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피해 눈치작전 성공한 제주도 고산 수월봉 나들이
제주도는 어떤 날씨에도 멋지다
어버이날도 있고 해서 주말 끼고 제주도 집에 왔다.
우리 집은 성산인데 왜 반대편에 있는 제주도 서쪽 끝 고산까지 갔을까?
하필이면 어린이날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일요일까지 줄기차게 퍼붓고 있었다.
낚시도 할 수 없고 방구석에 처박혀서 뒹굴거리는 건 체질에도 맞지 않는다.
서귀포 이마트에 장도 보러 다녀와야 하니 움직인 김에 고산까지 다녀온 거다.
신호등을 피해 중산간도로와 산록도로를 주로 이용해 고산까지 가는데 요즘 잘 안 다녔더니 내비게이션을 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이마트에서 구입한 것들을 트렁크에 싣고 수월봉을 향했다.
장 보는 시간까지 해서 꼬박 2시간 30분이 걸렸다.
일기예보에선 오후 3시부터 비가 그친다 하더니 2시가 넘어서면서 빗방울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아마 서쪽만 그랬던 걸 거다.
가는 길에 남원에 계신 지인께서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바지락을 캤다는 것이다.
더불어 죽순까지...
성산 바지락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거긴 좀 다른 상황인 모양이다.
마음은 남원으로 향했지만 추적추적 비를 맞으며 조개를 캐는 그림부터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가던 길을 그대로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도착한 고산 수월봉 바닷가.
근처에서 이 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어서 근처 지리는 머릿속에 훤하다.
고산에 살 때 낚시에 취미를 붙였다면 벵에돔 회를 제법 먹었을 것 같은데 그 후론 업무가 바빠져서 낚시하곤 거의 생이별을 한 상황이 됐다.
파도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광경이 이어지는 수월봉 바닷가.
언제 봐도 아름다운 곳이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다양한 해초들이 눈길을 끌었다.
혹시 소라라도 있나 살폈지만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그저 작은 보말들만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예전엔 군소도 더러 보이더니 한 마리도 안 보였다.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수월봉 아래 갯바위에는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해수로 아름다움을 더했다.
철이 좀 늦은 듯한 톳이 조류에 밀려 빗으로 빗은 듯 한 결을 탄 채 누웠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육지행이다.
다시 일상이다.
짧은 휴가였지만 수월봉이 꽉 채웠다.
고맙다 수월봉!