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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17. 2023

44. 경남 고성 한국의 아름다운 길 라이딩

눈치작전에 성공한 경남 고성 라이딩

토요일 내내 비가 장맛비처럼 내렸다.

요즘 내친김에 경남지역 멋진 코스를 전부 다녀볼 생각으로 주말만 되면 코를 벌름거리도 있었는데 비라니...

사무실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오전 내내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 들어 빗줄기가 가늘어지는 듯해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토요일엔 밤까지 비 소식이 있었고 일요일에도 간간이 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고민 끝에 일단 고성에 가서 눈치껏 라이딩을 하기로 작정하고 자전거를 차에 실었다.

핑 장비는 항상 차에 실려 있고 라면 몇 개 들어있으니 그냥  냉장고를 뒤져 먹을 만한 거 몇 개 챙겨 떠나기만 하면 된다.

부산에서 고성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다.

서울에선 일부러 붐비는 서울을 벗어나 춘천이나 홍천까지 가서 라이딩을 즐기곤 했는데 벌써 부산 사람 패턴이 몸에 익은 건지 1시간 이상 거리는 왠지 불편하게 느껴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비가 많이 와서 달리지 못하는 차량들 뒤에서 편안한 마음을 달리며 창 밖 구경을 했다.

봄이 꽤 깊어져 온통 연두색이었던 세상은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짧은 봄이 아쉬웠다.


하지만 문제는 고성에 도착해서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캠핑할 만한 사이트를 몇 개 눈여겨봤었는데 그중 한 곳이 맘에 들었고,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이를 시기를 틈타 재빨리 타프를 치고 자리를 마련했다.



항상 혼자 다니는 편이라 어차피 돌아와도 할 게 없는 인생, 라이딩 가서 캠핑하는 걸로 마음을 굳혔다.

이번엔 아침 30분 독서용으로 침대 옆에 두고 읽던 하워드 슐츠의 그라운드업을 챙겨 나왔다.

혼자 멍 때리는 건 죽어도 못 하겠고, 그렇다고 긴 밤을 술로 지새우는 건 너무 소모적이라 독서와 영화감상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번에 내가 최애 하는 레페 맥주를 함께 챙겨 나왔다. (냉장고에 몇 캔 남겨 두었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캠핑 사이트를 만들까 했지만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내겐 더 알맞다.

멀리 뱃소리도 들리고 배가 지나간 후엔 배가 밀어낸 파도가 해변을 때리는 소리도 들린다.

해가 질 무렵이 되니 온갖 새소리가 들렸다.

가짓수로만 해도 열 가지 정도의 새소리다.

역시 힐링엔 백색소음보다 좋은 게 없다.






새벽에 보니 비가 조금 더 내린 듯했다.

이번 라이딩은 망한 건가 싶어 고민스러웠는데 막상 숲을 벗어나고 보니 아스팔트는 적당히 말라가는 중이었다.

코스를 변경해서 어떻게든 100km만 타고 돌아가기로 했는데 벌써 도로를 달리는 라이더가 제법 보였다.

몰라서 몰랐던 것인지 고성 해안도로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도로라는 표지를 내걸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의외로 많이 보였다.

전혀 정보라는 게 없이 무작정 와서 몰랐을 뿐이지 어쩌면 남부권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오는 코스인지도 모르겠다.



시작 지점을 선정하지 못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방황하다가 라이딩 끝난 후에 고성을 빠져나가기 좋은 위치에 주차를 하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위 사진은 시락지와 내산리를 잇는 동진교다.



동진교를 건너 외산리 쪽으로 빠지지 않고 직진했다.

얼마 달리지 않아 해맞이공원도 보였고 SK 산업단지도 나타났다.



고성이라 하면 공룡이나 유명한지 알았지 고분군이 있을 줄은 몰랐다.

여기는 고성내산리고분군이라고 하는데 분묘가 꽤 많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했기 때문에 도로 우측으로 바다가 이어진다.



하지만 딱히 특색이 없는 고만고만한 바다 풍경이다.

멀리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여차하면 나도 라이딩 끝내고 낚시나 할까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낚싯대를 미리 챙겨 실어 놨으니까 말이다.



마동호를 지나 몇 번의 갈림길을 만나며 지도를 열어 코스를 확인해야만 했다.

초행길이라 좌로 갔다 우로 갔다 하는 코스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다.



1010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보니 철인 3종경기용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분이 있어 제치고 MTB 한 팩을 제쳤다.



어딘지 익숙하다 싶었더니 고성 시내다.

작년 여름에 고성-통영 라이딩 때문에 왔다가 본 기억이 있는 지형지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14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조금 달려 다시 동쪽으로 달리는 구간이다.

신호가 몇 번을 바뀌어도 보행자 신호가 켜지지 않기에 이상하다 싶어 신호등 지주를 살폈더니 이런 녀석이 있다.

