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Apr 09. 2023

130.이곳은 음식 맛집인가? 뷰 맛집인가?

부산 영도 중리 영도해녀전시관

작년에 영도해녀전시관 근처의 옥천횟집을 소개받아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성게김밥과 해물라면을 먹었었는데 맛도 맛이지만 영도 앞바다를 보며 먹는 해물라면에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옥천횟집을 지나쳐 버렸다.

마침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줄 서기 싫어서였다.



만약 진입로가 막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곳이다.

예전부터 영도해녀전시관이라는 간판만 내걸었지 사실은 원래 영도의 유명했던 무허가 '해녀의 집'의 허가 버전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던 곳이라 딱히 관심이 없었다.


딱히 위생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런 분위기야말로 노포식당 그 자체 아니던가?

난 도심의 포장마차 같은 이런 느낌의 식당을 좋아하는 편이라...


* 제주도 함덕에도 이런 곳이 있다. 그립다. 나처럼 제주에 집이 있는 사람도 이럴 진대...



어슬렁어슬렁 길을 찾아 돌아보던 나는 바람이 센 날임에도 불구하고 저런 자리에서 뭔가를 먹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난 캠핑으로 달관한 사람이라... ㅋㅋ

일단 사람 많은 델 너무  싫어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너무 어수선해 보였다.

그러던 난 나도 모르게 해녀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딱히 배가 고프던 것도 아닌데 해물라면이 올려진 트레이를 들고 저 바닷가로 향해 걸어가던 젊은 여인을 목격하니 갑자기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 거다.



그래!

밥은 먹고 다녀야지!

나 자신과 타협에 들어간 거다.

보통은 자전거를 타도 아침, 점심 다 거르고 저녁도 8시나 돼야 먹는 편인데 이런 때 맞춘 점심식사라니...

이건 거의 횡재다.

그것도 기껏 도보여행 중인데...

(난 남항대교 수변공원부터 해안가를 걷기 시작해 태종대를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나의 의지라고 할 수 없었다.

그저... 나를 스쳐가는 라면 냄새를 맡았을 뿐이고...

그릇 안에 낙지다리를 스쳐 보았을 뿐이고...

내 발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을 뿐이고...

나도 모르게 주문하고 계산했을 뿐이고...

소주도 주문한 걸 인정했고...

불과 10분도 안 되어 후루룩 흡입한 후 유유히 자리를 떴다는 것밖엔 기억나지 않는다.

난 이미 영도 바다를 실컷 음미하고 있었던 지라 굳이 바다의 정취 같은 건 관심이 없었다. ㅠㅠ

그저 해물라면의 유혹에 넘어갔을 뿐이다.


* 부산의 해녀는 제주에서 넘어와 토착하신 분들이라고 함. 다음에 시간 내서 부산 해녀에 대해 몇 줄 끄적여 볼까 함. ^^


태종대를 보다!

태종대에 관한 글도 써볼까 싶기도...


https://brunch.co.kr/magazine/insidebusan

며칠 전부터는 부산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9.봄이면 봄마다 오는 도다리쑥국이 아닙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