렇게 좋게 이야기했는데도 양심을 버리는 친구가 있다니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실망이다. 한 사람의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 혼이 나서야 되겠어? 다시 한번 기회를 더 주겠어. 이번에는 정말 양심적으로 자수했으면 좋겠다. 선생님한테 자수하면 그냥 실수로 받아주겠지만 만약 선생님이 범인을 찾아내게 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명심해. 지금부터 1분 준다. 시작!”

선생님은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묵묵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시계를 보며 숫자를 세었다.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 너희들 정말 안 되겠구나. 모두 책상 위로 올라가 무릎 꿇고 앉아. 그리고 반장 나와.”

선생님의 표정에는 이제 자비나 용서라고는 없을 것처럼 냉담해졌다. 빨개진 볼은 화가 많이 났음을 표시하는 감정의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쯤 누군가는 분명히 겁을 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선생님은 반장과 함께 아이들의 가방을 일일이 뒤지기 시작했다. 십여 분간 아이들의 가방과 책상을 꼼꼼하게 뒤져봤다. 그러나 미진이의 아이패드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미진이 가방과 책상도 다시 찾아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더 이상의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더 이상 문제를 크게 만들면 제2, 제3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은 이제 미진이를 다독이고 포기해서 잊게 만드는 것만이 답이었다. 물론, 당사자인 미진이가 쉽게 잊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3교시 수업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은 미진이를 교무실로 데리고 갔다. 4교시 내내 미진이는 책상에 엎드려 울기만 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미진이는 옆자리 단짝 친구인 두리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패드를 가지고 온 걸 아는 사람은 두리 너밖에 없잖아. 니가 아니라면 우리 반 누구도 모른단 말이야.”

미진이는 두리와 둘도 없는 사이라고 반 친구들 모두 알고 있는데 미진이는 지금 두리를 도둑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미진아. 너 지금 내가 니 아이패드를 훔쳐갔다고 말하는 거야? 난 니 아이패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어. 니가 보여준 적도 없잖아.”

“그게 알게 뭐야. 우리 반에 알고 있는 건 너밖에 없는데. 체육시간에 내 가방 뒤져서 어디다 감춰 둔 거잖아.”

이제 미진이는 아예 두리가 훔쳐간 것이라고 단정을 하고는 두리를 몰아붙였다. 두리는 얼마나 억울한지 그만 책상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지가 도둑이면서 울기는 왜 울어. 내 아이패드나 내놔!”

그래도 미진이는 울고 있는 두리를 몰아 댔다.

“니가 울면 내가 용서해 줄 것 같아? 넌 내 친구도 아니야!”

이제는 아예 두리에게 결별 선언을 한 거나 다름이 없다.

“넌 내가 제일 친한 친구라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두리는 설움에 겨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두리 너는 지난번에 내 샤프도 훔쳐갔었잖아.”

미진이 역시 소리쳤다.

“그건 내가 실수한 거라고 했잖아. 미진이 너 정말 못됐어.”

두리는 엉엉 울어버렸다.

“못된 건 내가 아니지~ 내 아이패드를 훔쳐간 니가 못된 거지. 이 도둑아!”

미진이는 이제 두리에게 욕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다 못한 반장이 중재를 하고서야 미진이와 두리의 싸움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방과 후 미진이와 두리는 담임선생님의 호출로 교무실로 갔다. 이후의 일은 이제 그들만의 문제다. 동구와 의진이는 교문에서 성진이를 만나 석천이와 진택이를 기다렸다.

“동구야. 나는 미진이나 두리하고 친하게 지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에는 두리가 누명을 쓰고 있는 것 같아. 미진이가 너무 억지를 부리는 것 같지 않아?”

“나두 걔들하고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미진이 말처럼 두리에게만 아이패드를 가지고 온 걸 알려줬다면 두리가 훔쳐갔을 수도 있지 않겠어? 게다가 실수였다고는 하지만 미진이 샤프를 두리가 몰래 가져간 적은 있다고 했잖아. 이미 도둑질한 적이 있었으니까 오해받을 수는 있지 않아? 오해가 아닐 수도 있고 말이야.”

“나도 니 생각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아니야. 그렇지만 확실한 증거도 증인도 없는데 두리를 도둑으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의진이는 동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학교 본관에서 교문 쪽으로 걸어 내려오는 석천이와 진택이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우리 모두 모여서 한번 이야기해보는 건 어때?”

의진이의 제안에 오랜만에 독수리 비밀기지에서 이 문제를 토론해 보기로 결정했다. 진택이는 이제 아주 말을 정상적으로 하게 되었다며 반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놀라서 칭찬하고 축하해 주었다고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진택이는 친구들과 정상적인 학창생활을 하게 된 것 같다.

“얘들아. 우리가 요즘 독수리 비밀기지에 너무 무신경하게 살았던 것 같지 않니?”

의진이 말대로 독수리들 모두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의진이는 독수리들에게 미진이와 두리의 아이패드 분실사건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얘들아.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같이 이야기 좀 해봤으면 좋겠어.”

“난,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두리라는 친구를 범인으로 단정 짓는다는 건 잘못된 것 같아. 만약에 두리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미진이는 두리에게 어쩌겠어. 누명은 벗겨지겠지만 두리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해. 그건 지워지지 않을 거 아니야. 나 같은 경우는 좀 다른 이야기 같지만 이제 내가 말을 잘하게 됐다고 친구들이 나를 따돌림시키는 걸 그만두게 된다고 해도 사실 내가 그동안 상처 받은 기억들이 갑자기 모두 지워지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난 너희들을 만나서 이렇게 신나는 모험들을 하게 된 건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데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친구들이 내게 했던 행동들은 과연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질까? 우리가 번개박사님의 기억 속에서 여행을 하고 있지만 번개박사님의 그 기억은 굉장히 오래된 기억인 거잖아. 기억들 중 괴롭고 서러운 것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지워지지 않는다는 건 우리 마음의 상처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래서인지 나는 이런 명확하지 않은 일이라면 더욱더 확실하고 명백한 것이 나오기 전까지는 누군가를 의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만약에 의심을 하게 된다고 할 지라도 당사자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잖아.”