누르지 않으면 아예 신호를 안 주는가 보다.

덕분에 조금 쉬어가는 계기가 됐다.



거류면에 있는 거류산 자락에 엄홍길전시관이 있다.

한 달 전쯤 UDT 모임에서 후배들 놓 한 따까리 하셨다는 소문도 들었다.



거류면사무소 근처를 가니 다시 바닷가 도로가 이어졌다.

여기부터는 오르락내리락하는 낙타등 코스다.

편의점도 군데군데 제법 자주 보이고 펜션 같은 숙박시설도 더러 보였다.

누군가 치고 나가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걸 나도 알고는 있지만 후딱 100km 정도 달리고 돌아가야 해서 난 거의 쉬지 않고 내달리고 있었다.




업힐을 오르면 나름 경치가 괜찮은 곳이 있어 달리며 사진을 촬영했다.

차량 소통이 많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여름엔 어떨지 모르겠다.



이쪽 구간엔 조선소 관련한 대형 시설들이 많다.

주중엔 대형 화물차들이 꽤 다닐 듯하다.



전날 오후에 차박 대상지로 고려했던 곳이다.

마침 캠핑트레일러를 가지고 온 몇 캠퍼들의 음주고성 때문에 자리를 피했었다.

여기 캠핑했었더라면 낚싯대라도 드리웠을 것인데...



대체로 이런 풍경이 쭉 이어진다.

요즘 망망대해보다 섬이 보이는 풍경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던데 난 어떠한지 모르겠다.



호암산 인근부터는 버스로 왔을 것으로 보이는 MTB라이더 30여 명을 몽땅 제치고 달렸는데 거의 10km 이상을 쉬지 않고 고속으로 달린 탓에 후반엔 체력이 달렸다.

공수바위산에서 멈춰 쉬는 그들을 뒤로하고 동해면을 빠져나와 다시 내산리로 접어들었다.

그나마 사진빨 나오는 바위가 보여 사진을 찍었더니 거기가 바로 해맞이공원이더라.



동진교 위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쉬었다.

여기까지 약 50km 정도 달린 셈이다.



작정하면 100km까지 무정차로 달리는 편이라 이런 정도엔 체력이 굴하지 않는 편인데 10kg 정도 불어난 체중 탓에 허벅지에 통증이 생겼다.

동진교를 오르는 겨우 15% 정도 되는 업힐에도 불구하고 결국 쉬지 않을 수 없었다.



고성은 공룡으로 유명한 곳이다.

당항포유원지에 자리 잡은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여긴 이미 엑스포가 끝난 후 반쯤은 폐허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캠핑장이란 곳도 보니 영 엉성하고...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교각이 하나 보여 촬영해 봤다.

꽤 길다.



이 교각도 사람만 건널 수 있다.

서북선 모형을 중간에 놨는데 여기도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있는 지역인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고성 아니랄까 봐 다리 조형물도 공룡이다.

어디를 지나다 보니 모텔도 공룡모텔이라고 있던데...

펑크를 때우는 라이더 세 명이 보였고 난 무심코 지나쳤다.



맞바람이 부나 했더니 역시 그랬다.

초반부터 힘을 빼서 그런지 파워가 딸렸다.

날씨가 영 탐탁지 않아 빨리 라이딩을 종료하고 싶은데 몸이 내 맘 같지 않다.



동해면이다.

아까 달려왔던 구간을 거꾸로 가는 거다.

동진교를 내려와 직진해서 달려보지 못했던 구간으로 달린다.



라이딩 막바지에 그래도 맘에 드는 풍경 사진을 남겼다.

날씨가 맑지 않아 오히려 더 멋진 사진인 것 같다.

흑백 사진으로 촬영할 것을 그랬나 싶다.



멀리 동진교가 보였다.

라이딩을 거의 끝나가고 있는 거다.



라이딩을 마치고 사진 한 장.

바퀴 달린 녀석들이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 많다.



라이딩을 빨리 마치길 다행이지 부산으로 돌아오니 비가 거세졌다.

그러더니 음악 소리를 뚫고 들어오는 이상한 둔탁한 소리들...

우박이 떨어지고 있었다.

일기예보에선 4시경 비소식이 있었는데 2시 30분인데 손톱 만한 우박이 마구 떨어지는 거다.

철판이 두꺼운 루비콘도 버거울 것 같아 빨리 우박을 피하고자 했지만 피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차량들도 우박의 습격이 두려운지 두려운 듯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 타다가 맞았으면 골로 갈 뻔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코스를 돌리고 돌렸어도 100km를 채우진 못 했다.

낙타등 구간이 있어 고도는 950m 정도이다.

샤워하고 체중을 재니 2kg 정도 빠졌다.

1kg는 도로 불어날 테지만 어쨌거나 한 달 동안 2~3kg 정도는 뺀 것 같다.

좀 더 열심히 타면 6월까지 90kg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련한 나의 75kg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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