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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05. 2023

129.봄이면 봄마다 오는 도다리쑥국이 아닙니다

어제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호미곶참가자미 식당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올핸 놓치고 가나 했더니 이렇게 반가운 기회를 잡게 된 거다.


강서구 전 OO장님의 초대였는데 마침 강서구에 터를 잡고 계신 분이라 맛집을 줄줄 꿰고 계셨다.

더군다나 돌아가는 길엔 오리지널 대저토마토를 한 상자씩 얻어오기까지 했으니 이 정도면 융숭한 대접이 아닐 수 없다.

나야 뭐 묻어간 입장이기 때문에 완전히 땡잡은 거나 마찬가지!


먼저 도착하셔서 길 건너편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고 계시던 선배님이 건너와 보라며 손짓을 하셨다.

그런데 대뜸 내게 "여기 기억나지 않냐?"며 물으신다.

부산사람도 아닌 우리가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데 계속 웃고만 계시더니 지난해 한우를 먹었던 명지지구 기억이 아니 아느냐시는 거다.

난 그제야 알아들었고 골목을 보니 익숙한 곳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길눈이 밝은 편인데 미처 그걸 알지 못했던 거다.

아무튼 반가운 골목이라 어색함이 현저하게 줄었고 오히려 정감까지 가더라는...



식당에 들어서니 이미 7명인 우리 자리가 세팅되어 있었다.



횟집이라 그런지 당연한 부요리들이 준비됐다.

목튀김과 생선 전이 눈에 띄었고 특히 복튀김을 부요리로 주니 당연히 따라올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소주, 그것도 안동소주다.

얼마 전 선물 받은 게 있어서 갖고 나오셨다는데 술까지 준비해 두셨을 줄은 몰랐다.



미리 예약을 해두셔서 그런지 빈 테이블은 빠르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참가자미, 도다리, 돔(종은 모르겠음)이 모둠회로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독도참가자미 식당이 바로 머리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 비주얼은 부산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설명이 있었다.

https://brunch.co.kr/@northalps/1167

지금 확인해 보니 독도참가자미 후기 조회수가 105,000회를 앞두고 있다.

엄청나다.



참가자미는 이렇게 길게 뜨는 게 정석이라고 하는데 절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연신 깻잎 쌈을 싸서 먹는데 역시 깻잎과 참가자미의 궁합이 찰떡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참가자미도 그렇지만 도다리회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된장에 청양고추와 간 마늘을 비벼 쌈장을 만들었는데 매운맛을 취향껏 즐길 수 있으니 그 또한 좋더라.



이번에는 방금 튀긴 따뜻한 복튀김이 나왔는데 그야말로 식감이 최고였다.

서로 양보하느라 아껴 먹었는데 나중엔 식어서 아쉬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눈치 볼 것 없이 후딱 먹는 게 정상이다. ㅎㅎ

싱싱한 낙지는 열심히 꾸물거린다.



열심히 먹어 주신다.

올봄에 참가자미를 또 먹을 수 있을 가능성을 알 수 없으니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말씀!



드디어 본 메뉴가 나왔다.

우린 이걸 원했던 거니까 말이다.

바로 그 유명하고 유명한 도다리쑥국이다.

봄이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음이다.



뽀얀 국물 속에 잠긴 쑥을 건져 봤는데 이건 정말 말도 못 할 정도로 향기로운 쑥 냄새 때문에 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맛을, 봄에만 맛볼 수 있는 이 맛을 보기 위해 이번 봄을 기다렸구나 싶었다.

도다리와 쑥이 왜 궁합이 맞아 이렇게 유명한 음식이 됐는지 알 것도 같았다.



도다리쑥국은 이렇게 먹어야 정상이라고 한다.

내 그릇엔 왜 쑥이 안 보이냐고?

한 그릇씩 떠 드리고 나니 쑥이 실종되고 없더라는...

어쨌든 쑥향 진득하니 머금은 도다리쑥국은 올봄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내일은 쑥이나 뜯으러 갈까 싶다.

쑥으로 해 먹을 수 있는 게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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