진택이는 말을 더듬지 않게 되면서부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논리 정연하게 말을 잘하고 있다. 이것이 진택이의 진면목이었던가 싶다고 다들 감탄하고 있다.

“진택이 말을 듣고 보니까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내가 봄에 이곳에 전학 왔을 때 말이야. 난 처음부터 왕따가 아니었거든. 같은 반 아이들이 처음에는 나하고 제법 친하게 지냈어. 그런데 점점 아이들이 나하고 멀어지기 시작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왜 그렇게 된 건지 알게 됐어.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녔대. 학교에서 두 번째 쓰러지고 난 후부터였어. 내가 죽을병이 걸렸고 전염병일 거라고. 그래서 서울에서 쫓겨 내려온 거라고. 담임선생님도 그 소문을 들으시고는 교실에서 아이들 모아놓고 그건 거짓말이고 나는 전염병 같은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것뿐이라는 설명을 해주었지만 애들은 믿지 않았어. 결국 난 짝도 없이 혼자 공부했고 알다시피 진택이 마저도 나를 멀리 했거든. 짜식. 지도 왕따였으면서. 나쁜 녀석!”

석천이는 주먹을 쥐어 올려 보이며 진택이를 보았다.

“아냐! 난 그냥…”

진택이는 뭔가 변명을 하려 했지만 마땅한 변명은 하지 못했다.

“하하하. 진택아. 괜찮아. 지금은 다 이해해. 너라고 별 수 있었겠냐? 나한테서 죽을지도 모르는 전염병에 옮을 수 있는데. 게다가 난 서울에서도 쫓겨온 놈이잖아. 너희들은 느끼겠지만 사실이 아닌 말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건 폭력을 쓰는 것 이상으로 나쁜 행동이야. 나도 진택이처럼 너희들과 동굴 모험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괴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 거야. 난 언젠가 아빠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평생 살면서 후련하게 마음을 터놓고 살 수 있는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정말 잘 살은 인생이 될 거라고. 성공한 인생이 될 거라고 했어. 물론 그때는 아빠가 나를 위로하려고 하셨던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왕따라도 힘을 잃지 말라는 아빠의 응원이었을 거야. 그렇지만 지금은… 난 알아. 난 이미 성공한 인생 같아. 나에게 힘을 주었고 평생 갈 친구 세 명과 성진이 같은 동생도 생겼으니까. 내 말이 좀 거창하지? 하지만 난 정말 진심이야. 얘들아. 내 친구가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너희들과 동굴 모험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난 왕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어.”

“고맙긴. 짜식~”

동구가 눈가에 촉촉한 습기를 보이며 말했다. 의진이는 벌써 한두 방울 맑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괜찮대니까. 왜 그래!”

석천이는 오히려 더 울먹거렸다.

“야야~ 우리 하던 이야기나 하자. 괜히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고 말이야.”

동구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어~ 그래! 미안하다. 크크~”

석천이가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 그래서 너희들은 좋겠다. 난 아직도 왕따야. 반에서는 말이야. 히히~ 난 그래도 상관없어. 너희들이 있는데 뭐.”

의진이의 말에 독수리들은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됐고. 나는 미진이가 경솔했다고 생각해. 처음엔 두리가 그랬을 수도 있다고 짐작했지만 말이야. 결정이 나기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해서 혹시라도 실수하게 된다면 두리에게 정말 큰 실수를 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두리가 아닌데 누명을 쓰게 되는 것도 그렇고 누명이라는 게 밝혀진다고 해도 두리는 정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두리하고 미진이는 이제 친한 친구로 남게 되기는 어렵겠다.”

의진이는 둘 사이가 앞으로 멀어지게 되는 것이 더 염려스러운 것 같다.

“그렇다면, 미진이가 지금에라도 먼저 두리에게 아깐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든 간에 결과가 나오게 되면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게 되잖아.”

석천이가 말했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차라리 지금 말해서 아깐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자기 스스로도 모르게 터져 나온 거라고 용서를 구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난 제일 친한 친구를 아이패드 하고 바꾸고 싶지는 않아. 만약 누가 형들하고 아이패드 하고 바꾸자고 한다면 내가 혼내줄 거야.”

성진이는 화가 난 듯 말했다.


다음날 미진이와 두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미진이도 두리도 분위기가 냉랭했다. 아마 한 번도 마주 보거나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동구와 의진이는 미진이를 운동장으로 불러냈다. 그리곤 어제 독수리들끼리 했던 토론 결과를 기분이 상하지 않게 설명했다. 미진이 역시 자기가 경솔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두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아이패드의 행방은 묘연했지만, 성진이의 표현처럼 미진이 역시 아이패드와 두리를 바꾸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도와줄까?”

“응? 어떻게?”

“이따가 둘이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줄 테니까 정식으로 사과해. 그러면 두리도 고마워할 거야. 그러고 나서 교실에서 두리에게 누명을 씌운 것 같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두리가 반 아이들한테 끝까지 오명을 남기게 될 거야.”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럼 너희들이 자리만 잡아줘.”

방과 후 독수리들은 운동장 구석에서 미진이와 두리를 만나게 해 주었다. 나머지는 당사자 간의 문제라고 생각해 자리를 피해 주었다. 단지, 원만히 해결되어 잃어버릴 뻔했던 우정을 회복시키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전 16화기억 모험 제16화 - 가자! 초록바위행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