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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12. 2023

131.한동안 잊고 있었던 뒷고기에 꽂히다

부산 초읍동, 연지동 로컬맛집 <통영뒷고기>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고 나는 무심코 그 녀석을 낚아챘다.

아! 뒷고기라는 게 있었지.

흰살, 꼬들살 등 서울 논현동에서 처음 접했던 부위인데 서울에선 귀한 녀석들이지만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흔히 먹는 부위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후로 부산에 나름 유명하다는 뒷고기 맛집 몇 곳을 순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엔 임플란트 치료 중이어서 육질의 식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머릿속에서 까마득히 지워버리고 없었던 거다.

이왕 낚은 '뒷고기'라는 단어를 두고 노포맛집이나 지역주민들이 주로 다니는 부산다운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거르고 걸러 찾아낸 곳이 바로 통영뒷고기인데, 딱히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난 처음 봤는데 동행인 부산사람은 우리가 자주 다니는 식당 옆이라고 하더라.

난 동태O깔인가 보다. ㅎㅎ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딱히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 필터가 두꺼운 편인 나는 식당 위치와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몇 리뷰어들의 글을 보고 딱 이 식당을 선택했다.

그중 "연지동에 10년 살다 이사 갔는데 이 식당을 이제야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한탄성 글을 보고 확인 차 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7시 정도 도착한 식당 안엔 남는 자리가 없었다.

이런...

대기 타야 하는 건가 싶어 발길을 돌려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주머니 왈, 밖에 한 자리 있는데 거기라도 괜찮으면 앉으라는 거다.

식당 앞에 생뚱맞은 원탁 스테인리스 테이블이 보였는데 그게 스페어 자리였던 모양이다.

마침 빗방울도 슬슬 떨어지기 시작했고 야외에서 먹는 게 더 운치 있고 고기냄새도 안 나니 훨씬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분위기 나쁘지 않다.

가끔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엔 동물원 원숭이가 된 모양새이긴 하지만 고기에 집중만 하면 될 일이다.

처음 보는 불판에 관심이...



약간 얼어있는 건지 녹는 중인 건지 모르겠지만 눈대중으로 봐서는 생고기는 아니지만 생고기 이상의 품질이다.

1인분에 12,000원이니 착한 가격에 속한다.

양이 결코 적지 않다.

불판을 뜨겁게 익힌 후 고기를 올리니 지글지글 침을 고이게 했다.



기본찬인데 이건 완전히 시골상이다.



특히 파김치와 묵은지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부산사람은 정구지가 완전 부산 스타일이라 극찬한다.

난 잘 모르겠는데 맛을 보니 멸치액젓 같은 젓갈 베이스로 무친 것이더라.



슬슬 먹을 만큼 익어가기 시작하고 묵은지와 콩나무무침을 올려 돼지기름에 볶는다.



드디어 쌈 개시!

여느 식당에선 만날 수 없는 풍요로운 야채.

이건 정말 시골맛이다.

그래서 통영뒷고기인가? ㅋ



비는 내리고...

운치 넘치는 골목길이다.

멀리 가파른 경사지에 지어진 단독주택들이 부산스럽다.



역시 2인분으로는 부족한 상황.

소주는 겨우 두 병 마셨는데 고기가 모자라 1인분 더 주문했는데 둘이 먹기에 3인분은 결코 부족함이 없다.



막판엔 조금 남길 상황이었지만 꿋꿋하게 바닥을 보고 나왔다.

고기에 약간 질릴 상황이 되나 싶었는데 묵은지와 궁합이 너무 잘 맞는다.

묵은지가 조금 모자란 듯하여 아주 조금만 더 달라고 했더니 또 한 움큼 주시는 아주머니.

손이 너무 크시다.



둘이서 뒷고기 3인분 먹고 소주 두 병을 마셨는데 44,000원이다.

이만하면 퇴근길에 소주 한잔 걸치고 휘파람 불며 귀가하기에 딱 좋은 곳 같다.

가끔 일부러 찾아갈 식당인 듯하다.

그 골목 바로 앞에 어머나손칼국수라는 정말 기똥찬 맛집이 있다.

그 집 김밥을 먹어보면 안다.

딱 떨어지는 순수 엄마표 김밥이다.

왜 굳이 '순수', '엄마표' 이런 수식어를 썼는지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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